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논란에 휩싸인 세양선박이 재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세양선박을 놓고 세븐마운틴그룹의 임병석 회장과 최평규 S&T중공업 회장이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세양선박M&A논란은 최평규 회장이 최근 세븐마운틴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세양선박의 주식 18.14%를 기습적으로 사들이면서 촉발됐다. 이에 경영권 위협을 느낀 세븐마운틴측은 즉각 100억원대의 유상증자와 1,000만달러의 해외전환사채(CB)발행을 통해 경영권 방어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재계관계자들은 세양선박의 M&A보다는 대결구도로 치닫고 있는 최평규 회장과 임병석 회장에게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 이들은 ‘M&A의 귀재’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S&T중공업의 최평규 회장과 세븐마운틴의 임병석 회장,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창업에서 인수까지 ‘닮은 꼴’

세양선박 M&A논란으로 재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최평규 회장과 임병석 회장은 여러면에서 서로 닮은꼴이다. 기업인수를 통해 기업규모를 늘린다는 점 외에도 창업을 통해 기반을 닦았으며, 창업회사가 자신의 전공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 또한 서로 닮아있다. 공학도로 기계회사를 통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최 회장은 지난 1979년 열교환기와 발전설비를 만드는 삼영열기공업(현 S&TC)을 설립하면서 기반을 닦았다. 이후 2002년 마산에 위치한 경우상호저축은행을 전격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통일중공업(S&T중공업)과 호텔설악파크를, 2004년에는 대화브레이크와 효성기계공업(공동경영)의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M&A시장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 회장의 경영확장의 특징은 주로 중공업분야와 관련된 회사라는 점이다. 재계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최평규 회장이 기계공학도 출신인 점이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도로스(항해사) 출신인 임병석 회장도 최 회장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전공분야인 해운을 통해 세븐마운틴그룹을 일궈냈다. 세븐마운틴그룹은 현재 세양선박, 진도, 세븐마운틴해운, 한리버랜드, 황해훼리, 필그림해운, KC라인, 우방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임 회장은 범양상선에서 항해사로 5년여를 근무하면서 모은 500만원으로 지난 1991년 ‘칠산해운(현 세븐마운틴해운)’을 설립한 뒤 IMF로 인해 법정관리 중이던 세양선박을 지난 2002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세양선박을 인수하며 해운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필그림해운(2003년), 진도·세모유람선(2004년)을 잇따라 인수해 종합해운그룹의 위용을 갖추었다.

‘생존’경영 vs ‘회생’경영

그러나 최 회장과 임 회장은 경영스타일과 기업인수 면에서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해 최 회장과 임 회장의 시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을 ‘생존’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면서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인수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이 같은 M&A지론은 실제 그가 인수한 기업리스트를 확인해 봐도 알 수 있다. 대화브레이크, 통일중공업, 효성기계 등 자신이 창업한 ㈜삼영처럼 제조설비 업체가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임 회장은 ‘회생’을 중요시한다.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들이 대부분 법정관리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인수 이후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기업을 회생시키고 있다. 실제 법정관리 기업이었던 진도는 세븐마운틴그룹에 인수된 뒤 8년간의 적자를 마감하고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해 재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경영스타일면에서도 두 사람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현장을 중시하는 우직한 최 회장과는 달리 임 회장은 자상한 큰형님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최 회장은 현장에 묻혀 사는 ‘불도저형’ 경영자다. 그는 통일중공업 인수 이후 사무실을 공장 내에 차리고, 그곳에서 노조원들과 같이 일하며 지낼 정도로 현장을 중시한다.

현장을 지키는 경영스타일이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들의 경영은 전문경영인을 통해 책임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임 회장은 그룹 전반에 세심한 신경을 쓰는 ‘큰형님’ 같은 경영자다. “기업주는 기업과 함께 망하고 흥해야 한다”는 임 회장의 평소 경영철학처럼 그룹 내 모든 계열사의 경영에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특히 해운그룹임에도 불구 건설업체인 우방을 인수한 것에 대해 임 회장은 “해운업종에 편중된 그룹의 사업다각화와 장기적으로 해양사업의 건설부문 및 해운물류의 투자를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의 ‘세심한 경영’은 직원들과의 거리감을 없애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기도 한다. 실제 세븐마운틴은 그룹 내 ‘e메일직보’ 제도를 통해 그룹 내 말단직원일지라도 보고할 사항이 있으면 임 회장에게 직접 e메일보고를 할 수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 제도로 인해 사원들과 회장님과의 거리감이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 호남기업들 ‘모두 모여~’
재계에 지역주의 ‘후끈’

‘글로벌 시대에도 지역바람은 분다(?)’재계에 지역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최근 호남 출신 기업인과 명사들이 차례차례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노츠의 유상증자건을 비롯, 최근 세양선박M&A논란에도 호남출신 기업인끼리 뭉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이노츠의 유상증자는 백종진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사장의 주도 아래 신선호 옛 율산그룹 회장, 신승남 전 검찰총장, 변형 전 한국투자신탁 사장, 이강환 대한생명 고문 등이 참여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백종신 한컴 사장의 마당발 인맥이 다시한번 빛을 발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호남 재벌들이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재계의 의문은 이번 세양선박M&A공방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세양선박의 제3자유상증자에 대한화재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대한화재는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건설업체 대주그룹의 계열사.업계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재계에 지역주의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냐”며 “지역 네트워크 구성을 통해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것은 발전적이지만, 글로벌 시대에 지역주의 바람이 다시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최근 재계분위기를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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