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난민인정신청을 거부당했던 에티오피아 암하라족 출신 외국인이 법원으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원 판사는 에티오피아 국적 A씨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 대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지난 6일 선고했다.

에티오피아 암하라족인 A씨는 아버지가 티그레이족 출신 중심인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이 정권을 잡은 후 11년 간 감옥에서 고초를 겪는 것을 목격하며 EPRDF에 반감을 품게 됐다.

A씨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EPRDF의 민족적 차별 행태 등을 외부에 알렸고, 2012년부터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EPRDF 정책 반대 운동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폭행, 경찰서장의 고소취하 종용, 협박, 감시 등 탄압에 시달린 그는 2016년 5월 단기방문(C-3)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들어왔다.

A씨는 같은 해 5월 일반연수(D-4) 체류자격을 변경했고, 체류허가기간 만료(10월29일) 전인 7월에 난민인정신청을 했지만 거부됐다.

이 판사는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A씨가 암하라족이라거나 반정부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에티오피아 정부 또는 집권여당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난민불인정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고국으로 돌아갈 경우 박해의 공포가 있음은 난민 신청을 하는 외국인이 증명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진술에 일관성과 설득력이 있고 국적국 상황, 거주하던 지역의 정치·사회·문화적 환경 등에 비춰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증명이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아버지의 구금, 대학 입학 후 당한 부당한 대우, 폭행 등 주장하는 바를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또한 설득력있게 진술하고 있다"며 "에티오피아 정부가 올해 1월 정치범 석방, 정치범 수용소 폐쇄 등을 발표했고 실제로 풀려났다는 보도가 있긴 하지만 그런 사정만으로 반정부인사에 대한 박해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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