1942년 진주만 기습작전의 성공으로 한껏 기세가 오른 일본은 미국 본토까지 폭격기를 날릴 수 있는 한편 미국 항공모함들까지 격파하는 일석이조의 전장을 물색하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미드웨이 제도였다. 
미군의 최전방 전초기지였던 이 곳을 점령하기 위해 일본은 해군의 전 병력을 출동시켰다. 진주만 습격을 주도했던 야마모토가 이끈 150척에 이르는 전투함과 지원함 가운데 특히 전함 11척과 항공모함 6척은 일본이 자랑하는 해군의 최정예 전력이었다.
그러나 일본군의 이런 야심은 미국이 펼친 정보전에 의해 시작부터 무참히 깨져 나갔다.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해 오던 미군은 일본군이 노리는 곳이 미드웨이라는 사실을 알고 가짜 정보를 내보내 미끼를 던졌다. 이 같은 속임수로 미군은 미드웨이에서 미리 결전을 준비해 미드웨이 해전에서의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삼국지의 백미(白眉)로 꼽히는 적벽대전 역시 연환계, 미인계 등의 정보전이 승패를 갈랐다.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천혜의 요새 문경새재를 등지고 벌인 탄금대 전투에서 8000여 병사를 몰살케 한 것 역시 왜군의 군사동향에 무지한 정보 부재의 결과였다.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는 말은 비록 불리한 패를 가졌더라도 상대의 패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정보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세(勢)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이 같은 정보전은 현대전쟁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디 전쟁에서만 그렇겠는가. 국가안보는 물론이고 경제 사이버전에서도 정보는 반드시 보유해야 할 ‘총알’ 같은 존재로 국가 간 총성 없는 정보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정보력을 강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국가정보국(DNI),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국방정보국(DIA), 연방수사국(FBI) 등 무려 16개의 정보기관을 두고 있다. 이들의 정보수집 역량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정찰 위성으로 목표물의 은신처와 그곳을 드나드는 모든 인물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주변 동조 세력 유무까지 확인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만 그런 게 아니다. 영국은 독자적인 정보 라인 외에 국제정보협력체(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를 결성해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정부수집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암약하는 타국 정보요원들을 감시하는 작업도 강화해 최근 전직 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 요원 23명을 추방하기도 했다.    
중국은 정보기관을 정권 강화에 활용하는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국가안전부(MSS) 등은 군사·안보분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첨단 기밀을 빼내 국가 경쟁력 제고에 매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보기관의 능력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고 평가하는 정도다.  
그럼 이들 국가의 정보력에 비해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능력은 어떤가? 얼마 전 북한의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 정보기관이 방문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한 말이 사실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작금의 한반도 정세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고도의 정보능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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