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해야 산다” 유권자 눈길 끄는 네이밍 천태만상

6‧13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주자들의 ‘네이밍 전쟁’은 또 다른 흥미 요소다. 각 당의 경선 후보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서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 후보 간 경쟁이 불붙고 있다. 

‘1자리2용섭‧어사 김문수’ 등 여러 후보들은 자신의 이름이나 강점을 활용한 네이밍으로 유권자에 적극 어필하고 나섰다. 일요서울은 후보들의 톡톡 튀는 네이밍 열전을 조명해봤다.
 
오거돈, ‘오거돈 가거든 말씀해 주이소!’ 김문수, 고전설화 빗대 ‘어사 김문수’
문대림, 광화문1번가 본 떠 ‘문대림1번가’…기초 후보들 ‘뚜벅이 마케팅’도 주목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슬로건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디지털 소통 정당을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각종 네미밍이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오거돈 전 장관 <뉴시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최종 확정된 오거돈 후보는 ‘오거돈 가거든 말씀해 주이소!’라는 표어를 사용하고 있다. 본인의 이름과 사투리를 동시에 활용한 문구로 부산 시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전략이다. 과거 자신의 별명을 활용한 작품(?)이기도 하다. 오 후보는 다소 특이한 자신의 이름 때문에 어린 시절 별명이 ‘오거든~ 가거든~’이었다고 한다.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 문대림 전 청와대 비서관 <뉴시스>
  민주당 제주지사로 공천이 확정된 문대림 후보는 자신의 정책을 ‘광화문1번가’에 빗대 ‘문대림 1번가’로 소개하고 있다. 광화문1번가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가 만든 온라인 정책 제안 플랫폼이다. 최근까지 청와대 비서관으로 문 대통령을 보좌한 문 후보가 만든 ‘문대림 1번가’는 ‘친문’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이용섭 전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뉴시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이용섭 후보는 ‘1자리·2용섭’이라는 정책 네이밍으로 일자리를 강조했다. 광주시장 후보로 확정된 그는 ‘1자리·경제시장 2용섭의 12대 공약’을 발표하며 일자리를 강조하는 경제시장으로서 본인을 어필해왔다.
 
한국장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 전 경기지사 <뉴시스>
 ‘어사’ 金, 곳곳 1인 시위
투사 이미지 부각

 
야권에서도 눈에 띄는 슬로건이 있다.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어사 김문수’다. 자신의 이름을 고전설화 ‘어사 박문수’에 빗댔다. 이 고전설화 내용이 암행어사 박문수가 나라 곳곳의 부패를 척결한다는 것인 만큼 부패에 맞서 싸우는 투사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후보는 투사 이미지 강조를 위해 마치 암행어사처럼 곳곳에 출몰(?)해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지난 15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에 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으며, 지난 10일과 12일에도 각각 금융감독원과 청와대 앞에서 ‘셀프 후원’ 논란에 휩싸였던 김기식 원장의 사퇴 촉구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김 후보는 부패 이미지로 현 여권을 겨냥하는 한편, ‘청렴’ 이미지도 동시에 부각하고 있다. 이른바 ‘영맑남(영혼이 맑은 남자)’이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0일 김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지난 1996년 정치에 함께 입문한 김 전 지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영혼이 맑은 남자’”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어사 김문수’와 ‘영맑남’으로 부패 척결과 청렴성 부각이라는 쌍끌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CEO 安 ‘혁신 경영’
‘개나리봇짐 투어’도

 
앞선 후보들 외에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혁신 경영’도 있다. 벤처기업 경영자 출신인 안 후보가 자신의 강점을 살리면서 서울시를 혁신 경영으로 이끌겠다는 각오다.
 
광역급은 아니지만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빼놓을 수 없다. ‘00이 간다’, ‘시민과 만나는 00투어’ 등 직접 주민을 찾아가 고충을 듣는 일명 ‘뚜벅이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김은경 민주당 인천 남구청장 예비후보는 ‘개나리봇짐 투어’를 진행했다. 배낭에 개나리를 꽂고 하루 7시간씩 지역구 일대를 걸어다니며 주민들을 직접 만나는 소통 행보다.
 
인천시 무형문화재 23호 판소리고법 예능보유자이자 시각장애인인 조경곤 씨의 행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 서구청장 무소속 후보로 나선 그는 이달 초 지역구의 한 시장에 흰지팡이를 짚고 도포와 갓을 쓴 차림으로 나타나는 이색 행보를 했다. 조 씨는 자신의 집을 선거사무소로 개방해 주목을 받았다.
 
한편, 이런 가운데 네이밍 경쟁은 상대방을 비판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정치권으로 옮겨오면서 여야는 당명을 이용, 서로 “더듬어민주당”, “자유터치당” 등 낯 뜨거운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정책 네이밍과 관련해선 지난해 현 정부의 고소득자 증세 방침을 놓고 야당에선 “세금 폭탄”, 여당에선 “명예 과세”라고 한 것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네이밍은 해당 사안의 성격을 압축해 재빨리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만큼 향후 정국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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