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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회장 신격호)의 후계 구도를 놓고 오너 일가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재연될 조짐이다.신격호 회장 장남 신동주와 차남 신동빈이 각각 일본롯데와 한국롯데를 맡는다는 것이 후계 구도의 축이다. 이것으로 롯데그룹의 경영·재산권 교통정리를 끝냈다. 하지만 신격호 회장의 영원한 ‘샤롯데’로 알려진 미스롯데 출신 영화배우 서미경(51· 예명 서승희)의 자녀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85세로 고령인 신회장의 생시에는 침묵해도 사후에는 서미경과 2세들의 재산배분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올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재계일각의 지적이다. 지금은 롯데그룹의 재산배분 문제가 휴화산처럼 잠자고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정리는 이미 끝났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 평가다. 신격호 회장은 장남과 차남에게 각각 일본롯데와 한국롯데의 경영권을 승계했다. 한국 롯데의 사령탑을 맡은 신동빈 부회장(51)은 신 회장을 보좌하던 원로들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대신에 자신을 보좌할 인물들로 자리를 메워 나가고 있다. 지난 연말, 신격호 회장은 코리아세븐, 롯데캐논 등의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데 이어 신동빈 부회장과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도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 등기 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신동빈 부회장은 롯데 후레쉬델리카 등기 이사를 사임하고, 이 회사를 제외한 다른 회사 등기 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서씨측 인사 ‘싹쓸이’

신 부회장 체제로의 전환은 지난 2004년부터 지속돼 온 전략이었다. 당시 재계에서는 신 부회장이 신 회장의 가신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들이 많았다. 실제로 올초 롯데그룹은 롯데쇼핑 상장을 앞두고 111명의 사상 최대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신동빈 부회장에게 실질적인 힘을 실어주고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서미경 일가와 친인척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사실 서미경의 수족은 지난 90년대 중반 신동빈이 국내 경영에 등장하면서 모두 잘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배제된 서미경에게 어떠한 반대급부가 주어졌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예전부터 서미경과 친하게 지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서미경과 두 자녀는 재산 배분과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서 롯데에서 홀대를 받았다”면서 “서미경이 20대 때에 신 회장을 만나 젊음을 다 보냈는데, 그 보답이 겨우 이거냐면서 분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서씨측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인사는 70~80년대 영화계에서 활동했으며, 9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사업을 하고 있다. 서미경과는 <단 둘이서>등의 영화제작에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서미경이 화낼 만도 하다. 80년대 신회장을 만난 뒤 지난 20여년을 신회장의 숨겨둔 연인으로 숨어 살았다. 신 회장과 사이에서 유미 등 두 딸을 두고 있다. 20년 이상 살았으면 조강지처나 다름없는데 재산배분이나 경영권 승계과정에 철저히 배제되고 홀대를 받은 데에 대한 분노라는 후문이다.전통적인 ‘남아선호’ 사상을 가진 신 회장은 아들에겐 대를 잇게 하면서 딸들에 대해선 ‘남의 집’ 사람이라는 말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서미경과의 사이에서 둔 두 딸의 현 처지가 바로 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신회장의 ‘샤롯데’ 감감무소식
7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배우 서미경에 대해 또렷하게 기억한다. 서미경은 아역 탤런트로 활동하다 안양예고 시절 미스롯데에 당선되어 롯데제과 모델로 활동했다. 롯데의 모델로 활동하면서 신격호 회장의 눈에 들었다. 이들 두 사람의 만남은 당시 안양예고 교장이던 영화배우 최은희의 강력한 추천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화배우와 모델로 활동하던 서미경은 서승희라는 예명을 썼다. 영화<방년18세><단 둘이서>등 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서미경은 70~8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다 80년대 초반 미국유학을 떠나면서 연예계에서 자연스럽게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은 다르다. 당시 서미경은 유학을 떠난 것이 아니라 신 회장의 연인이 된 것이다. 이 사실은 몇 년 뒤 영화계에 알려지면서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재벌가의 여인이 된 서미경은 신 회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을 키우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철저하게 자신을 베일 속에 감추고 살아 왔다.

신회장과 서미경은 35년이란 나이 차이가 있다. 특히 재벌과 영화배우의 만남이라는 함수관계 때문에 세인들에게 최대 뉴스거리였다. 이 때문에 서미경은 언론이나 연예계 인맥들의 접촉을 일제히 차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양예고 동문들과 영화계 인맥들을 중심으로 간간이 소식이 외부로 알려진 게 전부였다.

신격호 회장에게 서미경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의 샤롯데와 같은 존재였다. 당시 재계 일각에선 서미경을 가리켜 신격호 회장의 ‘영원한 샤롯데’라고 불렀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베르테르와 샤롯데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엄격한 위계 질서, 신분제 사회와 융화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불만에 찬 젊은 지식인의 전형을 그린 명작이다. 문학도였던 신격호 회장은 독일 문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라는 이름에서 롯데를 따와 상호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 샤롯데를 서미경에게 붙일 만큼 서미경은 신회장에게 영원한 연인이다.서미경의 친척들이 롯데그룹의 경영에 참여하면서 한때 포스트 신격호와 관련, 재계의 주목을 받았던 적도 있다. 서미경의 친인척인 서태규 전 전무 등이 롯데백화점을 중심으로 경영에 깊숙이 개입했다. 이 때문인지 당시 세인들 사이에선 잠실 롯데의 실제 주인이 서미경이라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이와 관련, 롯데에선 “사실무근”이라고 밝힌바 있다. 서미경의 친인척들이 롯데의 경영에 참여한 것이 루머로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

한때 서씨 측근 경영참여

그러나 90년대 중반 신회장의 아들들이 롯데 경영에 참여하면서 서태규 전 전무 등 서미경 일가는 롯데 그룹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 자리에 신동빈을 보필하는 측근 인사들로 채워졌다. 일본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장남 신동주에게, 한국 롯데는 신동빈에게 큰 틀에서 분리되어 경영하고 있기 때문. 이때부터 서미경이 버림받고 밀려나는 것이 아니냐는 설들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왔다. 아무튼 서미경과 신격호 회장과의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은 향후 롯데그룹의 재산 분배와 관련 뜨거운 감자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롯데관계자는 “회장님께서 보살펴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가족들에게도 일정한 보상을 한 것으로 안다”고 주변에 나도는 소문을 일축했다.올해 85세인 신격호 회장에 비해 서미경의 나이는 51세이다. 장녀 신영자보다 열한 살이나 적고, 차남인 신동빈과는 나이가 같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재는 신격호 회장이 서미경을 돌봐주고 있지만, 사후에는 그렇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가족들 문제를 기업 경영과 관련해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다. 특히 경영권 승계와 연관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아직 경영권에 대해 회장님의 방향이 나지 않은 상태”라면서 “서미경씨는 롯데그룹의 지분을 가진 적이 없다. 그리고 가족들끼리 이미 정리를 한 것으로 안다. 따라서 향후 경영권 문제는 물론 서미경씨와 관련된 재산 분쟁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이 같은 롯데그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선 한차례씩 재산 다툼에 휩쓸린 현대, 두산, 한진, 한화 등 기업들에 비춰 신동빈, 신영자, 서미경의 자녀 등 신격호 회장의 2세들도 신회장 생시에는 침묵해도 사후에는 불거져 나올 개연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 롯데그룹 M&A ‘3전 3패’짠돌이식 베팅으로 물먹기 ‘일쑤’

롯데그룹(신격호 회장)은 롯데쇼핑 상장을 계기로 공격경영을 선언했다. 롯데쇼핑 상장으로 인해 최소 3조원 이상의 현금 유동자금을 확보한 롯데그룹은 S-오일 인수, 홈쇼핑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롯데그룹이 최근 몇 년간 굵직한 기업인수(M&A)전에서 잇달아 패배,M&A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2004년 해태제과 인수전에서 크라운제과에 패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진로 인수전에서 하이트맥주에 졌다.

올해 유통업계 M&A시장의 최대어로 꼽힌 한국까르푸를 놓고는 이랜드에 패했다. 3전 3패이다. 참담한 실적이다. 이 같은 롯데의 전략이 차질을 빚으며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 체제에 대한 회의감이 재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는 유통과 석유화학 양대 부문에서 견고한 사업영역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런데 한국까르푸 인수 실패로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신동빈 부회장 등 최고 경영진이 한국 까르푸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막상 인수전에서 새로운 ‘복병’ 이랜드가 롯데를 따돌리며 까르푸를 인수한다.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하자 롯데쇼핑 내부에서 이랜드 계열 패션 브랜드의 백화점 매장 퇴출이 거론되고 견제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재계 한 관계자는 “한마디로 유통거인 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롯데가 M&A에 나섰다가 실패한 원인은 일본식 ‘’짠돌이 경영’으로 ‘베팅’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롯데는 한국까르푸 인수전에서는 외견상 이랜드보다 1,000억원 이상 많은 1조9,000억원 정도를 인수가격으로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용승계 등 가격 외 협상을 통해 실질적인 인수비용을 낮추려고 하다가 이랜드에 막판 뒤집기를 당했다는 게 정설이다.롯데의 향후 M&A 전략이 달라질까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전 3패를 반면교사로 삼을지가 궁금하다. 그러나 롯데 내부에서도 지나친 ‘짠돌이 베팅’과 ‘좌고우면식 베팅’으로는 M&A 승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올 하반기 M&A시장의 알짜 매물인 S-Oil,대한통운 등의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는 롯데가 어떤 전략으로 과감히 지갑을 열어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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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배우 서미경 브로마이드사진 인터넷 경매
코베이 경매사이트(www.kobuy.co.kr)에 지난 2004년 12월 16일부터 22일까지 6일간 ‘60년대 영화배우 서승희양 광고리프렛’이라는 제목으로 경매에 올라 화제가 됐다. 영화배우 서승희는 서미경의 예명이다. 그녀는 60~70년대 최고의 은막 스타였다. 안양예고 시절 미스롯데에 당선되어 롯데전속 모델로 활동하며 영화<단둘이서>등 10여편에 출연하며,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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