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당내 경선이 진행 중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관심사는 서울시장 후보로 누가 나설 것인가이다. 박원순 현 시장에 맞서, 4선의 박영선 의원과 3선의 우상호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영선 의원은 현역의원 10% 감점에 여성 10% 가점을 받아 일단 스타트라인에서는 박원순 시장과 함께 섰지만, 우상호 의원은 현역의원 10% 감점으로 두 후보에게 뒤처진 상황에서 경쟁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감점제도, 가점제도가 정당 나름대로 궁리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공정한 경쟁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 공직선거법에서는 현역의원에 대해 의원직을 사퇴할지 여부만 규정하고 있고, 감점 또는 가점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가감점 제도는 법적인 근거도 없는 정당 내부의 논리에 의한 규정일 뿐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역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두 의원이 집요하게 결선투표제를 주장한 결과를 당 최고위원회가 추인한 모양새다. 어쨌든 이로 인해 두 의원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이 생기게 되었다. 과거에도 정당 역사상 결선투표에 따라 순위가 뒤바뀐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7대 대통령선거에서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신민당 대통령 후보직을 놓고 경쟁했던 김영삼, 김대중, 이철승 간의 선거결과를 떠올릴 것이다. 1차 투표에서 김영삼이 1위를 했지만, 결선투표에서 3위를 한 이철승의 지지를 끌어들인 김대중의 역전으로 신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역사를 자신의 역사로 치환하고 싶을 것이다.
 
사실 정치권에 결선투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 김영삼, 김대중의 분열로 군사정권의 연장을 초래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고, 지난 2012년 11월 27일에는 안철수의 돌발적인 후보 사퇴로 선거 전략이 꼬여버린 문재인 후보가 결선투표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랬던 그도 작년 대통령선거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이 주장했던 결선투표제를 일축했다. 그 결과 그는 투표자의 41.1%의 지지를 얻어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정치 선진국은 프랑스다. 작년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와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1차 투표에서 23.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마크롱과 21.7%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한 극우후보 르펜 사이에 결선투표가 실시되었다. 5월 7일 실시된 결선투표의 결과 마크롱은 66.1%의 득표율로 33.9%의 득표율에 머무른 르펜을 압도했다.
 
결선투표제의 영향에 의해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마크롱이었지만, 지난달 23일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BVA가 발표한 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마크롱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견은 40%에 그쳤다.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한 수치다.
 
결선투표제의 장점으로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은 당선자가 50% 이상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기 때문에 국가권력의 대표성과 정통성이 부여된다는 것인데, 그 장점이 지속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프랑스의 경우 이미 나타나고 있다라고 할 수 있다.
 
결선투표제를 외면하고 41.1%짜리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아직도 7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결선투표제가 아니라 어떻게 좋은 정치를 실현하는 것인가라고 할 수 있겠다. 결선투표제를 통해 얻은 득표율은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 좋은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담보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현실정치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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