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출시 후 대대적 할인 공세…판도 변화 예고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수입 자동차 업체들의 파격적인 할인 공세가 시장 판도를 뒤집어 놓고 있다.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수입 자동차 판매 1위로 등극한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부터 2년 만에 시장에 돌아온 아우디·폭스바겐(Audi·volkswagen)까지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또 수입 자동차들의 공격적 행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역시 관심사다.

벤츠부터 BMW, 아우디·폭스바겐까지 각축전
수입차 시장 확대에 올해 내내 할인 전쟁 예고


올해 수입차 업체는 신차 출시부터 연달아 예고되고 있다. 우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가 올해 각각 세단과 SUV를 중심으로 새로운 차량을 선보이기로 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본격적으로 판매를 재개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 1월 AMG E63 4매틱을 출시한 데 이어 상반기 중 E클래스 카브리올레, CLS, S클래스 쿠페와 카브리올레 부분변경모델, AMG E63 S 4매틱을 추가로 내놓는다.

친환경차 EQ 브랜드의 GLC350e와 C350e 등 2종도 상반기 시장에 착륙한다. 하반기에는 C클래스 부분변경모델, G클래스 부분변경 모델, AMG GT 4도어 모델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BMW코리아는 SUV 제품군인 X시리즈를 중심으로 10여종을 출시할 전망이다. 올해 첫 주자로 뉴 X2를 출시하고 뉴 X4와 뉴 X5 완전변경 모델도 내놓는다. 고성능모델인 뉴 M5, 뉴 M4 CS, 뉴 M2 컴피티션을 선보여 역동적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본격적으로 판매를 재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의 독일산 자동차 선택 폭은 더욱 넓어진다. 폭스바겐은 지난 2월 중형세단 파사트GT를 선보인 데 이어 새로운 티구안과 아테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우디는 지난 3월 새 A6 판매를 시작했는데, A6는 국내에서 판매가 중단되기 전까지 연간 1만 대가 팔렸을 정도로 인기 차종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향후 3년 동안 폭스바겐,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4개 브랜드에서 모두 40종의 새 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차 출시가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할인 공세도 공격적이다. 특히 수입차 시장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벤츠는 그동안 내세웠던 무할인 정책을 버렸고 BMW 등의 여타 수입자동차 업체의 할인 공세도 두드러진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E200에 공식할인을 850만원까지 해주겠다고 나선 상태다. E200은 지난 3월 한달 간 베스트셀링 1위를 기록한 모델이다. 판매량은 무려 2736대에 달한다.

집계 기간을 1분기로 늘리면 4212대를 팔았다. E200은 공식할인에 다양한 부가할인까지 더하면 출시가 6000만 원대인 E200을 4000만 원 후반대에 구입할 수 있다. 더불어 C클래스에 대해서도 900만 원 가까운 할인 행사와 중고차를 반납하면 500만 원을 추가 할인해줬다. 

BMW코리아의 경우 지난 2월부터 3시리즈와 3시리즈 GT 모델에 최고 1700만 원에 달하는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했다. 차량 기본 할인 1200만 원에 중고차를 반납하면 500만 원을 추가 할인해주는 트레이드인 전략도 만들었다.

트레이드인 전략이란 기본할인에 기존 중고차를 반납하면 추가 할인해 주는 제도다. 기존에 자신이 쓰던 차를 반납하면 최대 500만 원까지 할인해 줘 500만 원 더 싸게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수입차 업체들 중 할인 폭을 높여가는 것은 아우디도 마찬가지다. 아우디는 A6 2.0 디젤을 할부금융 이용 시 최대 1300만 원까지 할인해 주고 있다. 폭스바겐은 파사트GT를 1000만 원 공식 할인 행사로 활용한다.

폭스바겐은 중형 세단인 파사트 GT의 전 트림에 대해 기본 10%로 할인을 제공하고 중고차를 매입하는 경우 400만 원을 추가 할인해준다. 여러 가지 할인 혜택을 더하면 최대 1000만 원까지 가격이 낮아진다.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전문가들은 수입차 업체 할인 정책은 디젤게이트로 시장을 떠났던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 재개로 인한 대응이라고 판단한다. 아우디·폭스바겐이 빠진 사이 벤츠가 2년 연속 수입차 시장 1위를 수성한 만큼, 이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설명이다.

디젤게이트를 딛고 2년 만에 시장에 뛰어든 아우디·폭스바겐 역시 판매량 회복을 위해 대대적 할인에 나서면서 정면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앞으로도 수입차 시장 경쟁이 격화돼 가격 할인 경쟁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산 자동차가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였던 시기는 오래전 지나갔다”면서 “수입자동차 업체가 가져가는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진 만큼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수입 자동차 업체들의 불붙은 할인경쟁에 수입차 점유율은 날이 갈수록 상승세를 보인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6만 7405대 수준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22.6% 증가한 수치다.

특히 벤츠의 성장세가 무섭다. 벤츠는 올해 1분기에만 전년 대비 13.1% 증가한 2만 1633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벤츠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32.09%에 달했다. 지난해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전년 대비 3.5% 오른 23만 3088대다.

한편 심화되는 경쟁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할인 폭이 늘어나면서 원하는 차량을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좋다는 시각과 그동안 할인을 적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용하지 않았나는 반증이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한 소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이 없는 동안 그렇게 콧대가 높았던 다른 업체들이 할인에 나서는 꼴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반대로 말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는데도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경쟁이 심화되면 가격 정책도 변하는 것이 시장 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낮은 가격으로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로서 좋은 일이다. 다만 꼼수 할인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거나 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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