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 갈 길 멀어 다층연금·사회연대 필요”

<사진제공: '내가 만드는 복지사회' 오건호 공동위원장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대한민국에서 노후 대비하기란 쉽지 않다. 젊었을 때는 방 한 칸이라도 좋으니 내 집 마련해 보자며 쉴 새 없이 일하고, 허리띠 졸라매며 자식들 키우고, 숨 좀 돌리려는 찰나 ‘왜 진작 노후 대비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이제는 필수가 돼버린 노후 대비,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할까. 일요서울이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서울 상암동에서 연금전문가이자 시민운동가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위원장을 만났다.


現 노인 기준 달라져야 한다…만 65세 이상 기준 1950년대 유엔에서 정한 것
국민연금 국가도입 늦어져 노인 중 40%만 받아, 나머지 60%는?



국민연금은 노후 준비 방식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 제도지만 2060년 재정 고갈 의혹이 나오는 등 재정불안정이 많이 거론돼 국민들의 걱정을 하고 있다.
 
수지타산 맞지 않는
전반전과 후반전
 

이러한 상황에 대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위원장은 “내는 것과 받는 것, 즉 급여와 보험료의 균형이 깨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축구를 예로 들었다.

그는 “국민연금에 20세에 가입한 이가 있다 치자. (국민연금은) 20세부터 65세까지 45년은 내기만하고, 65세부터 대략 95세까지의 30년 동안은 받기만 하는 방식이다. 축구로 치면 전반전과 후반전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전반전과 후반전의 금액이 같아야 재정 균형을 이루는 건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내고 있지만 미래에 받게 될 금액이 이보다도 많다. 따라서 ‘미래에 정해진, 약속된 금액을 받을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보험료 인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국가와 미래에 대한 신뢰가 선행돼야 한다.

오 위원장은 “(국민들이 국가 제도에 관해) 신뢰가 있다면 보험료 인상을 따를 텐데, 이게 없으면 ‘차라리 보험료 내지 마’ 이렇게 된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에 대해 예비 노인 세대들이 재정 불안정이라는 오지 않은 상황을 걱정한다면, 현재 노인들이 겪는 문제는 보다 즉각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 빈곤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다른 OECD 국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라면서 “고령화를 대비하지 못한 이유는 국민연금 도입이 늦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8년부터 국민연금이 국가에 도입돼 올해 30년을 맞았다.
그는 “연금은 도입 후 30~40년 후에 의미 있는 소득자가 나온다”면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절반인데, (현재) 노인 중에 국민연금 받는 사람은 40%밖에 안 된다. 나머지 60%는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고 꼬집었다.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년층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 위원장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내야지 수령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는데 그들이 4~50대일 때 국민연금이 국가에 채택돼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운영방식 투명하지만
‘줬다 뺏기’ 반복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기초연금이다. 이 제도는 지난해 신규수급자로 53만여 명을 기록하면서 제도 시행 이후 최대치를 갱신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초연금은 대한민국 국적을 소지하고 국내 거주 중인 만 65세 이상의 노인 중 가구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사람에게 월 20만 원씩 제공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기초소득 월 30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점진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오는 9월부터 기초연금이 월 25만원으로 인상될 계획이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대해 오 위원장은 “국민연금으로만 해결이 안 되니 친구를 붙여주는 것”이라면서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못 내면 못 받지 않나. 그래서 보험료를 안 내도 받는 연금인 기초연금을 만들어 준 거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하나의 제도만으로는 의무소득보장을 다 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설계도를 갖는 제도를 조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하위소득 70%에게 주어지는 것인데, 이는 이전에 비해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한 수치다. 우리나라도 ‘복지국가’ 대열에 들어선 걸까.

이를 묻는 질문에 오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근래 무상복지가 도입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복지를 받는 영역에 속하게 됐다. 기초연금도 그 중 하나인데, 수령액이 20만 원으로 너무 낮다. 형식적으로는 복지국가 형태를 갖춰 가지만 실질적인 보장 수준이 낮아 (아직까지는) 복지국가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나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기초연금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먼저 오 위원장은 기초연금의 장점을 “깔끔함”으로 꼽았다.

그는 “국민연금은 적립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럴 경우) 내는 시점과 받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일어나 복잡해진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그해 필요한 걸 그해 조달하는 부과방식 재정구조”라면서 “투명하고, 세대 간 책임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반면 단점으로는 ▲기초연금 연동 기준이 소득인상률에서 물가인상률로 바뀜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 감액 ▲줬다 뺏는 기초연금 등을 꼽았다.

특히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란 말은 대상자가 기초생계급여를 받을 경우 기초연금으로 그만큼을 제외한 금액을 주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왜 이런 ‘줬다 뺏는’ 상황이 발생 하느냐고 묻자 오 위원장은 “공공부조의 기본설계가 보충성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부조’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하에 생활 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립하게끔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노인복지는 소득보장정책(연금), 주거, 의료, 지역에서의 관계망이라는 큰 4축으로 이뤄진다. 그는 기초연금, 퇴직연금 같은 제도를 국민연금과 병행하는 ‘다층연금체계’와 사회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노인의 의미는 생물학적 연령 개념이라기보다 신체 능력이 없고, 일할 의지가 상실된 은퇴(retired)의 개념”이라면서 현재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 65세 나이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70세 노인한테도 일자리만 제공될 수 있다면 그 분을 더 이상 노인이라 부르지 않아도 된다. 높은 연령대에 걸맞은 연성 일자리들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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