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라 허커비 샌더스는 백악관 대변인이다. 35세, 여성이다. 트럼프 대통령 눈 밖에 난 스파이서 대변인이 경질되면서 후임으로 발탁됐는데, 지금까지 대변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워싱턴 주류세력과 NYT, CNN 같은 거대언론과 갈등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최전방에서 엄호하는 대변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이다.
 
호프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최측근 실세로 통했다. 스물 아홉에 여성이고 랄프 로렌 광고에도 나왔을 정도로 미모도 뛰어나다. 세계 최강국 미국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이자 트럼프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로 여겨졌다. 호프 힉스가 러시아 스캔들로 사임하면서 트럼프의 백악관이 타격을 입었다는 평을 들었다.
 
새라 샌더스나 호프 힉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소년급제라고 할 만하다. 이전 정권보다 한층 젊어졌다고 하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주요 인사의 평균 연령이 50대인 것과 대비된다. 20대 후반, 30대 초반 4, 5급 행정관 나이의 어린애가 초강대국 미국을 움직이는 백악관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여성이.
 
대한민국 국회에도 정치적 비상을 꿈꾸는 의원이 있고, 의원의 입법, 정치활동을 보좌하며 언제라도 함께 타오를 준비가 된 보좌진들이 있다. 새라 샌더스나 호프 힉스는 미국에서도 유리천장을 뚫은 보기 드문 사례지만, 그들은 ‘여성’ 보좌진뿐 아니라 ‘남성’ 보좌진들에게도 선망의 존재다. 그들의 여성성보다 지위가 더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의원을 보좌하지만 별정직 공무원으로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국회 보좌진은 의원실 안의 작은 권력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회의원 뿐 아니라 보좌관, 비서관도 의원실 안에서는 권력자가 된다. 9급 행정 여비서라도 의원을 오래 모시게 되면 그 방의 ‘문고리 권력’으로 행세하는 경우도 있다. 최순실에서 보듯 권력이 성별을 가리지는 않는다.
 
국회 보좌진이 되겠다고 인턴으로 들어와서 정식으로 별정직 공무원이 되어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릴 자격을 얻는 것은 어렵지만 또 의의로 쉽기도 하다. 국회의원실에는 특별한 인사 원칙이 없다. 모든 것은 국회의원이 결정한다. 국회의원실의 인사는 말 그대로 운칠기삼(運七技三)만이 통용되는 불가해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내가 아는 어느 운 좋은 비서관은 인턴으로 합격해서 7급으로 입사하고 반 년 만에 5급 비서관을 달았다. 평소에 직원이 안 바뀌던 의원실인데 운이 좋다 보니 자리가 줄줄이 비게 되어 남들은 10년 가도 못 다는 경우가 흔한 비서관을 반 년 만에 단 것이다. 반면, 인턴만 3~4년 하다 그만두기도 하고, 끝내 ‘비서관, 보좌관’을 못 달고 ‘비서’로 마치기도 한다.
 
국회 보좌진은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기도 하고 모시던 의원이 입각을 하면 장관정책보좌관으로 가기도 한다. 특히 청와대는 국회 보좌진이 행정관이나 선임행정관이 되면 급여는 적어지고 격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옮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선택을 할 때 ‘여성’이라고 주저하는 경우는 못 봤다. 야망에 무슨 성별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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