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범보수 vs 범진보’ 양분…이슈별 이합집산도 활발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추가경정예산(추경), 개헌, 남북 문제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4월 임시국회가 소집됐다. 사실상 전반기 국회 마지막으로 개최되는 이번 임시국회는 6·13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열리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여야 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7일 현재 표면적으로는 방송법·공수처 등 법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으나 핵심 쟁점인 개헌을 비롯해 추경 등이 겹치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아울러 4월 임시국회부터는 범진보 세력인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 교섭단체로 협상에 참여함에 따라 의회 지형이 변화돼 지금까지와 다른 정국을 예고하고 있다.
 
제4교섭단체 ‘평화와 정의’ 첫 국회 입성…‘2 vs 2’ 힘의 균형 ‘팽팽’
첫 시험대 ‘추경’ 전통적 여야 구도 속 평화·정의 정부案 반대 ‘존재감’
힘 겨루기 폭발 ‘개헌’ 청와대vs한국당 이견 극심…군소정당 가세 복잡 양상
한반도 정세 급변 속 ‘남북’ 범진보 범보수 명확하게 갈려…‘재보선’ 핵심 변수

 
지난 2일부터 교섭단체로 공식 등록한 평화와 정의(민주평화당+정의당)의 가세는 향후 각종 쟁점 현안을 둘러싼 여야 샅바 싸움에 중대한 요소로 꼽힌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제4교섭단체로 출범하면서 국회의 정치적 역학 구도는 ‘범진보’와 ‘범보수’로 양분됐다. 기존의 1(더불어민주당)대 2(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구도에서 2대 2로 균형이 맞춰진 것이다.
 
7일 현재 국회 재적 293석 가운데 범진보는 148석, 범보수는 145석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범진보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121석)을 비롯해 평화와 정의(20석), 민중당(1석), 무소속(3석, 정세균 의장·이용호·손금주 의원)에 당은 바른미래당이지만 평화당과 뜻을 같이 하는 비례 3인방(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등을 아우른다.
 
반면 제1야당인 한국당(116석)과 바른미래당(27석), 대한애국당(1석), 무소속(1석, 이정현 의원) 등은 범보수로 묶인다. 외견상 범진보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방선거에서의 현역 의원 출마와 국민의당에서 탈당해 무소속 상태인 이용호·손금주 의원이 사안에 따라 입장을 달리 나타낼 경우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
 
어느 한쪽도 과반수를 확실히 선점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제3·4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 평화와 정의가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현안에 따라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평화와 정의가 공식 출범함에 따라 개헌 등 각종 쟁점 현안에서 든든한 ‘우군’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당은 공개적으로 잘 드러내진 않지만 ‘진보 스피커’가 커져 내심 성가시게 됐다는 기류다. 다만 평화와 정의가 사안에 따라 정부 여당에 각을 세우기도 해 ‘이슈별 이합집산’도 다양하게 벌어질 거란 분석이다.
 
‘일자리 추경’ 놓고
여야 충돌 격화

 
이런 가운데 당장 6일 국회로 넘어온 4조 원대 규모의 정부 일자리 추경안은 복잡한 표 대결 구도와 함께 새롭게 짜인 의회 권력 경쟁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등을 위해 편성한 추경안을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함에 따라 추경안은 국회로 넘어왔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추경안에 대해 야당이 반발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범진보 진영인 평화당과 정의당도 추경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민주당으로선 곤란한 지경에 빠진 형국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 올해 전체 청년일자리 예산과 유사한 규모인 2조9000억 원을 투입해 5만 명 안팎의 청년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다. 또 자동차산업과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생산과 고용 위기에 빠진 전북, 경남, 울산 지역에 1조 원을 투입해 지역 경제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청년일자리 재난 상황을 극복하는 동시에 전북, 경남 등 산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일자리 대책을 위해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초과 세수 활용이나 국채 발행 없이 결산잉여금, 기금 여유자금 등을 활용한 추경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 여당이 ‘청년일자리 대책 미명 하에 선심성 현금 살포’를 추진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그간)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청년 및 중소기업 일자리 사업의 예산집행 실적은 엉망”이라며 “정부가 올해 본예산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면서 청년일자리 예산이라 여론을 호도하며 추경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도 ‘민간 주도 일자리’를 강조하며 세금이 들어가는 일자리 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평화당도 “단순히 취업 청년에게 ‘보조금’을 쥐어주는 땜질 처방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다만 평화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전북 지역 등에서 최근 GM사태 등 고용 위기가 발생한 데 대한 ‘지역 대책 추경’에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정의당의 경우는 비판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소하 의원은 “지난달 15일 정부가 발표한 청년일자리 대책에 대한 원인 진단과 해법에 문제가 있음을 (정의당이) 지적했다”며 “그 청년일자리 대책 연장선상에서 제출된 금번 추경안은 이미 여러 비판적 입장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추경안이 현재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 해결 방안으로 적절한지에 대해 책임감 있게 면밀히 따져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야당이 정부 추경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라 추경안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범진보 진영인 평화와 정의도 반대 입장을 표명, 그간 제기돼 왔던 ‘민주당 2중대’ 프레임을 일정 부분 깨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추경 규모를 낮추는 선에서 결국 정부 여당의 안에 손을 들어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핵심 지점은 ‘개헌’
고차 방정식 풀어낼까

 
여야 간 힘겨루기가 가장 센 지점은 헌법 개정 부분이다. 청와대와 제1야당인 한국당 안이 거의 모든 쟁점 사안에서 대척점을 이루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개헌과 함께 각종 민생·개혁법안 등 현안도 많아 여야 간 대치 전선이 강하게 형성되면서 얼킨 실타래를 제대로 풀 수 있을지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가장 입장 차가 큰 권력구조의 경우 대통령안은 ‘4년 연임 대통령제’로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총리 선출의 경우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헌 시기는 6월 지방선거 때 동시에 하는 것이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뽑되 외교·안보·국방 등 외치만 담당하는 상징적 존재로 남고,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를 국회가 선출함으로써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자는 입장이다. 사실상 내각제적 요소를 도입하자는 취지로, 대신 대통령에게는 국회 해산권을 갖도록 했다. 한국당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안을 ‘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헌 시기는 지방선거 이후 9월 국민투표가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두 교섭단체의 경우 개헌 세부사항을 놓고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어 개헌 ‘고차 방정식’이 점차 심화되는 모양새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에 대한 입장은 한국당과 유사하다. 다만 개헌 시기에 있어서는 6월 국민투표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평화와 정의는 큰 틀에서 내용과 시기에 대해 대통령안과 유사한 기조다. 다만 청와대가 주도하는 ‘밀어붙이기식’ 개헌 추진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민투표법 개정 문제도 개헌과 맞물리면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현행 국민투표법이 재외국민의 국민투표를 제한하고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6년부터 위헌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지만 국회에서의 법 개정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은 국민투표법 개정이 한국당의 개헌 의지를 시험하는 가늠자라며 압박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개헌에 대한 합의만 이뤄지면 국민투표법 개정은 자연스레 풀릴 문제라며 정부가 국회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148 vs 145
재보선 관심 집중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남북문제와 관련해선 범진보 범보수 구도가 비교적 명확하게 갈린다. 민주·평화·정의당은 제재·압박 기조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고,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서만이 비핵화로 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과거 전례에 비춰 북한의 ‘위장 평화’에 속아서는 안 되며, 북핵 폐기 때까지 제재·압박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개헌과 남북문제, 일자리 추경에다 국민투표법, 방송법,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등 개혁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대결 전선은 갈수록 강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범보수 범진보 진영이 팽팽한 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다 보니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관심이 집중된다. 양 진영의 근소한 차이가 재보선을 계기로 무너질지 이목이 쏠리는 것이다.
 
6일 현재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된 곳만 사실상 8곳이며, 향후 최대 10곳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개혁입법을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선거다. 반면 한국당은 최대한의 승리로 여권의 독주를 제압하기 위한 핵심 교두보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국회 교착 상태와 대결 국면을 해소할 돌파구를 어느 쪽에 열어줄지는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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