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심사위원장 내정을 둘러싼 한나라당 지도부의 불협화음은 권력암투로까지 번질 조짐이다.내년 17대 총선에 나갈 후보들의 심사를 진두지휘할 공천심사위원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누가 핵심 포스트를 장악하느냐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내 ‘중진 물갈이론’과 맞물린 공천심사위원장 인선문제는 현지도부간, 또 신·구지도부간 마찰을 심화시키고 있다. 갈등에 불을 지핀 것은 이재오 사무총장의 ‘박근혜 카드’ 불가론. 당내에서 논란이 일자 이 총장은 즉각 “당헌 때문”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최병렬 대표나 당사자인 박 의원은 불쾌한 감정이 역력했다.

공천심사위원회 최종안 확정을 앞둔 지난 16일 오전 한나라당 대표실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최병렬 대표와 이재오 사무총장이 ‘박근혜 공천심사위원장’ 지명을 둘러싸고 논의중이었다.최대표가 “개혁성 상품성으로 봐도 박근혜만한 카드가 없다”며 박의원을 낙점하자 이총장이 “총선용 카드가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면충돌한 것. 반시간 가량 고성이 오가다 결국 이총장은 대표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이번 논란과 관련 박근혜 의원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다.김기덕 전 미래연합 공보특보는 “당이 과연 개혁을 원하는지 의문스럽다”며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면 (박의원) 자신이 굳이 나서지 않고도 함께 할 수 있다”고 박의원의 입장을 전했다.이총장의 반대로 박의원 카드는 불투명해졌다.

이총장이 박의원 불가론에 대해 외형상으로 “당헌 당규상 위헌”이라거나 “공천 물갈이를 하려면 칼자루를 쥐고 휘둘러야 하는데 여성인 박 의원이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하지만 “박 의원이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로서 얼굴로는 부적당하다”는 게 실제 이유라는 얘기도 들린다. ‘박근혜 카드’ 논란이후 당내에서는 이 문제가 단순한 인선 문제가 아닌 권력암투로 비쳐지고 있다. 박의원은 소장파를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고있어 이 총장 등 현 지도부가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만큼 암투설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의원에 대한 ‘비토’론은 또한 서청원 전대표의 행보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 전대표는 “(최대표 구상대로)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문제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를 정면으로 공론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당관계자는 “주도세력없이 물갈이 대상자와 물갈이폭이 들쭉날쭉한 게 잡음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중으로 공천심사위를 띄우고 총선 정국으로 발빠르게 전환하려던 계획이지만 공천심사위원장 문제로 난항이 예상된다.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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