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관리 미흡하고 이용자도 적다” 실효성 의문 제기

서울 성동구 금호근린공원에 위치한 아리수 음수대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서울시가 수돗물 ‘아리수’와 관련해 논란을 빚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아리수가 아닌 정수기 물을 마신다는 세간의 질타를 받은 것. 이에 서울시는 공직사회 내부부터 솔선수범해서 아리수를 마실 수 있도록 자치구, 투자출연기관에 아리수 음수대를 확대 설치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일단락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아리수 음수대의 실효성 자체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내놓는 상황. 일요서울은 아리수 음수대가 설치된 현장에 찾아가 음수대 관리 실태와 시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부 음수대, 녹슬고 먼지 쌓여···음용 표시 없어 무분별 사용도

기자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시내 여러 곳에 위치한 옥외 아리수 음수대(이하 음수대)를 찾아갔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위치한 금호근린공원. 8명가량의 시민들이 앉아 있었다. 그러나 음수대는 물을 튼 흔적이 없다. 한 수도는 꼭지가 없어서 버튼을 누르면 물줄기가 밑으로 줄줄 흐른다. 일부는 녹슬고 모래와 미세먼지가 쌓여 있다.

부착돼 있는 ‘수질검사결과’ 표를 보니 음용 ‘적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수질 검사는 지난해 10월 10일에 한 것으로 돼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수질 검사는 관할지역 수도사업소에서 분기별 1회 실시한다고 적혀 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A씨는 “수질검사만 해서 뭐 하느냐. 딱 봐도 녹슬고 먼지가 가득한데 뭘 믿고 마시냐”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어린이공원에 위치한 아리수 음수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삼각지어린이공원. 이곳에 있는 음수대는 수도꼭지가 없고 먼지가 가득했다.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질검사결과 표도 가려져 있다. ‘음수대 관리현황’이라는 문서만 크게 붙어 있는 모습이다. 음수대 위쪽에는 쓰레기가 놓였고 측면에는 실금도 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B씨는 “이럴 거면 그냥 없애는 게 낫다. 세금을 들여 유지 보수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며 “이용하는 시민들도 거의 없는데 계속 확대할 필요가 있나”라고 전했다.

그러나 용산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수질검사와 관련해서 수도사업소랑 협의 중에 있다. 분기별 수질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사업소랑 협의한 뒤 조치한 다음 개방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수도꼭지에 대해서는 “겨울철에 임의로 쓰는 분들이 있다 보니 동파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개방 시엔 수도꼭지를 다 부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 달맞이봉공원에 위치한 아리수 음수대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위치한 달맞이봉공원.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아리수음수대위치정보’에는 이곳에 음수대가 있다고 표시돼 있으나 기자는 1시간여를 헤맸다. 걸음을 옮기던 중 호스가 연결돼 있는 수도가 보였다. 한 시민은 이 수돗가에서 반려동물을 씻기고 있었다. 동물이 호스를 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성동구청 공원녹지과에 문의했다. 이곳이 음수대가 맞다고 한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일반 음수대처럼 시설이 돼 있는 것은 아니고 수도꼭지처럼 생겼을 것이다. 그거 하나가 있다”고 말했다. ‘마셔도 되는 물이냐’라는 질문에 “맞다. 그게 다 수도가 연결돼 있다. 음용 가능한 물이다”라고 밝혔다.

 
달맞이봉공원에 위치한 아리수 음수대 측면
        이 음수대에는 수질검사결과 표도 없다. 음수대 측면에는 무엇인가 떼어 낸 흔적만 남아있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책 나온 C씨에게 음용이 가능한 음수대라고 말하자 C씨는 “그런 줄 알았으면 반려동물을 씻기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음수대라는 표시도 없고 설명해 주는 부착물도 없는데 어떻게 이게 음수대인 줄 알겠는가. 산책 나올 때마다 (반려동물에게) 먹이고 씻겼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되겠다”면서 “그런데 사람이 먹기엔 딱 봐도 더럽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장충단공원에 위치한 아리수 음수대
      유동인구가 많은 장충단공원, 반포한강공원에 위치한 음수대는 비교적 관리가 잘 돼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녹이 슬고 먼지가 쌓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 위치한 아리수 음수대
   현장에서 만난 시민 D씨는 “가끔 길가다 보면 개와 새들이 음수대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는데 어떻게 입을 대고 먹느냐. 관리 측이 수질검사를 했을 때 입구 등을 청결하게 하고 온전히 물로만 평가를 했을 것 아니냐. 그래서 (검사가) 깨끗하게 나왔을 것 같다. 방치된 상태로 측정을 했는가가 관건 아닌가”라면서 “요즘 미세먼지도 극성인데 뭔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안 그래도 신뢰도가 낮은 마당에 깨끗하다고 홍보만 해서 되겠는가. 음수대 부스 설치나 소독티슈 비치 등 여러 대책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 E씨는 “기계를 늘릴 돈이 있으면 복지관이나 노인정에 사설 정수기 하나 사서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씨는 이번 아리수 서울시 공무원 논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E씨는 “본인들도 안 먹는 걸 시민한테 홍보해서 뭐하느냐. 그건 정말 잘못 된 것이다. 공무원들도 먼저 실천하고 서울시장도 아리수를 먹어야 할 것”이라며 “청와대도 서울에 있는데 대통령이 수돗물을 마시지는 않을 것 아니냐”라고 전했다.

이처럼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의 시민들은 음수대에서 아리수를 “먹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미관상 음수대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큰 공원에서는 음수대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이 밖에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돌출돼 있는 입구에 미세먼지가 쌓이면 그대로 물과 함께 먹게 된다는 주장이다. 시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홍보 외에도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에 우려와 관련해서 서울시 공원녹지기획팀은 일요서울에 “우선 저희 팀에서 알고 있기로는 아직 구체적으로 대책을 수립하거나 논의된 사안은 없다”면서 “미세먼지와 관련해 (서울시에서) 종합적으로 사안들에 대해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음수대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계획과 방향이 수립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확정된 바가 아니라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음수대 관리에 대해서는 서울시 공원관리팀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세부적으로는) 서울시 관할 공원관리청에서 관리한다”고 말했다. 외부적 요인에 대해서는 “요즘에는 (음수대가) 마시는 부분이 있고 세족하는 부분이 따로 있다. 그래서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예전에는 수도꼭지처럼 (돌려서 물을 틀었는데) 지금은 버튼식으로 먹게끔 바뀌었다. 요즘에는 그런 방식의 음수대를 설치하고 있다. 실제 야외 음수대 관리는 우리 주관이 아니다. 서울시, 자치구 등 공원‧녹지 관리부서가 야외 음수대를 관리한다”면서 “(우리는) 구청에서 직접 관리를 하라고 이관을 시켰다. 관리가 미흡한 부분에 대해 우리가 설치한 것은 한 달에 한 번씩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민 의식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음수대에서 음용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 또 큰 공원의 경우 인파가 몰리면서 음수대에 쓰레기 등을 버리고 가는 일도 허다하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공연을 하고 나면 쓰레기가 산더미 같이 생기지 않느냐. 공원을 이용하면서 (음수대) 주변에 쓰레기 같은 것을 잘 치우고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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