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주요 그룹마다 오너 2~4세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바쁘게 진행된다.대표적인 2~4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회장의 장남 정의선 기아차 사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등이다. 이 밖에 경영권 승계가 추진되는 기업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이재현 CJ 회장 장남 이선호 등.현대 기아차그룹의 글로비스 상장을 계기로 롯데그룹의 롯데쇼핑, 삼성그룹의 삼성생명 등 비상장사가 상장될 계획이어서 재계의 부호 순위도 이재용, 정의선, 신동빈 등을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그룹마다 경영권 승계 전략이 다양하게 구사된다. 재계의 대표적인 경영권 승계 전략은 CB(전환사채)·BW(인수권부사채)인수 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 그러나 이재용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전환사채 헐값 인수가 문제가 되자 경영권 승계기업들은 전략을 바꿔 비상장사에 투자해 상장시킨 뒤 막대한 상장 차익을 얻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이들이 비상장사의 상장을 통해 얼마만큼의 상장 이익을 얻었고, 향후 재계 순위 재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전망해 본다.

롯데 신동빈 정몽구, 이건희 이어 부호 빅3 진입

재계는 롯데쇼핑 상장과 관련,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비상장 알짜기업인 롯데쇼핑이 상장되면 최대주주인 신동빈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이은 국내 부호 순위 BIG3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롯데쇼핑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유가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공모할 주식 수는 857만 1,429주. 국내에서 20%인 171만 4,286주, 해외에서 80%인 685만 7,143주를 공모한다.다음달 2∼3일 일반 공모 후 9일 상장 예정인 롯데쇼핑의 주당 공모가는 사상 최고 수준인 40만원. 롯데쇼핑 상장 후 신동빈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보유 주식 423만7,627주의 평가액은 1조6,950억원이다.

신동빈 부회장은 롯데쇼핑 이외 계열사의 상장 주식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롯데제과 보통주 4.88%(6만 9,350주), 롯데칠성 5.1%(6만 3,040주), 롯데삼강 1.93%(2만 433주) 등 지분 평가액은 약 1,600억원. 따라서 신 부회장의 전체 주식평가액은 1조 8,550억원에서 2조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신동빈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로 볼 때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2조6,342억원), 이건희 삼성그룹회장(2조1,052억원)에 이어 국내 부호 순위 3위이다. 신동빈 부회장의 친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 역시 신 부회장과 비슷한 수준(423만5,883주)의 롯데쇼핑 지분을 보유중이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롯데쇼핑 시초가가 공모가의 200%에 이를 수도 있어 신동빈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을 추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롯데쇼핑의 상장 시초가가 공모가에서 200%가 될 경우 신동빈 부회장의 주식 총액이 3조5,500억원이 되면서 국내 부호 순위 1위에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롯데쇼핑의 상장 후 주가 상승에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다. 우선 일반투자자들은 변변한 증권사 분석 보고서를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정보 부재라서 투자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기 때문. 롯데쇼핑의 공모가는 40만원에 결정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가격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공모가 수준이 어떤지, 향후 주가 전망은 어떤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사실 롯데쇼핑은 지난달 실시한 국내 기업설명회(IR)에 초청된 사람이외는 출입 불가라며 언론사 취재진의 출입까지 저지하는 등 비밀스럽게 이루어졌다. IR에는 유통 관련 애널리스트 30여명 중 초청된 인원은 단 8명뿐이었다.기업의 경영상태를 공개하는 IR의 의미가 무색할 만큼 제한적인 기업공개 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

밀실 기업공개 때문에 주간사와 인수 증권사 이외에는 정보부족에 부담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보고서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사정이 이러하니 해외에서는 롯데쇼핑의 유가증권신고서에 실린 사업계획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통신사인 로이터는 할인점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장밋빛 청사진에 정면으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롯데쇼핑이 상장 이후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시초가에 대해선 오리무중이다. 유통 경쟁업체인 신세계와 비교하여 적당 수준의 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이런 전망에 따라 신동빈 부회장은 재계부호 BIG 3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정의선 사장비상장 계열사 상장 통해 대박

기아차 정의선 사장은 계열사인 비상장 하청기업에 물량을 몰아주어 회사를 키운 뒤 상장시키는 방법으로 경영권 승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비상장 기업 가운데 제일 먼저 상장한 기업은 글로비스. 글로비스는 지난 2002년 6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자동차 운반, 수출 등을 하는 물류 전문기업이다.글로비스는 현대차계열 물동량을 독점하다시피하며 급성장했고 지난해 상장된 후 기업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지난 2월 2일 현재 시가총액이 2조3,437억 원으로 증가했다.정의선 사장은 글로비스의 지분 31.88%(1,195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그 보유주식 가치는 7,471억원이다.

또한 그는 지난 2004년 글로비스 지분의 일부를 노르웨이 빌헬름센사에 매각하는 한편 배당 등을 통해 1,400억원대 자본 이득을 거둔바 있다. 이 자금을 가지고 기아차 주식을 집중 매집하여 현재 기아차 1.99%(694만500주)와 현대차 6,445주를 가지고 있다.현재 대주주 보호예수에 묶여 글로비스의 주식을 매도할 수 없지만 오는 5월 26일이면 매도할 수 있다. 정의선은 경영권이나 지배구조와 관련이 없는 일부 지분을 매각하여 기아차나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최대식 CJ투자증권 연구원은 “정 사장은 지배구조와 책임 경영차원에서 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18.2%)을 최종 타깃으로 기아차 지분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아차 지분만 늘려도 경영권 승계에 상당한 힘을 얻게 된다.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삼성그룹처럼 기아차 →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이기 때문.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14.59%,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 38.67% , 기아차가 현대모비스 지분 18.1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정의선에게 추가 자본줄이 될 만한 비상장기업은 건설회사인 엠코, SI업체인 오토에베시스템즈, 오는 2월 현대오토넷과 합병하는 본텍 등이 있다.정의선은 향후 엠코, 오토에베시스템즈 등의 상장을 통해 경영권을 확고히 하면서 국내 부호 순위 BIG5 진입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이재용대박보다 도덕성 중시 ‘몸낮추기’

재계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가장 관심을 끄는 주인공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38). 이 상무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등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바짝 몸을 낮추며 경영수업을 쌓아 나가고 있다.이재용 상무에게 걸림돌은 항소심이 진행 중인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전환사채 헐값 인수,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계열사를 상대로 낸 소송, e-삼성프로젝트 실패 책임론 등이다.이 같은 이재용 상무의 행보와 달리 비상장 기업인 삼성생명의 상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장 차익’으로 수천억원대의 대박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5년 9월말 현재 이재용 상무가 가진 삼성생명의 보유지분은 미미하다. 그러나 이 상무가 삼성생명의 지분 13.34% (266만8,800주)를 보유한 삼성에버랜드의 주식 25.10%(62만7,390주)를 보유하고 있어 상장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에버랜드는 이상무가 25.10%를 비롯해 부진, 서현, 윤형(2005년 사망)등이 각각 8.37%(20만9,129주)를 소유해 이건희 회장 일가가 총 125만4,777주로 지분율 50.21% 가지고 있다.삼성자동차 채권 청산시 산정된 삼성생명 잠정 가치인 주당 70만원으로만 계산하더라도 상장시 이 회장 자녀들의 삼성생명 주식 평가차익은 9,340억원대에 이를 전망.최대식 CJ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차 소송 등 복잡한 문제가 있어 당장 상장이 어렵겠지만 상장시 이 회장 일가는 막대한 평가 이익을 올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삼성생명이 상장될 경우 주가가 주당 10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만으로 2조6,668억원의 상장차익이 예상되며, 삼성에버랜드 주식 25.10%를 보유한 이재용도 6,500억원 이상의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부진, 이서현, 이윤형 등 이건희 회장 자녀 3명도 각각 2,000억원 이상의 대박이 터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상무는 지난 95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0억8,000만원을 현금으로 증여받아 증여세를 낸 차액 41억원으로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에 투자해 563억원의 상장 차익을 남겼다. 이후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CB와 BW를 인수한다. 그러나 CB와 BW의 헐값 인수 논쟁에 휘말렸다.

현재 이재용 상무의 삼성SDS 지분 등 삼성계열사 보유 주식을 전부 합친 총액은 6,500억원 선. 삼성생명이 상장됐을 때를 가정하면 재산이 1조4,000억원이며, 이밖에 비상장 기업 삼성에버랜드 등을 동시 상장했을 때는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어 2조원대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삼성그룹은 이재용 상무의 경영권 승계를 순리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단계적 수순을 밟아 나가고 있다.아무튼 이재용 상무가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완벽하게 승계할 때쯤이면 재계 부호 순위 BIG3진입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