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의 반란, ‘얼리어먹터’들의 성지가 되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막강한 파워로 주택가 오밀조밀한 골목길이 황금 알을 낳는 알짜배기 상권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종로 삼청동, 서촌길, 망리단길(마포구 망원동), 샤로수길(관악구 서울대입구), 연트럴파크(마포구 연남동)에 이어 최근에는 종로구 익선동의 골목길, 성수동 카페골목과 뚝섬역과 문래동 샛길을 중심으로 이색 맛집과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강남보다는 오래된 골목길이 많은 강북 상권에서 더 활발하다. 경기도에서도 창업자들이 기존의 대형 상권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골목상권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골목길 상권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무한 복제가 가능한 시대에 아날로그의 감성이 가진 힘에 기인하다. 복제될 수 없는 추억과 시간, 그리고 작은 것들이 주는 아늑함은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주는 작은 위로다.
 
골목길 상권에서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성공하기 힘들다. 대신 새로움과 차별화된 개성을 가진 업종들이 인기를 얻는데 이것도 복제된 것이 아니라 고유한 가치를 찾는 고객들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이어지는 관악로 14길, 일명 ‘샤로수길’의 경우도 노상에 자리를 깔고 채소와 과일 등을 팔던 시장 골목에 젊은 창업자들이 모여들어 프랑스가정식, 수제버거, 디저트카페, 수제맥주전문점, 세탁소카페 등 개성 있는 점포들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이슈가 되었다.
 
종로구 익선동의 경우엔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로 다양한 컨셉의 게스트하우스들과 고즈넉한 한옥, 트렌디한 펍 분위기의 수제맥주전문점과 레스토랑,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에 예쁜 카페들이 줄지어 있고, 태국, 인도, 터키 등 에스닉푸드를 전문으로 하는 이색 외식점들이 주로 입점해 있다.
 
상권의 변화
 
1인가구 증가, 저출산고령화, 생활패턴의 변화 등 변화의 흐름 속에 골목상권이 변화하고 동네 풍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주택가, 골목상권에서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업종으론 편의점, 반찬전문점, 치킨배달 및 호프, PC방, 중화요리배달전문점이 있으며, 세탁편의점, 유아동 대상의 학원업, 미용실, 휘트니스클럽 등의 생활밀착형 업종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주택가 상권 창업은 유동인구가 아닌 고정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다 보니 아이템을 잘못 선정할 경우, 매장이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해당 지역의 구성원과 소비패턴 파악이 우선이다.
 
다세대 주택과 원룸이 혼재되어 있는 곳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혼밥집이나 도시락전문점, 설렁탕, 곰탕 등 단품 한식업종과 수제버거, 드립커피 등의 카페업종과 더불어 반려동물케어전문점, 무인세탁소, 편의점형 주점, 게스트하우스 등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가 많이 사는 25평 이상 30평 내외의 중소형 아파트 지역의 경우 지역 내에서 외식과 구매를 활발히 이루는 만큼 업종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세대구성원이 비교적 젊은 부부나 맞벌이 부부가 많은 단지는 주중에도 야간 소비비율이 높은 편이다.
 
편의점과 코인세탁소 등 주로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업종이 증가세며, 젊은층들을 겨냥한 펍&레스토랑, 떡카페, 저가형 회집, 오징어회 전문점, 훠궈 양꼬치전문점, 개조한 에스닉푸드전문점 등 트렌디한 음식점들 또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주택가에서는 단골 확보가 승패를 가른다. 사골칼국수전문점 ‘밀겨울’은 주택가에 주로 입점해 가심비 칼국수집으로 이름을 알리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사골칼국수 한 그릇의 가격이 3500원이며, 3월 출시하는 시락국밥(시래기국밥)또한 가격이 3900원으로 편의점과 가격경쟁력에서도 밀리지 않으면서 편의점에선 맛볼 수 없는 온기를 담은 메뉴들로 상품 경쟁력을 갖춘 것이 인기요인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다양한 업종이 주택가골목상권에 등장하고 있는데 업종을 막론하고 사업의 성패는 충성고객을 얼마만큼 확보하는 것에서 갈리게 된다. 한정된 지역주민들을 단골로 흡수하기 위한 마케팅전략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강한 상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주택가상권의 소비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는 엄마부대들에게 맛있다는 입소문만 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한다.
 
가령 무항생제 치킨전문점 ‘자담치킨’의 경우 주부들의 단체모임과 가족외식이 주를 이루는데, 항생제가 없는 친환경 사료를 먹고 건강하게 자란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후라이드치킨으로 내 아이와 가족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자 하는 엄마들에게 합격점을 받으며 성장한 치킨 브랜드다. 주로 임대료가 저렴한 동네 상권이면서도 가족단위 고객들이 찾아 올 수 있는 길목에 있는 점포를 집중적으로 입점하고 있으며 배달형이 아닌 치킨호프형태로 운영된다.
 
‘신선죽’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죽전문점 ‘죽이야기’ 또한 주택가 인근에서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성장한 브랜드다. 영양죽 31종 외에 볶음밥, 비빔밥, 육개장, 누룽지탕, 유기농주스, 항아리커피, 유기농스낵, 신선견과류 등 다양한 퓨전 한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무엇보다 발아퀴노아를 넣은 Dr.이유식이 ‘죽이야기’의 전매특허다. 맛은 물론 아이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풍부한 영양가를 담고 있고, 유리병에 담아 제공하기 때문에 환경호르몬에 대한 염려도 덜어 유모차부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달 서비스 강화 등 지역밀착 마케팅도 필수다. 맛집추천앱이나 배달앱 등을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앱에 등록해 배달서비스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세계1위 카레브랜드로 알려진 ‘코코이찌방야’의 경우 홀판매 중심에서 최근 배달을 실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달서비스 또한 내방객과 동일하게 밥의 양과 매운 정도, 토핑 선택 주문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배달 용기엔 밥양, 매운단계, 조리제조 시간 등의 카레정보를 상세히 적어 고객에게 전달해 만족도를 올렸다. 배달 삼겹살전문점과 함께 찌개·탕·국밥 등 집밥 메뉴를 취급하는 배달 전문 외식업이 동네 상권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골목의 재조명은 예비 창업자에게는 새로운 입지 전략을, 기존 점포 운영자들에게는 공간의 재활용이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찍이 한국창업전략연구소에선 서울 및 경기도 지역을 순회하며 다양한 상권탐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예비창업자들에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상권의 지형지세와 임대료 시세, 해당 상권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맛집이나 인기 업소를 돌며 성공 비결을 배우는 이동 강의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