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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6.13지방선거에서 ‘문재인 후광’ 효과를 얻으려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주자들의 욕심이 극에 달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10~15%의 지지율 상승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일부 의원들은 경선에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문재인 복심’ ‘문재인 심장’에 이어 ‘문재인 여신’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홍보물에서는 물론 유세현장에서도 ‘문재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탓에 “민주당 경선판에 정책은 실종되고 ‘문재인’만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다. 문 대통령과 인연만을 앞세우느라 정책은 ‘뒷전’으로 전락했다는 것. 여기에 ‘비문계’ 의원들의 반발이 더해지며 계파 간 갈등 조짐까지 보인다. 일각에서는 당내 주류인 친문계 의원들의 압박으로 당 최고위가 “경선에서 전·현직 대통령의 이름 사용을 금한다”는 당 선관위의 결정에까지 손을 댔다는 비난이 제기돼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당 최고위, “전·현직 대통령 이름 불가” 선관위 결정 뒤엎어
또 친문계 밀어주기 논란… 비노·비문계 의원들 반발 확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지방선거 경선에서 후보자들이 문재인·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난 6일 최종 결정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직후 “당규 11호에 준해 공식명칭 사용을 허용키로 했다”며 “20대 지방선거를 준용해 시행세칙을 제정하도록 의결했고 이 내용을 선관위에 내려 보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당 최고위는 탈당 경력이 있는 이용섭 광주시장 후보에 대해 복당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10%만 감산키로 했다. 기존 당헌에 따르면 20%까지 감산할 수 있다.

이로써 후보자들은 ‘노무현·문재인 마케팅’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6.13지방선거 민주당 경선에서는 20대 총선을 준용, 후보자들이 대표 경력에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정부 당시 청와대 근무자나 장·차관 출신에 한정해 허용된다.

이에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활동 경력이 있는 후보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연일 70%에 육박할 만큼 높아 문 대통령의 이름을 넣는 것만으로도 지지율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거론만 해도 지지율 10~15% ↑

하지만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 최고위의 이 같은 결정은 이른바 친노·친문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무현·문재인 등 명칭을 사용할 경우 지지율이 10~15%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당 공직후보추천관리위원회는 사용을 금하기도 했다. 즉 최고위의 이번 결정은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당 선관위 방침을 뒤집은 것으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에 비노·비문계에서는 대통령 이름 대신 ‘제○○대 대통령’ 등 표현을 사용하자는 의견을 제기한 바 있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없다는 이유로 본선도 아닌 당 경선에서까지 불이익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 같은 최고위의 결정이 당내 주류인 친문계의 압박 때문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며 비노·비문계의 반발은 커지는 상황이다.

비문계의 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관련 경력이 없으면 명함도 못 내미는 분위기”라며 “지역 현안과 관련한 정책을 고심해 내놓고도 환영 받지 못한다. 10개 정책보다 ‘문재인 대통령’ 이름 하나가 더 먹히는 실정”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앞서 민주당은 결선투표 도입을 통해 이미 한 차례 ‘친문계 밀어주기’ 의혹을 받았다. 이와 맞물려 ‘노무현·문재인 마케팅’을 사실상 허용한 이번 방침이 이 같은 의혹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정가에서는 “친문계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등에 업고 6.13지방선거를 쥐락펴락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추미애 “품격 떨어져” 文 마케팅 자제 당부

실제로 경선 후보들은 홍보물은 물론, 선거 사무소 개소식이나 유세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을 앞세우는 모양새다. 일부 의원들은 대표 홍보 문구로 ‘문재인의 복심’ ‘문재인의 심장’ ‘문재인 핫라인’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양향자 최고위원(광주시장 민주당 예비후보)은 ‘문재인의 복심’ 타이틀을 내건 최재성 전 의원의 송파을 재보선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 ‘문재인의 여신’이라는 언급까지 했다. 양 최고위원은 “문재인의 복심이 최재성(전 의원)이라고 했는데, 내가 ‘나는 뭘로 할까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문재인의 여신’ 하라더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한 후보는 선거 사무소 벽면 전체에 문 대통령과 포옹하는 모습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다른 후보는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영상으로 제작, SNS 홍보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급기야 당 대표까지 나서 문재인 마케팅 과열 자제를 공개적으로 당부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지나치게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문구를 사용해 식상함을 야기하고 진정성이 반감되지 않도록 해 달라”며 “어깨띠나 요란한 현수막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일은 집권당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비아냥거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경선이 자칫 정책보다는 계파 간 대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친문계 의원들은 같은 친문계 후보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마다 총출동하며 세를 과시하는 양상까지 띠어 계파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 경선을 두고 “정책은 없고 문재인 대통령만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종 마케팅이 난무하는 경선판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유권자들의 혜안(慧眼)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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