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외환은행 M&A과정과 관련 ‘론스타 게이트’가 금융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3월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하기 위해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국민은행을 선정했다. 이때부터 매각 후 발생하게 될 시세차익에 관심이 집중됐다. 시세 차익 추정치가 4조5천억원이다. 외국자본 단기 순이익에서 최고액이다. 더구나 론스타는 세금 한 푼 안내고 한국을 빠져나갈 계획이다. 국부 유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감사원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금감원에 보고한 6.18%보다 높은 8%대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 발표이후 외환은행이 부실은행이 아닌데도 당시 은행경영진과 재경부, 금감위 등이 짜고 BIS수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10인 비밀회의’에 수사의 초첨이 모아지고 있다.

호텔 회의실 회동의 진실

론스타 게이트의 비밀열쇠는 10인 비밀회의의 의혹을 캐는데 있다.외환은행 매각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03년 7월15일 서울 소공동 모 호텔 2층 회의실에서 비밀회의가 열렸다.당시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정부 관료들이 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서 청와대, 재경부, 금감위, 외환은행, 매각 주간사 모건스탠리 등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주요 안건은 외환은행 매각에 관한 것이었다.검찰은 문제의 10인 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한다는 것이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KBS-TV ‘일요스페셜’은 방송을 통해 문제의 회의가 소집된 경위, 논의 내용 등을 분석하며 매각과 관련한 의문점 등을 보도했다. 당시 ‘일요스페셜’에선 자료라는 말을 인용하여 10인 회의의 주요 내용들을 방송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10인 비밀회의와 관련, 녹취록을 KBS가 입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10인 회의와 관련된 가장 큰 의문은 2003년 말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의 예상치이다. 3월 말 금융감독원이 공식 발표한 외환은행의 BIS비율은 8.55%였다. 하지만 이 회의에서 외환은행측이 제시한 BIS비율은 5.40%로 알려졌다. 이후 7월21일 외환은행측은 금감원에 6.16%의 BIS비율이 적힌 팩스 5장을 보냄과 동시에 이사회에는 BIS비율이 10%라고 보고했다.금감원에 보내진 팩스에 적힌 BIS비율 6.16%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BIS비율이 8% 이하면 부실은행으로 지정돼 비금융 기관도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된다.

감사원은 최근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금감원에 보고한 6.16%보다 높은 8%대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또 수백억 원 규모의 부실을 중복 계상한 잘못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2003년 외환은행과 금융감독원의 BIS 비율 추정보고서가 부실하게 작성됐다는 뜻이다.10인 비밀회의 이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잘 짜여진 각본처럼 순조롭지만 빠르게 진행됐다. 검찰의 수사는 누가 각본을 짰으며, 누가 주연이고, 조연인지를 가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몸통 의혹 받는 사람들

현재 BIS비율 조작 의혹과 관련해 재정경제부, 금감위, 금감원, 외환은행 등 관계자들은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외환은행 매각 당시 주요 정책결정 담당자였던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당시 금융감독위 감독정책 1국장)는 BIS조작과 관련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산정은 금감원의 고유 업무”라며 “6.16%라는 수치는 7월 25일 금감위 간담회에서 금감원이 보고할 때 처음 들었다”고 해명했다. 또 언론을 통해 10인 비밀회의 녹취록 자료 일부도 공개됐다. 당시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이 “매각이 빨리 진행돼서 도장값이 비싸야 할 텐데”라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만 따져보면 누가 봐도 리베이트를 의미하는 것이 명백하다.

때문에 10인 회의 참석자들이 ‘불법매각’ 사건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검찰은 최근 10인회의 녹취록을 가지고 당시 외환은행, 재경부, 금감원, 금감위 등 실무자들의 역할과 BIS조작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검찰은 매각 당시 경영전략부장 겸 매각태스크포스(TF)팀장이던 전용준(50·구속)씨로부터 “사실상 10인 회의 이후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굳어졌다”는 진술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이강원 전행장과 이달용 전부행장 등 전·현직 외환은행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소환될 전망이다.검찰은 외환은행 관련자 조사를 끝낸 뒤 10인 회의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소환자가 확대되는 등 수사는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론스타-외환은행 사건은 불법매각을 넘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무효’라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론스타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원천 무효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최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금융감독위에서 최종 결정되기 전 스티븐 리 론스타 코리아 대표가 당시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드러나면서 론스타의 ‘불법행위’가 수사 대상이 됐다. 의혹 투성이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이 하나둘씩 벗겨지고 있다. 이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무효와 함께 외환은행 매각 절차도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시민사회단체는 13일 광화문에서 론스타 게이트 몸통 수사와 외환은행 주식 몰수, 외환은행 매각 절차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처음부터 주식몰수, 매각중단을 촉구한 시민사회가 처음 본격적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 약 한달 반 동안 진행된 수사와 각종 조사 끝에 외환은행 매각 중단 논란까지 이른 이 사건이 어떤 결론을 낼 것인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외환은 노조 국민은 행장에 공개질의“론스타 돕는 이유 뭡니까”


독립 경영을 주장해온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강정원 국민은행장에게 정부외압설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당초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인수참가에 부정적이었다. 갑작스럽게 선회한 이유에 감독당국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있다. 정부외압설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국민은행이 론스타의 계략에 말려 수정제안에 응했다는 의혹과 함께 하나금융지주와 DBS가 거부했던 수출입은행 보유지분의 콜옵션까지 국민은행이 챙겨준 점에 대해서도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국민은행이 공정위 독과점 판정에 대비해 외환은행 인수 후 외국환 부문을 분할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이는 외환은행 인수전 참가이유로 국민은행이 내세운 모든 명분을 마지막 하나까지 스스로 허무는 것이자 대한민국 금융산업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이에 대한 입장표명을 촉구했다.노조는 “검찰수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 국민경제의 책임있는 주체로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며 “이는 론스타와의 가격협상에도 유리한데 경쟁자도 사라진 지금 론스타를 도와주려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