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라틴 음악과 강렬한 노랑 유니폼으로 뇌리에 남아있던 콜롬비아. 그곳을 향과 맛으로 음미할 수 있는 이름은 커피였다. 커피루트를 따라 콜롬비아에 숨겨진 보물들을 하나씩 발견하던 시간, 결국 내게는 쓰디쓰던 에스프레소마저 달콤하게 입 안을 맴돌고 있었다.
 
          국립커피공원
 
커피 강국은 역시 다르다. 커피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시선과 각도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인데, 커피가 차지하는 콜롬비아에서의 위상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 있다.
          국립커피공원은 킨디오 주의 몬테네그로시에 위치하고 있는 커피를 주제로 꾸며진 테마파크다.

알록달록한 콜롬비아식 민속 건축물들 그리고 공원과 박물관을 이어주는 케이블카들이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초록 정원을 만나 콜롬비아의 어느 곳보다도 산뜻한 첫인상을 선사한다. 마침 주말을 맞아 나들이 나온 가족과 연인들의 모습에서 공원 광장의 오후 햇살이 더욱 따스하게 느껴진다.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커피쇼가 펼쳐지는 공연장이다. 22명의 배우들이 펼치는 댄스, 저글링, 음악, 컬러쇼 등을 통해 커피 생산지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쇼. 콜롬비아의 화려함으로 똘똘 뭉친 배우들의 의상과 퍼포먼스는 남미의 열정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또 이곳 사람들의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모습 역시 찾아볼 수 있어 콜롬비아 사람들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의 정상에 오르면 커피박물관이 기다린다. 커피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그들만의 비결을 한 자리에서 찬찬히 만나게 될 것이다.
 
         살렌토
 
커피루트를 따라가다 만나게 된 살렌토. 이곳에서 역시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건 어쩌면 당연 한 일이지만 그보다도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풍경 들을 만날 수 있어 여행 일정에 꼭 포함시켜야 할 도시이다.
         콜롬비아를 여행하다 보면 밝고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콜롬비아의 전통 가옥들을 때때로 볼 수 있다. 킨디오 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살렌토는 우리의 한옥마을과 그 성격이 같은 곳으로 옛 가옥들이 모여 있어 콜롬비아의 아름다움을 느릿느릿 감상할 수 있는 지역이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도착한 살렌토는 옅은 주홍색 불빛들만이 가득히 골목을 밝히고 있다.
         한산해 보이지만 집집마다 조금씩 열어둔 문틈 사이로 비치는 풍경은 다채롭다. 레스토랑과 카페, 바에 앉아 있는 여행자들의 모습에서 살렌토가 콜롬비아에서 손꼽히는 여행지임을 새삼 깨닫는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여행자들의 모습을 따라 들어간 한 레스토랑은 홍대의 어느 곳을 닮았다.
         센스 절정의 예술적 감각이 작은 레스토랑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광장은 조금 더 활기차다. 흥겨운 라틴음악이 흐르는 펍 앞에는 리듬에 몸을 맡긴 사람들의 춤사위가 신나게 벌어지고 있다. 맥주 한 병이면 그들과 함께, 진정한 콜롬비아를 경험할 수 있다.
         한낮의 살렌토 마을은 밤과는 확연히 다른 곳으로 뒤바뀐다. 골목을 가득 메운 여행객들과 그들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상점들이 이름난 여행지의 북적한 풍경을 만든다. 그럼에도 여행자들의 발걸음은 슬로우를 유지한다. 저마다 다른 색을 입고 있는 누군가의 집을 바라보고 한 번씩 눈을 맞춰야 만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창문에 얼굴을 내민 이들과 인사도 나눠야 하고, 때로는 예쁘장한 기념품을 찾아내야 한다. 빠르게 걷다 보면 그 모든 것들을 놓치고 만다. ‘꽃에 꿀벌이 모여든 동네’, 살렌토에 대한 가장 올바른 소개가 아닐까.
 
         <info> 살렌토의 대표 카페, 헤수스 마틴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렌토를 대표하는 커피 맛을 찾을 수 있다. 
         하늘색과 노랑색이 예쁘게 칠해진 건물 창밖으로 열쇠꾸러미를 들고 있는 조각상이 독특한 카페 헤수스 마틴은 자신들만의 특별한 로스팅 방식 등을 통해 살렌토 최고의 커피를 제공한다. 입소문으로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 곳.
 
        코코라 밸리
 
살렌토 마을의 숙소에는 주변 여행지에 대한 소개와 함께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흥미로운 사진들이 여럿 보이지만 특이한 야자수 나무에서 시선이 멈춰버렸다. 킨디 오 왁스 야자수라고 불리는 나무들이 산 속에 우거진 풍경. 그 풍경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차를 타고 코코라 계곡으로 향한다.
        코코라 계곡은 안데스 산맥 중심 부근, 킨디오 주에 위치한 로스 네바도스 자연국립공원 내부에 속해 있는 자연 경관으로 국가적 수목들의 주요 서식지이면서 킨디오 왁스 야자수를 비롯한 멸종 위기에 처한 여러 동식물들이 보호되고 있는 곳이다.

차창 밖으로 국립공원의 수려함이 얼마간 스쳐 지나가자 계곡의 입구에는 두 가지 교통수단이 손님을 기다린다. 지프와 말, 코코라 계곡 여행을 도와주는 도우미들이다. 물론 두 발로 하이킹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어느새 나타난 개 한 마리가 가이드가 돼 길을 안내해주고 있다. 산 속으로 조금씩 들어갈수록 풍경은 이색을 넘어 환상에 가까워진다. 마치 이름 모를 행성에 불시착이라도 한 듯 눈앞에 펼쳐진 오묘한 풍경.
        초록 양떼목장 위로 뾰족뾰족 솟아 오른 야자나무들의 행렬, 그 속에서 풀을 뜯고 있는 유유자적한 젖소들, 야자나무 사이로 자욱하게 내려앉은 짙은 안개까지. 한데 모여 있을 거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의 조화가 이루어 낸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풍경이기에 돌아오는 아쉬움은 더욱 크게 남았다.
 
       보고타, 콜롬비아 여행의 시작과 끝
 
한국에서 콜롬비아로의 여행은 쉽지 않은 길이다. 항공편으로 미국이나 멕시코 등을 이용해 첫 발을 딛는 곳이 바로 수도 보고타, 이곳에서 긴 비행으로 지친 몸을 잘 추슬러야 하고, 또 돌아가는 비행을 준비해야 한다.
       때문에 넉넉하지 않은 일정이라도 하루 이틀 정도는 반드시 보고타에 머무르며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보고타에는 꽤 흥미로운 볼거리도, 맛봐야 할 음식도 많으니 어떻게 지낼지 걱정은 필요 없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보고타 황금박물관
 
엘도라도의 땅 콜롬비아에서 황금을 빼놓을 수는 없다. 보고타 황금박물관은 황금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빛나는 공간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손꼽힌다.
      1939년 설립된 이 박물관에는 3만4000여 개의 금 세공품과 2만여 개의 돌, 도자기, 보석 그리고 천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수많은 금 세공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들은 독특한 양식을 나타내는 인면상들이다.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 특유의 문화를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는 작품들로 킴바야, 칼리마, 타이로나, 무이스카, 톨리마 등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작은 세공품들을 용도에 따라 실제 사람의 형상에 장식해 놓아 그 용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해 놓은 모습도 흥미롭다.
      ‘황금의 땅’으로 잘 알려진 옛 신라의 황금 유물과 비교하며 살펴본다면 조금 더 알찬 시간이 된다. 주변에 여러 가지 콘셉트의 박물관들이 많으니 시간이 여유롭다면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보테로 박물관
 
세계적으로 유명한 콜롬비아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
     보테로는 자신의 작품 123점과 개인적으로 수집해 온 피카소, 달리, 샤갈, 미로 등의 조각과 그림 87점을 콜롬비아 공화국 은행에 기증했고 이곳에서 그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보고타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인 라 칸델라리아 지구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에 볼거리들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무엇보다 남미에서는 드물게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은 보테로 박물관만의 특별한 선물.
 
   볼리바르 광장 & 라 칸델라리아 역사지구
 
콜롬비아의 어느 도시를 가든 만날 수 있는 이름이 있다. 라틴 아메리카 독립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볼리바르다.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볼리바르 광장은 보고타 시내 중심에 위치한 널찍한 광장으로 콜롬비아 정치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주변에는 의회와 대법원, 시청, 대통령궁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볼리바르 광장이 위치한 라 칸델라리아 역사지구에는 19세기 건축양식의 지붕과 식민시대 풍의 발코니가 남아있는 건축물들이 줄지어 있다.
   과거 식민지 시절 총독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정원과 현관들 역시 잘 보존돼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 역사지구에는 500여 개에 달하는 예술 관련 기관 및 단체, 박물관과 연구소, 극장, 도서관, 대학들이 밀집해 있어 콜롬비아의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팔로케마오 시장
 
보고타의 서쪽에 위치한 팔로케마오 시장은 버려진 철도 위에 남겨진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 만든 시장이다. 보고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으로 이른 아침부터 물건을 사고파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른 아침 시장 입구에는 노상에 앉아 아레빠와 커피 한 잔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식사거리가 기름에 튀겨져 노릇하게 익어가기도 하고 오븐에서 구워져 특유의 향을 풍기며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기도 한다.
  팔로케마오는 두 가지로 특히 유명하다. 꽃과 과일. 콜롬비아를 채색하고 있는 눈부신 색의 비결이 그 두 가지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 흔히 꽃시장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많은 꽃들을 볼 수 있다. 꽃가게가 아닌, 길가에도 그리고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도 꽃다발이 잔뜩 쌓여 있다.
  놓여 있는 모습만으로도 하나의 작품이 된 것은 과일도 마찬가지. 수많은 과일과 채소가 진열대에 놓인 모습은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그 종류도 너무도 다양해서 지나가며 하나씩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색깔마다 다른 맛을 내는 과일주스 역시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난생처음 보는 과일을 사서 한국으로 가져가는 상상은 결코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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