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진흥위원회 24일 서울글로벌센터서 성매매방지 정책토론회 개최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24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실에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주관한 제1차 성매매방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뫼비우스의 띠로 얽힌 ‘성접대’, 성폭력·성매매-미투(MeToo) 운동 속에서 본 ‘침묵의 카르텔’’이라는 주제로 권미경 다음소프트 이사,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주우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국장,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소속 연구위원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변혜정 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번 주제가 “다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많이 얘기되지 않았다”면서 “‘성접대’가 얼마나 폭력적인 매매라는 구조 속에 있는지를 전하려한다”고 개최 의도를 밝혔다.
 
이어 사회를 맡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 역시 이에 관해 “어렵고 무겁지만 시급하게 토론해봐야 할 주제”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접대 문제에 대한 공론화는 2009년 ‘故장자연 리스트’를 통해서 점화됐다. 이후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성접대 사건 등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연루되면서 실상이 폭로됐다.
 
김 전 차관 사건의 경우 현재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가 정식 재조사를 발표해 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현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성매매 근절을 위해 어떻게 나아갈지를 함께 논의해보는 뜻 깊은 자리였다.
 
먼저 ‘빅데이터 분석으로 본 성접대·성폭력과 성매매’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김 이사는 “우리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성매매, 성접대, 성폭행에 대해 갖는 인식을 알아보고자 했다”고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조사는 201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됐으며, 트위터(twitter·SNS의 한 종류)를 통해 수집된 약 170억 건의 자료를 분석해 결과를 얻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며 오피, 미성년자 성매매 등 성매매 방법에 관련한 언급 역시 높은 편이다.
 
또한 ▲유명 연예인 성폭력 및 성매매 ▲문단 내 성폭력 및 한샘 성폭력 사건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 ▲故장자연 사건 재점화 등 주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성폭력, 성매매, 성접대 관련 언급량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미투 운동 시작 이후 트위터에서 미투 연관어로 교수, 배우, 정치인, 감독 등이 언급됐다”면서 이를 볼 때 “미투 운동으로 고발된 성폭력은 수직관계가 확실한 사회생활에서 비롯된 ‘권력형 성폭행’임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성매매 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노르딕 모델이 제시되고 있지만 홍보와 관심이 부족해 지속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 사무국장은 ‘문화예술계 접대 관행의 현주소’라는 제목으로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 편성에 관한 법률(방송법 제72조, 방송법 시행령 제58조) 제정 이전과 이후 성폭력과 접대 관행 등의 변화를 짚었다.
 
그에 따르면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 편성에 관한 법이 제정된 이후 제작자, 연출자, 작가. 캐스팅 디렉터 등 캐스팅을 할 수 있는 권력이 늘어나고 분산되면서 성폭력 및 접대의 발생도 확대됐다고 한다.
 
이어 주 사무국장은 “(캐스팅 관련) 권한들이 소수에게 집중돼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는 식의 인식이 있다”면서 “(접대 관행은)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돼있어 발생하는 문제이며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는 “문화예술계는 산업 영역 안에서 구조가 다변화되고, 그 안에서 카르텔을 형성하면서 서로 침묵하게 하고 피해자들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지 살펴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 사무처장은 ‘성접대, 성폭력 등의 보도 관련 언론의 역할’에 대해 발제했다. 성폭력이 왜 발생하는지, 이후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관한 후속 보도는 거의 없는 것을 성폭력 보도의 근본적인 문제로 꼽았다.
 
이어 “미투 고발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미투를 하는 순간 언론에 의해 고통 받을 것을 알기 때문”이라면서 미투 운동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아닌 사건에 대해 개별적이고 흥미 위주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언론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이후 포럼’의 네 번째 순서이기도 하다.
 
한국여성진흥원은 ‘사건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취지로 지난 1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에 ‘이후 포럼’을 진행해왔다.
 
‘이후 포럼’에는 폭력, 인권, 젠더 이슈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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