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받으면 경찰 수사? 자유한국당 “공천 발표하기 두렵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경찰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후보들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연이어 터지자 표적수사 의혹까지 제기했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을 두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경찰의 행보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경찰과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가 예상되는 국회의원 리스트가 돌기도 했다. 리스트에는 여야 의원이 총망라됐다. 하지만 수적으로는 야당 의원들이 많았다. 당시 여의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국회의원들을 길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리스트에 오른 의원들의 범죄 혐의는 선거법 위반, 뇌물, 부정청탁 등으로 다양하다. 

경찰…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압수수색, 구속영장은 기각 ‘망신’

과거 정권들에서 국회의원 등 정치·경제인들을 대상으로 한 표적수사는 공공연히 있어 왔다. 그들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수단도 있었지만 대부분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표적수사는 보수 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벌어졌다. 현역 국회의원들 중에도 표적 수사 대상이었던 의원들이 많이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민한 자유한국당
“표적 수사” “무리한 수사”


자유한국당과 경찰의 충돌은 울산시에서 극에 달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울산시장 후보로 현 김기현 시장을 공천했다. 문제는 공천 발표가 나자마자 울산지방경찰청이 김 시장 측근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16일 울산시장 부속실과 건축 관련부서 등 울산시청 내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울산시장 비서실장 A씨가 울산 지역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서 울산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레미콘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건설사 측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 시장의 동생 역시 지역의 또 다른 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김기현 시장의 친동생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체포에 나섰으나 체포하지 못했다. 김 시장 친동생은 지난달 27일 경찰에 자진출석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 경찰은 소위 ‘미친개’ 발언을 주고 받으며 감정싸움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경찰이 정권에 아부한다는 식의 말까지 나와 경찰 구성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경찰에 유리하지 않다. 울산지방법원이 지난달 30일 김 시장 동생 B씨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울산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다투어 볼 여지가 있다. 현 단계에서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결국 B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의 ‘무리한 수사’ ‘표적 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창원시장 공천자
조진래 후보도 조사 예고


자유한국당이 ‘표적 수사’를 외치며 경찰과 각을 세우는 이유는 또 있다. 경찰이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압수수색 외에 자유한국당 조진래 창원시장 공천 확정자를 소환 조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지난 1월 10일 경남도청 감사실에서 채용비리 혐의로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지만 공천을 받자마자 수사가 공식화되자 자유한국당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 전 부지사 소환 조사 일정은 4월 초”라며 “자유한국당 창원시장 후보 공천 확정(3월30일) 되기 열흘 전(3월20일)에 이미 변호인과 조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후보는 경남테크노파크 부정채용 의혹와 관련해 “(정무부지사 시절)경남테크노파크 부정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뿐 아니라 채용 청탁을 받지도, 들어준 적도 없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창원시장 공천 확정에 맞춰서 의혹 보도가 나오는 것은 불순한 세력이 개입, 언론을 이용해서 호도하려는 의도적인 정치공작이 아닌지 의심이 된다”면서 “그러나 결코 창원 시민들은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범죄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자유한국당은 할 말이 없지만 아직까지는 두 사건 모두 명확하게 범죄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결국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마치 공천확정 발표만을 기다린 듯 경찰이 우리 당 조진래 후보에 대해 수사를 착수했다고 한다”며 “참 신속하고 조직적이고 악랄하다. 이젠 공천발표하기도 두렵다”고 비난했다.

홍준표 대표도 “김기현 울산시장에 이어 공천이 확정되는 날 또다시 (경찰이) 우리 (조진래) 후보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으로, 전국적으로 스타가 된 것”이라고 비꼬았다.

자유한국당 자치경찰제 카드
경찰들 “선거에서 보자”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15만여 명의 직원을 둔 경찰 조직이 정면충돌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표면상으로는 과열 분위기가 차츰 수그러들 분위기지만 논란의 무게중심이 개를 둘러싼 설전에서 조직 간 ‘힘 대결’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검경 수사권 조정 재검토를 천명한 데 이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사개특위 차원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단호히 대처할 뜻을 밝혔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치경찰제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추진하고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에 쏠린 국가경찰의 힘을 줄여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시장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의 밑에 경찰을 두고 통제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 측 관련 수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자유한국당의 전략은 검찰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항상 자치경찰제 시행을 요구해 온 게 검찰이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권한을 줄이는 대신 경찰 조직의 힘도 축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경찰 수뇌부를 비롯한 일선 경찰관 대다수가 자치경찰제를 달가워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이런 자유한국당에 ‘수사권을 구걸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기류다. 이들은 내심 지방선거를 벼르고 있다.  

전국 각지에 산재하는 15만 명의 경찰관들이 6월 지방선거에서 투표로 자유한국당을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한 경정은 “경찰 조직이 15만 명에 가까운데 가족, 친인척까지 동원하면 30만 표는 되지 않겠냐”며 “호남, 영남 지역에 따라 표가 특정 정당에 쏠리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 때 한국당을 찍지 말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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