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빅 리거들의 복귀로 타격 부문 경쟁 치열…홈런왕·타격왕 자리 놓고 신경전

 
김현수, 박병호, 황재균(왼쪽부터)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최근 몇 년간 스타선수들이 줄줄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면서 정작 한국프로야구(KBO)는 다소 싱거워진 모습이었다. 투타 모두 큰 활약을 선보이지 못하며 구단들도 한국야구의 경쟁력을 두고 물음표를 내놓을 정도. 하지만 올 시즌은 젊은 해외 복귀파가 대거 합류하면서 개막 초부터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흥행주로 떠오른 복귀파들을 살펴봤다.
 
지난달 24일 2018 신한카드 마이카 KBO리그가 개막돼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김현수(30·LG 트윈스), 박병호(32·넥센 히어로즈), 황제균(31·kt 위즈) 등 빅리거들이 대거 복귀하며 타격 부문 경쟁은 지난 시즌보다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 빅리거가 둥지를 튼 LG트윈스, 넥센히어로즈, kt위즈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해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거액을 쏟아부으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각 구단은 이들 3인방의 활약 여부에 따라 올 시즌 성적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유독 짧은 시범경기가 탓에 큰 두각을 나타낼 기회를 얻지 못한 세 사람은 개막전에 이르러서야 각자의 진가를 드러냈다.

박병호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개막전 한화전에서 1루수 4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로 선전하며 ‘넥벤저스’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1년 만에 복귀한 황재균은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개막 2연전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

특히 25일엔 마수걸이 홈런을 쏘아 올리며 복귀파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냈다. 더욱이 이날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던 KIA 양현종을 상대로 홈런포를 가동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김현수도 무난한 시작을 알렸다. 개막 2연전에서 모두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안타를 하나씩 기록해 ‘타격기계’로써 시동을 걸었다.
 
박병호
  돌아온 홈런왕
최정과 경쟁 돌입

 
세 사람들 가장 눈에 띄는 존재감은 다름 아닌 홈런왕 타이틀을 되찾기에 나선 박병호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NC 다이노스 로건 베렛을 상대로 대포를 쏘아 올리는 등 홈런을 기다려 온 팬들의 기대에 호응했다. 박병호는 시범경기 7경기에서 22타석을 소화하며 홈런 두 방을 날렸다.

이에 관계자들은 유턴한 과거 홈런왕(2012~2015년)과 변함없는 장타력을 선보이는 최정(SK 와이번스)이 올 시즌 홈런왕 자리를 두고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장정석 넥센 감독도 지난 22일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박병호와 (마이클) 초이스가 둘이 합쳐 홈런 100개 쳤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장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박병호는 지난 5일 시즌 첫 끝내기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넥센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t와의 시즌 3차전에서 연장 10회 끝 4-3으로 승리했다.

넥센은 선발 에스밀 로저스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1회 로하스의 투런 홈런으로 리드를 내준 상황에서 초이스의 솔로 홈런으로 한 점을 만회했지만 추가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후 7회 바뀐 투수 고창성을 상대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다시 조상우가 한 점 실점하며 3-3 동점이 됐고 9회까지 양 팀 모두 득점이 없어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승부는 박병호의 끝내기로 마무리됐다.

이날 박병호는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앞선 타석에서 볼넷 하나를 기록했을 뿐 안타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3-3으로 팽팽한 10회말, kt 엄상백과의 7구 승부 끝에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첫 두 개의 공으로 파울을 만들며 2스트라이크에 몰렸지만 침착하게 공을 골라내 풀카운트를 만들었고 7구를 타격해 좌전안타를 뽑아내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이날 박병호의 끝내기는 2015년 5월 8일 목동 KIA전 이후 1063일 만이다.

그는 경기 후 “땅볼이 나올 수 있어 김하성을 거르는 건 당연했다. 초구부터 자신감 있게 외야플라이라도 치자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임했다. 풀카운트라 승부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잘 쳐낸 것 같다. 끝내기가 나오면서 팀 승리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 중심타자 역할을 한 것 같다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병호가 이제는 어엿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올해 홈런왕 고지에 다시 오를지와 함께 넥센이 가을야구 진출에 불을 붙일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넥센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박병호의 맹타가 절실한 상황이다.
 
황재균
  ‘신형 쌍포’ kt 타선의
빈틈 날려

 
지난해 가장 먼저 한국행을 결심한 황재균은 지난해도 꼴찌를 면치 못했던 kt에 큰 자산이 돼가는 모양새다.

kt는 막내 팀답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 왔지만 그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kt 타선이 폭발할 기미를 보이며 타 구단들 모두 긴장하고 있다.

각 구단 관계자들은 “kt 타선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상위 중심 하위 타선의 밸런스가 좋다”고 입을 모은다.

그 중심에는 황재균과 강백호가 자리 잡고 있다. kt는 창단 후 타선 보강을 위해 자유계약(FA)시장을 통해 유한준, 윤석민을 데려오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핫코너(3루)를 채우지 못해 여전히 빈틈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4년 총액 88억 원이라는 거액을 베팅, 황제균을 영입하며 3루를 채웠다.

김진욱 kt 감독은 “황재균이 캠프 때부터 공·수 모두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캠프 대부터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강백호와 황재균의 조합은 상상을 초월한다. 개막전서 지난해 다승왕에 빛나는 KIA 에이스 헥터를 상태로 만 18세인 막내 강백호가 포문을 열자 이에 자극받은 황재균도 6회초 로하스의 동점 솔로포에 이어 1타점 역전 적시타를 터트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다음날 경기에서도 1-14로 대패했으나 황재균이 한 방을 날리며 kt 타선의 자존심을 지켰다.

황재균이 주전 3루수·중심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타선 전체적으로 우산 효과를 심어주고 있다.

강백호가 2번을 맡고 황재균이 중심타선에서 멜 로하스 주니어-윤석민의 뒤를 받쳐주고 있다. 여기에 황재균의 뒤에 박경수·유한준·장성우 등 ‘한 방’이 있는 타자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상대팀 입장에서 kt 타선은 이제 피해갈 곳이 없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이 때문에 황재균과 강백호의 조합을 두고 kt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kt의 ‘신형 쌍포’가 타선 폭발을 이끌어 낼지도 관심사다.

김 감독은 “결국 지금은 1승보다도 이렇게 팀의 힘이 만들어지는 시간이 앞당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폭발력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kt가 목표로 하는 승률 5할의 가장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김현수
  2000루타 돌파
타격왕 자리 눈독

 
옆집으로 둥지를 옮긴 김현수는 ‘타격기계’로써의 위용을 드러낼지가 관심사다.

지난해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현수가 같은 구장을 쓰고 있는 LG 유니폼을 입으면서 파격행보에 야구팬들도 깜짝 놀랐다.

앞서 박병호가 친정팀 넥센에 둥지를 틀었고 이대호도 해외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다시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로 갔기에 당연히 김현수 역시 두산행이 유력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LG행을 택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것도 4년 115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며 비싼 몸값이 아깝지 않음을 입증했다. 시범경기때 타율 0.429(21타수 9안타)를 기록 6위를 차지했다.

물론 개막시리즈 2차전에서 김현수는 타점 없이 4타수 1안타로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그는 침묵을 깨고 지난달 28일 고척 넥센전에서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으로 9-3 승리를 견인했다.

특히 이날 그는 마수걸이 홈런포를 터트리며 류중일 LG 감독의 올 시즌 첫 승리를 안기며 환하게 웃었다.

또 김현수는 지난 3일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 5타수 2안타 1홈런 1볼넷 2타점을 기록하며 진가를 드러냈다. 다만 팀의 패배가 아쉬울 뿐이다.

앞서 류 감독은 지난달 22일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김현수에게 타율 0.350 이상, 안타 150개 이상, 홈런 30개 이상을 부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현수의 복귀로 타격왕 경쟁에도 한껏 불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이후 타격왕은 매년 새 얼굴이었다. 김현수가 타격왕에 오른 건 0.357을 기록한 2008년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김현수는 지난 1일 KIA를 상대로 1회말 2루타를 치며 KBO 개인통산 2000루타를 기록해 ‘타격기계’로서의 예열을 마친 상태다. 이에 올 시즌 야구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선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이들의 복귀를 두고 평가는 엇갈린다. 빅 리그에 정착을 못한 만큼 실패자라는 낙인도 이들을 따라다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도전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든 그들은 지금 다시 돌아와 새 시즌을 시작했다.

시작은 무난했지만 건재함과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만큼 자신의 가치를 몸소 보여줘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더욱이 이들의 실패는 한국프로야구가 빅리그의 벽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한국프로야구가 각성하고 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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