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드루킹 불법 여론조작 정황 ‘인지’ 입증되면 선거판 ‘요동’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파문’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매크로(동일작업 반복프로그램)를 이용한 여론조작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씨(48·온라인 필명 드루킹)가 민주당 당원으로 밝혀진 데다 연루 의혹이 불거진 민주당 핵심 인사가 김경수 의원으로 밝혀지면서 국회는 그야말로 소용돌이로 빠져든 상태다.
 
보수야당은 드루킹 파문을 ‘정권 차원의 대선 공작 게이트’로 규정해 총공세에 나섰고, 여당은 김 의원 개입 의혹에 강하게 선을 그으며 총력 방어에 나서고 있다. 예상치 못한 대형 이슈가 터지면서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6·13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여야 地選 유불리 속단 “보수 결집 vs 전국 이슈 아냐” 팽팽
‘金 소환 방침’ 김경수·민주당 운명… 선거 정국 ‘시계 제로’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김 의원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9일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국회는 예정된 김 의원의 출마 선언 시간 및 장소가 급작스럽게 변경되고 의원실 압수수색 소문 해프닝까지 발생하면서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당초 김 의원은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어서 정권 실세로 불리는 자신이 드루킹 파문과 연루되면서 보수 야당의 공세가 최고조에 이르자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불출마 의사를 접한 동료 의원들이 당일 새벽 “출마를 철회하면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책임을 시인하는 걸로 비칠 수 있다”며 말렸다. 또 청와대에서도 “불출마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와 긴급 상의한 끝에 결국 출마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인 자신이 여기서 물러날 경우 지방선거 전체 판세는 물론 정권 차원의 타격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김 의원이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민주당원 댓글 파문’이 50여 일 앞둔 6·13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 만난 야당
‘드루킹’ 특검 총공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드루킹 사건에 대한 검경 수사가 부실하고 정권 실세가 연루된 만큼 특검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국회 본청 앞 천막을 치고 철야 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여기에 범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도 특검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어 민주당으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아울러 드루킹의 불법 댓글 조작 아지트로 밝혀진 ‘느릅나무 출판사’의 연간 운영비가 1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야당은 이 돈의 출처에 관한 수사를 강력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검경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적극 여론조작을 지시하는 등의 불법 행동 가능성에 대해선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드루킹의 범죄 혐의가 김 의원과 당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 일탈이라는 것이다.
 
지난 주말 김 의원 연루 의혹이 불거진 이후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국회는 블랙홀에 빠져든 모습이다. 보수 야당은 이 사안을 계기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고, 여당은 ‘김기식 논란’에 이어 드루킹 파문이 지방선거에서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9일과 20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는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향후 검경 수사 결과와 김 의원의 소환 조사, 나아가 특검까지 가게 될 경우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여당 발 잇따른 대형 이슈가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저변에서 사람들이 동요하는 (민심) 이반 흐름이 있는데 (민주당이) 지지율만 믿다가는 폭망할 것이라며 ”현재 후보들 간 지지율 격차를 봤을 때 숨은 표가 있다고 보면 실제 선거 결과는 정부 여당이 생각하는 것만큼 여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부산·경남, 제주 등에서 1:1구도 가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만약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보수가 결집하는 명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샤이 보수’ 결집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드루킹 파문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창피해 숨어있던 샤이보수가 ‘너희도 하는 짓이 똑같다’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요소”라며 “여론조사 미응답층으로 남아있던 샤이보수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이어 “경찰은 드루킹을 체포한 지 3주간 이를 밝히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무너질 때와 매우 유사한 상황이기 때문에 간단히 끝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검·경이 설령 객관적인 수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드루킹 파문이) 터지기 전까지는 민주당 8대 야권 2 정도 게임이었다면 6대4 정도 된 것 같다”며 “여권에 대한 실망감은 분명하다. 야권이 이긴다는 말은 못하지만 해볼 만한 구도가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 실장은 그러면서 “(야권이)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로 교집합을 구성할 공간이 높아진다”며 “야권 연대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수 결집 효과
역으로 진보도 결집?

 
반면 드루킹 사건이 지방선거에 주요 변수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너무 일찍 터진 측면이 있다. 선거가 2개월여 남았지만 상당히 많이 남았다”며 “4월 말부터 남북 관계가 이슈로 떠오를 것이고 ‘(드루킹 파문이) 전국 주요 현안 (가운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은 듯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느껴지는 파급력은 크지만 실제로 선거에 대입시켜 보면 유권자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측면에서 너무 일찍 터져 소폭 영향은 있겠으나 벗어나기 시작하면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슈 성격상 한국당이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이 있는 사건”이라며 “장기화를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김기식-드루킹 파문으로) 여야 전선이 확대되는 가운데 보수는 한국당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범진보도 결집하는 형국”이라며 “변수인 중도층은 (당분간)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다만 “민주당에게 악재라고 규정하긴 어렵지만 정치적 유동성은 커지고 있다”며 “민주당은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 단계에서 단정하긴 어렵다. 사태 전개를 지켜봐야 하는데 양당 모두에게 유불리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불리한 선거 국면에 있던 야당으로선 반격할 수 있는 계기는 잡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앞으로 사실관계가 어떻게 밝혀지냐에 따라 여당이 거센 비난에 직면하거나 반대로 야당의 의혹 제기가 ‘정치 공학적이었다’ 하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특히 다가오는 남북정상회담을 지나치게 폄하하거나 이 사안(드루킹 파문)만을 부각시키려 한다면 유권자가 심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수사) 상황을 두고 봐야 하지만 휘발성이 강한 이슈인 것은 분명하고 사안의 복잡성으로 볼 때 지방선거까지 중요한 정치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찰 수사 ‘촉각’
金, “실체 밝혀질 것”

 
향후 수사당국의 결과에 따라 김 의원과 민주당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찰 수사는 드루킹의 여론조작 의혹 사건에 김 의원의 연루 여부를 규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당초 드루킹의 일방적 메시지 전송에 가까웠던 둘 간의 관계가 최근 수사가 진행되면서 달리 판단할 만한 정황이 나와 주목된다.
 
20일 경찰 조사 결과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인터넷 기사 주소(URL)를 보내며 홍보를 요청하고 드루킹이 “처리하겠다”고 답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 과정에서 김 의원 소환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경찰은 “소환 일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드루킹의 ‘공범’이 되려면 당시 드루킹이 매크로 등 불법적 수단으로 여론조작을 했고, 이를 김 의원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최소 방조 혐의가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김 의원은 드루킹에게 기사를 홍보해 달라고 했을 뿐, 그가 불법 수단을 동원한 사실은 몰랐다고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 경남지사 출마를 공식화한 김 의원은 이날 관련 의혹에 대해 “도민이 냉정하고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조속하게 마무리되면 제가 어떤 과정에서도 추호의 위법이 없었던 사실이 백일하에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이 매크로 등 드루킹의 불법 정황을 알았나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정국은 또 한 번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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