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한국당 탈당→무소속 출마→무소속 연대’. 6.13 지방선거에 떠오른 새로운 변수다. 발단은 이렇다. 최근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주요 격전지 대부분에 전략공천을 단행했다. 그러자 출마를 준비해 오던 타 후보들은 당의 독단적인 공천에 반발했고 이는 공천 탈락 후보들의 ‘줄탈당’ 움직임으로 번졌다. 한국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얘기다. 급기야는 이들 사이에 ‘무소속 연대’ 신호까지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돌풍을 일으켰던 ‘친박 무소속 연대’에 이어 2018년엔 ‘반홍 무소속 연대’가 꿈틀대고 있다는 관망이다. 물론 홍준표 대표는 여태 그랬듯이 ‘무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봤자 당선될 수 없다는 확신에서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의 기류는 심상치 않다. 한국당의 텃밭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보수 분열도 모자라 한국당 내부 분열 사태가 초래된 것은 여권에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다 줄 가능성이 높아진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안상수, 이종혁, 김영선, 안홍준

- ‘보수 분열’도 모자라 ‘한국당 분열’? “무소속 연대, 여권에 漁父之利 안겨줄 것”
- PK·TK 기초단체장 공천까지 반발... “공천 끝? ‘공천 후유증’은 이제부터 시작”
 

자유한국당에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도부가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부산·창원시장 후보를 전략 공천하면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한 공천 탈락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종혁·안상수·김영선·안홍준,
‘무소속 연대’ 불 지펴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을 우습게 알고 선거 때면 오만한 공천을 하는 정당에 이제는 아웃을 선언할 때”라며 “무소속 시민후보로 부산시장에 도전하겠다”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당이 서병수 현 부산시장을 전략 공천한 데 대한 반발이다.
 
창원시장 재선 도전을 계획하고 있는 안상수 현 창원시장 역시 당이 창원시장 선거에 홍준표 대표의 측근인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전략 공천하자 크게 반발했다. 그는 지난 4일 “홍준표 당 대표는 창원시장 후보 공천을 무효화하고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경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미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 전 최고위원과 안 시장은 급기야 ‘무소속 연대’에도 불을 지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3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부산지역 16개 구·군을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 논의가 물밑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이를 시작으로 부·울·경(부산·울산·경남)까지 연대 범위를 확장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정 지역은 이미 무소속 연대 합의를 이뤘고 일단 부산지역 전체를 묶어 낼 것”이라며 “PK 지역에서 무소속 출마 희망자들의 요구가 있어 PK 연대 가능성도 농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수 시장 역시 “여론조사 꼴찌 수준인 사람이 당 대표 측근이라는 이유로 공천을 받는 건 잘못된 것으로 이를 취소하고 경선으로 정상화돼야 한다”며 “4월 중순까지 당이 경선을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해 탈당자 규합에 들어갈 것이다. 다른 당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과도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안 시장의 ‘야권 연대’ 발언에 경남지사 예비후보로 활동했던 김영선·안홍준 전 국회의원은 지난 1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상수 시장과 함께 무소속 연대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고 화답했다.
 
이들은 “공천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확신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5월 초부터 무소속 연대 등을 고려하겠다”며 “안 시장도 전화통화에서 무소속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안 시장은 “당원 5천여 명과 함께 탈당하는 것은 물론 무소속 연대 등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재화답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창원지역 책임당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천여 명의 창원시 책임당원 동지들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시장과 운명을 같이하기로 결의했다”며 “중앙당이 4월 말까지 창원시장 공천을 다시 하지 않으면 5월 초에 안 시장과 함께 5천여 명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겠다”고 촉구했다.
 
5천여 명은 지난 선거 때 안 시장을 도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던 사람들이라고 비상대책위는 설명했다. 이들은 우선 1천53명이 탈당계를 제출하기에 앞서 직접 탈당신고서를 작성, 비상대책위에 제출했거나 탈당을 위임했다고 밝혔다.
 
TK·PK 기초단체장 공천까지 잡음...
‘공천 후유증’ 어디까지 확산될까

 
한편 한국당의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한 잡음은 김해·사천·거창·남해 등 다른 PK 지역은 물론 TK 기초 단체장 선거에 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자유한국당 김동순 김해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2일 김해시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의 불공정한 경선 룰을 인정할 수 없다며 만약 이를 강행할 경우 특단의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당 경남도당은 김해시 기초단체장 후보를 경선을 통해 선정하겠다고 밝히고 공천신청자인 정장수 특보, 김동순 김해시의원에 대해 지역 여론조사 100%로 이달 초 경선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동순 의원이 경선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경선에 불참하면서 정장수 특보가 단수후보로 결정됐다.
 
사천시장 후보 전략공천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일어났다. 송도근 사천시장의 공천을 즉각 철회하지 않을 경우 탈당은 물론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동식·이종범·송영곤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들은 지난 9일 오전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 실정을 무시하고 중앙당에서 일방적으로 전략 공천을 결정하는 것은 자치시대에 역행하는 처사이며 기초자치단체장 공천을 중앙당에서 꼭 결정해야 하는가”라며 “만약 우리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때는 집단 탈당 및 무소속 출마 등을 결행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탈당 및 무소속 출마에 이어 후보 단일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혀 향후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거창군 기초의원 공천심사 결과와 관련해서도 일부 탈락 예비후자들이 공천 결정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사태가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최기봉 경남 거창군수 예비후보는 지난 6일 거창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의 당내 경선방식에 대해 불공정을 주장하며 강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또한 남해군수 공천에서 탈락한 문준홍 남해 미래정책 연구소장 역시 경선 과정의 불공정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자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기초단체장 공천이 마무리된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도 공천 후유증은 심각하다. 이번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 대부분이 ‘공천이 아닌 사천’, ‘특정 후보를 겨냥한 밀실공천’이라는 반발과 함께 당 중앙당 공관위에 재심 청구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수후보 결정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배기철·오태동·윤형구 한국당 대구 동구청장 예비후보도 지난 11일 지지자들과 함께 한국당 대구시당을 항의 방문하고, 공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당 중앙당 공관위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천에 탈락한 광역의원들도 무소속 선거전에 뛰어든다는 복안을 짜고 있다. 최길영(북구`재선) 대구시의회 부의장, 박상태(달서구`재선) 부의장은 무소속 출마를 두고 장고에 돌입했다.
 
경북은 현직 단체장이 3선에 도전하는 기초단체에서 혼탁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한국당이 3선 도전 단체장들에게 교체지수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공천에서 배제된 최양식 경주시장의 지지자들은 김석기 한국당 경북도당 위원장 사무실과 경북도당을 찾아가 거칠게 항의했다.
 
설상가상으로 TK 일부 지역에서도 공천 탈락자 간 무소속 연대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2008 ‘친박무소속연대’이어
2018 ‘반홍무소속연대’ 탄생?

 
김문오 달성군수는 한국당 공천과 관련, 무소속 출마 강행 의사를 밝혔다. 남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고배를 마신 권태형 전 남구 부구청장, 윤영애 전 남구청 국장도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의 기초단체장 공천은 지난 11일을 끝으로 마무리됐을지 모르지만 ‘공천 후유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공천 후유증이 본격화됐음에도 지난 2008년과 같은 무소속 돌풍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정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돌풍을 일으킨 사례는 극히 드물다. 무소속 돌풍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친이계의 공천 학살에 반발해 탈당을 감행하고 무소속으로 연대했던 ‘친박무소속연대’다.
 
그러나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내걸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있다. 더욱이 한국당의 텃밭인 영남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사뭇 다른 실정이다. 한국당 간판을 내걸고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소속 출마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영남권에서 보수 진영의 분열도 모자라 한국당 내부 분열이 일어났을 때 여권에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다 줄 공산이 높아진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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