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문’ 앞세운 최 ‘지역 밀착’ 내세운 송…살벌한 내전

송기호 변호사 <뉴시스>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이번 선거의 관전포인트다. 6일 현재 전국 7곳의 지역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서울 송파을 지역에 ‘거물급’ 인사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면서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경선이 본선’이란 얘기가 나올 만큼 지지율 고공 행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내부 경쟁’이 본격 불을 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복심을 내세우는 ‘친문’ 최재성 전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사이인 ‘비문’ 송기호 변호사 간 내전(內戰)이 치열한 양상이다. 다만 내부 경쟁이 과열될 경우 ‘홍준표 키즈’로 나선 배현진 전 MBC 앵커(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에게 판세가 기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선거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토박이 비문 송, 고군분투 vs 최, 대놓고 ‘친문 마케팅’
날선 공방 격화… 치열한 집안싸움에 배현진 ‘어부지리’

 
송파을 지역은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아 공석이 된 곳이다. 이 곳 지역위원장이었던 송 변호사는 지난달 12일 출사표를 던졌다. 가락시장이 위치한 송파에서 22년간 살아온 ‘토박이’ 후보임을 내세우고 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인 송 변호사는 시민운동가이자 같은 변호사 출신인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가까운 인사로 꼽힌다. 박 시장은 송 변호사가 출마 선언을 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10일 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송기호 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한미 FTA 대응에 앞장선 변호사”라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 약자들을 대변한 공익 인권 변호사”라고 치켜세웠다.
 
송 변호사는 또 서울시 자문 변호사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서울시장 3선 도전에 나선 박 시장이 이번에 민주당의 최종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송파을 선거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송 변호사는 지난해 추미애 대표가 영입한 인사이기도 해 추 대표의 측면 지원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추 대표는 송 변호사의 출판기념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지만 영상축사를 통해 힘을 보탰다.
 
하지만 송 변호사의 여의도행은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70%대 육박하는 가운데 핵심 측근을 자처하는 최재성 전 의원이 이 곳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최재성 전 의원 <뉴시스>
 박원순, ‘송기호 띄우기’
친문 인사, 崔 대거 지원

 
최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원내외 ‘친문’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경수·전재수 의원을 비롯, ‘文 영입 인사’인 양향자 광주시장 예비후보, 지난해 대선 당시 문 후보의 청년특보를 지낸 여선웅 강남구청장 예비후보 등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3선 출신의 최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민주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과 총무본부장을 맡은 바 있고, 지난해 대선 때는 선대위 종합상황본부 1실장으로 정권 교체에 기여한 인물이다. 20대 총선 당시 불출마를 선언한 그는 정권 교체 이후 청와대 입성이 점쳐졌지만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이호철 전 민정수석·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백의종군한 바 있다. 이후 정치권과 멀어져 있었지만 최근 추미애 대표가 만든 당 혁신기구 정당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복귀했다.
 
못마땅한 송-느긋한 최
‘어깨띠’ 놓고 격돌

 
20년 이상 ‘송파 토박이’로 지낸 송 변호사 입장에선 남양주 지역에 오랜 지역 기반을 둔 최 전 의원이 ‘친문’을 내세우며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 달가울 리 없다. 송 변호사는 이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하다 최 전 의원이 ‘문재인의 복심’이라고 크게 적은 어깨띠를 두르고 유세에 나서자 즉각 반발했다.
 
송 변호사는 “(그와 같은 행동은)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낡은 정치를 멈추라”고 일갈했다. 과도한 ‘친문 마케팅’을 멈추라는 것이다. 반면 최 전 의원은 “패권이나 당권을 가지고 전략공천을 하면 문제가 있지만, 경선은 경쟁”이라며 “내려꽂기(전략공천)도 아닌데 왜 패권주의인가”라고 반박했다.
 
송 변호사는 최 전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는 것을 놓고도 정당 혁신에 반하는 행위라며 공격했다. 이에 최 전 의원은 “경쟁은 아름다운 것”이라며 “본인이 전략공천 받기를 원하는가”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최 전 의원은 이번 선거의 격전지는 단연 수도권이고, 그 중에서도 송파을이 최대 격전지라고 판단, 직접 나섰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최 전 의원은 오는 8월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나설 후보군에도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는 최근 당권 도전 의사와 관련해 “지금껏 ‘헌신했다’, ‘내려놨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앞으로는 어떤 일이 요청되거나 필요하다면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 국회 입성 이후 당권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이번 송파을 출마를 두고 추 대표에게 “경선만 시켜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최 전 의원과 송 변호사 간 친문 대 비문 대결 양상은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치열한 경쟁이 되레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전’이 지나칠 경우 ‘어부지리’로 배현진 한국당 당협위원장의 막판 역전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친문 vs 비문 구도
民心 최 黨心 송 우세

 
한편 민주당은 복수 신청이 이뤄진 송파을 지역 등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할 방침이다. 민주당 광역·기초단체장급 경선은 권리당원 50%, 일반여론 50%로 진행된다. 당심 50%, 민심 50%인 셈이다.
 
민주당 내 송파을 쟁탈전은 민심은 최, 당심은 송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민심을 가늠하는 주민 대상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는 최 전 의원이 송 변호사의 두 배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송 변호사는 지역 밀착형 후보인 데다 송파을 지역위원장까지 맡으면서 강한 지역 조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한 여권 관계자는 “최 전 의원의 ‘문재인 복심’ 어깨띠 퍼포먼스는 상대적으로 밀리는 당심을 잡는 데 효과적이란 전략적 판단 하에 진행한 거 같다”며 “향후 경선 과정에서는 누가 지역 경제와 교육‧복지 등 지역 현안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필하는 것이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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