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피해 배상 중단 논란 진실은?

<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4차 피해자 배상 계획에서 돌연 배상 중단을 선언했다. 심지어 피해자들에게 ‘최저임금’ 기준을 내세워 부당한 배상안을 내놓고 지난달 30일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배상을 종료한다는 등의 협박을 했다는 주장도 나와 여론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옥시 측은 환경부가 갑작스레 바꾼 피해 판정 기준으로 배상 보류를 해놓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끝나지 않는 싸움에 피해자들의 아픔만 커가고 있다.


-3차 피해자 80명…51% 배상 완료 시점에서 ‘보상 중단’
-옥시 측, “환경부의 ‘나몰라라’ 탓”…환경부, “황당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벌인 옥시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 4차 피해자 113명에 대한 단독배상은 어렵다며 돌연 배상을 중단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지난 2011년 4월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다수의 임산부 환자가 급성호흡부전 증세를 보이며 연이어 입원하면서다.

30대 여성 2명은 같은 해 5월 사망했으며 6월에는 가족 내 집단 발병 사례가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같은해 8월 31일 “원인 미상의 폐질환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발생했을 수 있다”라고 밝혔고 11월 10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PHG) 등의 구체적인 원인 물질을 특정해 꼬집었다.

이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가 사건의 용의자로 떠올랐다.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로 떠오른 뒤 피해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를 통해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수는 지난 13일까지 6010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사망자만 1321명에 이른다.
 

마르지 않는 피해자 눈물
정부 뒤에서 꼼수 부려
 


서현정 옥시 홍보팀 부장에 따르면 옥시는 20일 기준 1·2차 피해자 183명의 98%인 180여 명과 3차 피해자 80명 중 51%인 40여 명에 대한 배상을 완료했다.

1차에서 4차에 이르는 구분은 피해 접수 시점의 차이며 각 차수에는 1~5단계가 있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와의 인과관계로 1단계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아플 가능성이 ‘확실’한 경우이며 2단계는 가능성 ‘높음’, 3단계는 가능성 ‘낮음’, 4단계는 가능성 ‘거의 없음’이다.

하지만 가습기넷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하 ‘가피모’) 등은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IFC몰 앞에서 ‘옥시 의약품 불매운동 발족 및 시민참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는 나머지 3차 피해자에 대해 ‘정부의 판정 기준이 달라졌다’며 자의적으로 피해 배상 협상을 중단했다”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옥시는 피해자들에게 ‘최저임금’ 기준을 내세워 부당한 배상안을 내놓고 지난달 30일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배상을 종료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반강제적인 합의로 내몰았다”며 “정부 판정 기준 뒤에 숨어서 꼼수를 부리며 1·2차 피해자 중 1, 2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만 해왔다”라고 주장했다.

일부 피해자는 “4차 대상자 113명의 절반이 넘는 63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이미 사망했다”며 “1·2·3차 피해자보다 조금 늦게 신청한 것뿐인데 배상에 밀려나니 억울하다”라고 호소했다.

특히 법원은 지난 1월 24일 2심에서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합의를 위해 노력했다는 이유 등으로 그의 형량을 1년 낮춘 바 있어 비판의 강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배상 기간·배상 중단
“사실 무근이다” 해명

 

옥시 측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배상 기간, 배상 중단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먼저 서 부장은 일요서울에 “신속하고 일관된 배상 절차 진행과 다른 피해자들과의 공정성 등을 고려해 배상 진행에 기간을 설정해 둔 것”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피해자의 사정 등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해당 사항은 이미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다. 배상 기간이 지나게 된다고 해서 배상이 중단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옥시 측은 3차 판정 1, 2단계 피해자와 4차 판정 피해자 등의 배상 중단 논란에 대해선 “한 피해자가 살균제 때문에 아플 가능성이 ‘높음’ 정도였다. 하지만 이를 근거할 의학적 자료가 부족했다. 상해 기준, 배상받을 수 있는 피해자 등을 선택하는 환경부에게 물어보니 피해 판정 기준이 바뀌었다고 했다”며 “이에 바뀐 피해 판정 기준에 대한 의학적 근거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요청한 지 몇 달이 지나도 답변을 주지 않아 배상 보류를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지난해 7월 10일부터 시작된 3차 피해자 보상은 현재 진행 중이며 4차 피해자 보상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옥시는 지난 5일 환경부와 접촉해 충분한 토의를 거쳤으며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는 게 서 부장의 전언이다.

이와 더불어 가습기 살균제 관련 27개 기업 중 유일하게 배상을 하고 있는 옥시는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기업이 사회적 아픔을 다 껴안고 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 부장은 “정부와 기업 등이 함께 나서서 해결하자는 의미로 공동배상안을 제시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환경부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장현정 환경보건정책과 환경사무관은 “기준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고 보완 정도다. 하지만 옥시 측이 지난 1월 이 부분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해와 이미 설명을 한 바 있다”며 “그러나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며 다시 연락이 와 지난 5일 만난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환경부의 시간 끌기 때문”이라는 옥시 측의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인 셈이다.

또 장 사무관은 “우리도 왜 옥시가 갑자기 배상을 중단했는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라며 “이번 사태는 옥시와 개인 간의 소송 문제다. 당사 문제인데 왜 환경부 탓으로 돌리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해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배상 중단 문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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