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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두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뜻한다.

최근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를 쓴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어려운 출판 시장 상황 속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밖에도 페미니즘 전문서나 대한민국 여성의 애환을 담은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페미니즘이 빠르게 공론화된 계기는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운동’이다. 숨어 있던 각계 성폭력 피해자들이 세상으로 나와 발언하면서 이윤택, 고은 등 저명한 이들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했다. 이후 미투운동은 정치권으로 퍼졌다.


‘미투운동’ 촉발 與·野 모두 성폭력 관련 법안 발의 증가
음주·심신 미약 감형 사유 불가, 공소시효 제한 규정 삭제



미투운동이 정치계까지 퍼지면서 여론이 더욱 들끓기 시작했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경우 “미투운동을 지지한다” “나는 남성 페미니스트다”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져 더 많은 공분을 샀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유석 판사는 나부터 바뀌겠다는 뜻의 ‘#Mefirst’ 운동을 시작했으며 각 정당들은 ‘여자만세(여자와 자유한국당이 만드는 세상)’라는 캠페인을 열거나 ‘#Withyou(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함께하겠다는 뜻의 운동)’라고 적힌 포스터를 드는 등 피해자를 향해 연대와 지지의 뜻을 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각 정당들은 성폭력 관련 법안들을 앞다퉈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각 정당에서 발표한 여성 관련 정책의 발의 현황을 살펴봤다.

먼저 발의안 검색은 국회에서 운영하는 ‘의안정보시스템’ 사이트를 이용했다. 기간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제20대 국회로 한정했다. 또한 대표 발의자를 비롯한 발의자 모두의 정당을 포괄해 계산했다(발의일 기준).

검색 단어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다.

여성 관련 법안의 정의를 성폭력 범죄라는 범위로 국한할 수는 없지만 미투운동이 촉발제가 됐다는 점을 고려, 앞선 3개를 주제로 한 법안 발의를 살펴봤다.

법안 발의 건수
더불어민주당 1위


가장 발의가 많이 된 것은 총 66건을 기록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중 정부 및 위원장이 제안한 3건을 제외한 63건이 의원 발의다.

의안의 처리는 발의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접수하면 논의가 진행되고, 논의를 마치면 발의안에 대한 처리에 들어간다. 이 과정을 거친 법안을 ‘처리법안’이라 한다. 만약 발의안이 논의 단계에 있을 경우 ‘계류법안’이라고 명시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처리 10건, 계류 56건이다.

발의한 정당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37건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자유한국당 16건, 바른미래당 11건, 정의당 10건이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경우 당명을 교체한 이력이 있다. 지난 정당을 살펴보니 국민의당 21건, 새누리당 4건, 바른정당 3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손금주 의원 등 11명이 발의한 의안번호 2012256 법안에는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민중당, 무소속 등 가장 많은 발의 정당에 포함됐다.

이 법안에는 최근 문화계·교육계·정치권 등 각 계에서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폭로되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으며, 피해자의 사회적 위치를 악용한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에게 육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일생을 고통에 시달리게 하는 정신적 피해를 주는 반인륜적인 범죄로서 가해자에 대해 더욱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취지가 담겼다.

다른 법안들 역시 “여성 등에 대한 성폭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음주 및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를 원천적으로 막고자 한다”(의안번호 2000411), 또는 “업무상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추행죄에 대해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을 강화하고 피해자가 신고하기까지의 시간을 감안하여 공소시효 제한 규정을 삭제하자”(의안번호 2012848) 등 처벌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한 “최근 성희롱, 성폭력범죄에 대한 피해자들의 고백운동(Me Too)이 국내외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의안번호 2013049), “경제·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성희롱, 성추행하는 갑질이 학계, 문화계, 종교계 등 분야를 막론하고 폭로되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음”(의안번호 2012281) 등 미투운동을 의식한 대목들도 눈에 띄었다.

이어 22건 등록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위원장 및 정부3·의원19, 처리1·계류21)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15건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바른미래당(9건), 국민의당(6건), 자한당(2건), 민주평화당(1건)이 뒤를 이었다.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위원장 및 정부1·의원2, 처리2·계류1)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가 발의됐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1건씩 발의했다.

가장 발의에 열심이었던 당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이유를 묻자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미투운동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과거에 잘못이 있다면 입법을 통해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여주기 식보다
자기 반성이 먼저

성폭력 관련 입안들은 쏟아져 나오지만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각 정당에서 법적으로, 정책적으로 처벌되지 못한 걸 인지한 건 좋다”고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정치계 내에서 지금까지 일어난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방향에 관한 언급은 없다. 정책만 쏟아내는 건 보여주기 식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회의를 표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 역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의당의 경우 지난 2월 8일 당내에서 일어난 성폭력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연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추 의원실은 “정당조직 또한 성폭력 문제의 예외가 될 수 없다. 권력 관계의 불균형이 가장 심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여의도”라면서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각 정당이 검찰을 비난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성찰은 빠져 있다. 미투운동은 상대를 비난하기 위한 정쟁의 소재가 아니라 자기 반성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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