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수익률 기록

요즘 재계의 시선이 온통 효성家에 쏠려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부사장, 조현문 효성 전무, 조현준 효성상무 등 이른 바 효성家 3세들이 투자한 한 회사의 주가가 1년 사이 크게 오르면서, 이들이 사상 초유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애시당초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돈을 쏟아부은 것은 아니지만, 불과 1년 만에 평가차액이 수 백억원 대에 이르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 효성가 삼형제가 투자한 회사는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제조하는‘카프로’라는 회사. 국내 유일의 나일론 생산 공장인 카프로는 원래 고합그룹의 소유였는데, 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한동안 효성과 코오롱이 이 공장 인수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던 곳이다.

효성가의 삼형제는 지난해 7월 카프로 주주배정 유상증자 때에 당시 고합의 유상증자 실권주 물량을 우연찮게 인수했다가, 이런 ‘대박’을 내게 됐다.금감원에 따르면 당시 이들이 주식을 매입한 금액은 한 주당 1,080원. 하지만 최근 카프로가 생산하는 카프로락탐의 호황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6,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무려 5배가 넘는 수익률이다. 이렇게 되자, 재계의 시선이 온통 효성가 3세들에게 쏠리고 있는 것. 실제로 효성 안팎에서는 이들 삼형제에 대해 ‘3인3색’이라고 표현한다. 외모는 비슷하지만, 성격, 전공 등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들이 모두 경영일선에 나선 만큼, 향후 이들이 어떻게 그룹을 이끌어갈는지에 대해 관심이 지대하다.

효성가에 쏠린 재계 시선

이들은 셋 다 해외 유학파 출신의 고학력 재벌 3세라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이런 배경을 가지게 된 데에는 부친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영향력이 지대하다고 말을 한다. 조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학을 거쳐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에서 화공학을 전공했을 만큼 학구열이 남달랐다고 한다. 조 회장이 요즘도 회사의 굵직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 챙기고, 토론을 즐기는 학구파 ‘회장님’이라는 사실은 이미 재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부친의 영향 덕분에 효성가의 3세들 역시 모두 외국에서 유학한 경험을 갖고 있다. 또 이들이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도 효성그룹이 아닌, 외국계 회사에서였다. 하지만 전공 분야는 좀 다르다. 장남인 조현준 부사장은 정치학, 차남 조현문 전무는 법학, 삼남 조현상 상무는 경영이 전공이다. 맏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부사장은 형제들 중에서 가장 먼저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올해 만 37세인 조 부사장은 지난 97년부터 효성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일찌감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의 모교 고등학교는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보딩스쿨인 세인트폴. 이후 그는 미국예일대에서 정치학, 일본 게이오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조 부사장은 학업을 마친 후 효성그룹에 입사하지 않고, 외국계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97년 부친인 조 회장의 부름을 받고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효성에 입사를 했다. 현재 그의 담당분야는 효성의 해외진출 사업부문. 효성그룹 관계자는 조 부사장에 대해 전형적인 카리스마를 갖춘 재벌 3세라고 표현한다. 효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평소 직원들과 구내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할 정도로 소탈한 성격이지만, 그룹의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는 공격적이고 뭔지 모를 위엄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재벌 2, 3세들이 주축이 된 몇 몇 모임에서도 조 부사장은 젠틀하지만, 자기 주장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으로 기억을 한다.

조 부사장이 전형적인 ‘맏형’의 기질을 타고 났다면, 효성가 차남인 조현문 전무는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라고 한다. 차남 조현문 전무는 재벌가 3세 중에서는 상당히 드물게 미국 변호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조 전무는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졸업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지난 98년 하버드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뉴욕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미국의 한 로펌에서 근무하던 그는 형인 조현준 부사장보다 뒤늦은 시기에 그룹의 경영에 합류했다. 요즘도 그는 그의 ‘전공’을 살려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각종 송사와 기업 인수&합병에서 발생하는 법률적인 자문역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한다. 효성가 3세 중 막내인 조현상 상무는 이들 삼형제 중에서 가장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 역시 외국에서 공부했고, 또 외국계 회사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조 상무는 미국 브라운대 출신으로,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을 하다가 뒤늦게 그룹의 경영에 합류했다. 조 상무는 이들 삼형제 중에서 가장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축구광’인 그는 효성그룹에 입사한 이후, 사내 직원들과 축구 동호회를 발족시켜 스스럼없이 운동을 즐길 정도로 꾸밈이 없는 성격이라는 것이 효성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첫째와 꼼꼼하고 이성적인 둘째, 외향적이고 털털한 셋째가 바로 이번에 주식 대박을 터뜨린 효성가 3세들.재계는 향후 이들이 그룹에서 어떤 활약을 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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