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낭비” vs “내수 진작 기대”

‘버블 효과’ 부추겨 해외여행 비율 높이는 꼴
 
“직장 눈치 안 보고 휴가 갈 수 있어” 주장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사항이자 정부 국정 과제인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체크 바캉스’ 제도를 참고한 해당 사업은 시행과 동시에 많은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지원 대상인 2만 명을 이미 넘어 3만여 명이 참여 신청을 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신청 기업도 약 2500곳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해당 사업을 두고 여론은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기 진작을 통해 업무 효율성이 제고되며 여행으로 인해 내수경기 활성화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면을 기대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것은 포퓰리즘의 일환이며 ‘버블 효과’의 극대화로 이어져 내수경기 활성화 측면 역시 기대하기 힘들고 궁극적으로 여행·숙박 업계에 일감몰아주기 아니냐는 부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요서울은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과 관련 극명하게 갈린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봤다.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며 정부 국정 과제에 포함된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중소기업 근로자가 20만 원, 기업이 10만 원을 여행 경비로 적립하면 정부가 10만 원을 지원해 총 40만 원을 휴가비로 적립하는 제도다. 이는 프랑스의 ‘체크 바캉스(휴가 때 쓸 수 있는 수표라는 뜻)’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사업은 시행과 동시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6일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에 대해 기업 2500곳에서 3만600여 명이 지원했다”며 “20일 마감을 나흘 앞두고 올해 지원 대상 2만 명을 이미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4년에도 180곳 중소·중견기업 근로자 2500여 명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한 적이 있다. 올해는 그 규모의 약 8배인 중소기업 근로자 2만 명에게 휴가비를 10만 원씩 지원하기 위해 운영비 등을 포함한 25억 원이 배정됐다. 한국관광공사는 2014년 시범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을 우선 선정하고, 나머지는 참여 근로자가 많은 기업순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해 오는 30일 최종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행사 특혜 논란
 
선정된 기업의 근로자는 적립된 휴가비를 오는 6월에 개설되는 전용 온라인몰에서 숙박·교통·입장권 등 국내 여행 관련 상품을 예약·결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특정업체’에 일감 몰아주는 정책이라고 판단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적립금이 ‘현금’이 아닌 온라인몰에서 여행사를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라는 점 때문이다.
 
해당 업체를 통해야만 해당 사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선택의 폭이 좁다. 특정 기업들에 한정됐기 때문에 여행사를 위한 사업이 아니냐는 지적되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근로자의 ‘휴식’을 위한 사업이 여행사 특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온라인몰은 웹투어,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 등 20여 곳 제휴업체의 국내 여행 상품들로 구성된다.
  
또 이번 사업은 해외여행이 아닌 국내여행에 한정돼 있다. 해외여행의 경우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지만 국내여행의 경우 여행사를 통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로 인해 여행사에게 더 많은 상품 판매 폭을 넓혀주고 매출 증진에 기여한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시행초기라서 관광공사에서 공정하게 입찰해 뽑은 여행사라며 해당 논란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또 이번 사업 시행은 국내 여행지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악영향일 끼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 지원금으로 인해 국내 여행지의 ‘버블 효과’를 더욱 부추겨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에 더 많은 발걸음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평창동계올림픽 ‘숙박비’ 논란, 여름휴가 특수를 노린 일부 비양심 자영업자들 가격 인상 논란 등이 발생한 바 있어 지원사업보다는 해당 운영비를 국내 여행지 가격안정화를 위한 실태조사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외에도 ‘세금’이 전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아닌 한정된 이들에게 돌아가는 점을 두고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다” “혈세 낭비다”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 누리꾼은 “복지는 누구나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 현실에 맞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복지를 내놓아야 한다. 내놓는 정책마다 벽이 높아 신청조차 못한다”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어르신들과 소년소녀가장들을 먼저 챙겨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라에서 놀러가는 데 혈세를 퍼주라고 세금 내는 게 아니다”라는 의견이다.
 
핑크빛 전망도
 
부정적인 측면만 거론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문재인 정부의 지원 사업으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도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 ‘쉼표’가 없는 직장생활에서 국가적 지원을 통해 휴가비를 지원받고 휴가를 떠나게 돼 직장의 눈치를 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정부 측은 업무 효율을 제고하는 한편, 국내 여행을 가게 되면 이는 관광업 등 관련 사업이 활성화되고 내수 진작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 누리꾼은 “평소 휴가를 가고 싶어도 못 가게 하는 중소업체 대상으로 선별되는 것이며 해당 지원금은 세금으로 일부 환수되는 돈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좋은 취지의 문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한 일부 비판 여론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기업은 근로자에게 지원한 여행비를 손금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기업지원금은 근로자의 복지를 위해 지출한 금액으로 근로자에 대한 복리후생비 또는 인건비 성격의 손금에 해당된다.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참여기업’이란 인증서를 받고, 여성가족부가 주관한 ‘가족친화인증제’ 심사 시에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우수 참여기업은 언론홍보, 정부포상, 현판수여, 사례집발간 등을 통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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