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경찰청장으로 유력한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20일 친문 핵심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루 의혹으로 번진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막중한 사안이기 때문에 철저히 수사해서 실체적 진실 밝히겠다"고 엄정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이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수사팀을 믿는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지난 '국정원 댓글 사건'을 통해 뼈저린 체험을 한 바도 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한 치의 숨김 없이 엄정하게 수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김 의원이 주범 김모(49·필명 드루킹)씨에게 기사 링크(URL)를 보내면 "처리하겠다"는 답변을 받았고, 텔레그램 외에 미국 메신저인 '시그널'을 통해 19대 대선 기간 중에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드루킹에게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4건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또 이 중 기사 링크가 포함된 메시지는 10건이었다.

 이는 김 의원이 드루킹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기만 했다는 이전의 경찰 발표를 뒤집은 것이다. 이 청장은 이와 관련 "수사의 최종 책임자인 제 불찰이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당시 저는 정확하게 관련 사실을 숙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경찰이 드루킹 수사에 소극적이며 수사 내용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언론과 국회 등 제가 김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사건 수사를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진 것을 알고 있다"며 "여러차례 말한 것처럼 이번 사건이 얼마나 막중한 것인지 알고있다. 오픈돼 있는 경찰 조직에서 한두 명이 사건을 속이거나 은폐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텔레그램이 아닌 김 의원과 드루킹 간 또 다른 대화방을 발견했다. 이른바 '시그널'이란 미국 메신저로 텔레그램보다 보안성이 더 높다고 한다. 2017년 1월~3월까지 드루킹은 39회, 김 의원은 16회 각각 서로에게 시그널 메신저로 문자를 전송했다. 다만 이 대화방에서는 댓글작업을 지시하는 내용이나 기사링크를 전달한 흔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시그널을 통해 문자를 주고 받은 기간은 2017년 1월에서 3월로 대선 기간과 겹친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김경수 의원과 보좌관에 대해서도 소환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 청장은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기사 링크를 보낸 게 확인된 만큼 그 의도는 물론 두 사람의 관계를 포함해 연관성을 조사해야 할 필요가 높아졌다"며 "드루킹과 주변 조사 마무리되고 압수물 분석이 이뤄지는대로 조만간 김 의원 소환 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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