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현대·기아차 그룹의 비자금 사태는 내부 제보자(deep throat)의 제보에 의해 터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내부 제보자는 그룹 내 비밀을 폭로해 총수일가가 검찰에 소환되고 총수가 구속되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내부 제보자의 핵심 정보 제공으로 현대차 그룹은 경영권 위기에 빠져 있다. ‘과연 누가, 무슨 목적으로 제보했을까’하는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 사태 이후 기업들은 내부 제보자 봉쇄에 대한 관리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기업 정보·보안 컨설팅을 하는 정보보안전문가 민진규씨(39)를 통해 대기업의 내부 제보자 봉쇄 관리 시스템에 대해 알아본다.


내부 제보자(deep throat)를 찾아라.현대차 사태로 인해 기업마다 내부 제보자가 생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입단속은 물론 사내동향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경우마저 생기고 있다.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삼성전자 휴대전화기술 유출사건,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 모두 내부의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들이기 때문이다.최근 검찰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의 단초인 비자금 관련 정보가 내부 제보자에 의해 확보됐다고 발표했다.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지난 2003년 SK그룹 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은 “사무실 내부 그림을 상세히 그려가며 비밀 서류의 위치를 알려준 제보자가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했다. 당시 제보자는 SK그룹의 전직 고위 임원으로 추정될 뿐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삼성 이건희 회장도 내부 제보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지난 99년 삼성생명 생활설계사로 일하던 김옥두 당시 국민회의 총재비서 실장 부인에게 이 회장이 ‘로비성 보험’을 가입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 밖에 거액의 외화 밀반출 사건으로 그룹 경영권을 빼앗긴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사건, 오너가 구속된 한진그룹 탈세 사건도 계열사 사장 또는 전·현직 임직원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보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민진규씨는 “신분을 밝히는 제보자도 있지만, 수사팀에 익명의 전화나 팩스로 비리를 알려주는 경우도 많다”며 “2명 이상 아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민씨에 따르면 내부 제보자는 내부제보가 경영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회사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키는 식으로 제보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내부제보자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민씨의 설명이다. 그는 “재무·경리·법무·비서실 출신들은 집중 관리 대상으로 봐야 한다. 또한 오너를 가까이서 모시는 경호·운전사 등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 등 대기업들은 퇴직 임원에게 2~3년간 고문 자리와 월급을 보장해 준다. 인간적 배려차원이기도 하지만 의도는 다른 데 있다. 현직에서 얻은 정보의 유통기간이 끝날 때까지 정보공유자를 끌어안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 내부제보자 못지않게 기업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산업스파이이다. 산업스파이는 기업의 성장요소가 되는 핵심기술을 훔쳐 경쟁사에 팔아넘기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마다 최고의 인재들로 정보팀을 꾸려 내부 제보자와 산업스파이를 색출하고 있다.국정원 자료에 의하면 2004년 산업스파이의 기업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액은 약 32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내부인력에 의한 정보 유출이 80%를 차지한다. 국내 기업의 허술한 기밀 관리체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민씨는 “딥 스로트 문제의 핵심은 회사와 직원 간의 신뢰수준”이라며 “직원들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면서 투명 경영을 외면하면 언제든 사고는 터진다”고 말했다.기업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투명경영을 하게 되면 기업에 내부의 적이 생기지 않게 된다. 또한 인사 등을 통한 ‘사람 관리’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 특수정보요원이 공개하는 [비즈니스 정보전략]

기업마다 ‘내부의 적’으로 분류되는 내부 제보자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부 제보자 관리와 산업스파이 색출에 대한 기업정보·보안 서적‘비즈니스 전략’(예나루 출판사, 민진규 지음)이 출판가의 화제다.‘비즈니스 전략’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정보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한다. 또한 기업에도 정보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보여준다. ‘비즈니스 전략’의 저자 민진규씨는 특수정보 부대에서 정보분석 장교로 근무한 경력이 있고, 현재 IT관련업체를 직접 경영하면서 기업들의 정보 보안 컨설팅을 하고 있다.특히 저자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정보관리 중요성을 책 전체에 걸쳐 강조한다. 최고의 인재로 정보팀을 꾸리고 산업스파이들이 과거보다 더욱 활약하는 것은 고급 정보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내부 산업스파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핵심 인력을 철저히 밀착 관리해야 한다. 저자는 “중요 기술을 빼내는 핵심인력의 전후사정을 보면 가정적인 어려움이나 채무관계, 자녀교육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며 “개인적인 밀착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직원들의 이직, 전직 등 신상 변화를 사전에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내부 통제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직원들의 근무태도나 건강도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 책은 산업스파이 방지법 외에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전략, 기밀문서 분류 및 정보보고서 작성법,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 기밀문서 보호 및 파기법, 정보원을 보호하는 방법, 정보 관리를 위한 조직원 관리 노하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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