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의 상식 바꾸는 기술 및 서비스 속속 등장

- 경험·노하우보다 설비…IT 투자에 따른 기술적 우위가 차후 물류 효율성 좌우
- 물류 정보의 축적량 및 처리량 기하급수적 증가…자동화 수준 빠르게 개선

 
 디지털 데이터의 표준화, EDI(전자 데이터 교환)의 활용, 화물 추적 시스템 등 이른바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물류가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하고 있다. 복잡한 데이터의 관리 및 표준화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아날로그적이며 폐쇄적으로 운영돼 오던 물류 서비스가 빠르게 디지털화하기 시작한 것. 이로 인해 지금까지 화주와 운송업체를 이어주던 중개업자의 입지가 상실되는 등 새로운 물류 서비스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디지털 기술이 구현하는 추후 물류 시스템의 변화는 가히 파격적이다.
 
 
여객수송과 달리 기존의 화물 물류 시스템은 화물주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화물에 요구되는 거래 조건이 달라 물류에 관한 디지털 데이터의 표준화와 이를 공유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화물은 물론 트럭과 컨테이너, 선박 등의 수송자산, 설비의 위치와 온도, 상태 등의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시각화하기 위한 센서와 RFID(전자 태그)가 급속히 보급되는 등 물류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기술이 확대되고 있다.
 
물류 혁신의 첫 스텝, 데이터 축적과 활용
 
이를 통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데이터 축적량 및 분석 가능한 처리량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물류 시스템의 지각변동이 이뤄지고 있다. 컨테이너와 트럭, 창고상태 등의 데이터를 개방하고 필요한 만큼의 적확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로지스틱스 서비스(Logistics as a Service)’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인 것.

화주와 창고공간을 매칭해주는 ‘플렉스(Flexe)’나 로봇을 활용해 여러 화주가 함께 이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콰이어트로지스틱스(Quiet Logistics)’와 같은 미국 기업들의 경우가 바로 그런 사례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화물량의 변동에 따라 최소 한계 비용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효율화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물류 가격을 비롯한 국제 운송 가격 데이터베이스를 비교하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요금과 수송 용량 데이터를 관리하는 전 세계적인 거대 플랫폼이 바로 그 것으로 여객 수송 분야 ‘아마데우스(Amadeus)’사의 글로벌 분배 시스템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물류기업들은 자사의 데이터를 업로드함으로써 물류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렇듯 데이터 활용을 통한 물류 혁신이 비단 신생 첨단기업에서만 시도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형 물류기업인 ‘UPS’는 매일 수집하는 배송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로 최적화 시스템을 개발했고, 연비 향상 및 배송 효율의 향상을 달성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사업자인 ‘Maersk’는 컨테이너에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및 온도와 전원 연결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센서를 설치해 매년 수억 달러가 드는 보증 비용을 절감하는 등 물류 혁신의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물류 자동화, 미래 물류 서비스의 핵심으로
 
수년 전 매우 흥미로운 풍문이 글로벌 물류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글로벌 IT기업을 대표해 온 ‘구글’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생산과 물류현장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IT와 인터넷 검색으로 시작된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한 콘텐츠와 모바일 환경으로의 확장을 거쳐 제품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당일배송이라는 물류영역으로까지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였다. 그 중심에는 물류 자동화라는 혁신 단계가 위치해 있었다.
 
그동안 물류 시스템에서 자동화는 가장 낙후된 분야였다. 화물의 중요한 정보는 화주와 업무를 위탁하는 물류 업체 간 폐쇄적으로 공유됐고 개별적인 거래별로 업무 영역과 배송작업 등의 상이성 때문에 지시 데이터에 따라 기계화 및 자동화할 수 있는 범위도 극히 제한적이었던 게 현실이다.
 
자동 랙과 무인반송장치 등으로 일부 화물의 자동화는 진행돼 왔지만 표준화가 어려운 단계에서의 대응과 복잡한 데이터 관리, 통관 및 운송업체의 준비 등 인간의 손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프로세스도 물류 자동화의 더딘 진전에 한 몫 했다.
 
그러나 기계 제어 등 기술 발전과 디지털화 덕분에 물류 자동화는 최근 급속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어 기술의 진보 때문만이 아니라 폐쇄적인 창고 공간의 정보로부터 업무 지시의 바탕이 되는 수·발주 정보에 이르기까지 개별적 정보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물류 자동화는 거대한 물꼬를 트고 있는 중이다.

물류 산업의 기계화와 자동화는 인간의 경험과 노하우에 의한 작업 품질의 차이를 축소시킨다. 따라서 물류의 효율성은 인간의 경험과 노하우보다는 설비 투자와 IT 투자에 따른 기술적인 우위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경험과 노하우 등 인간의 손을 거치는 작업이 완전히 사라질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물류 효율성을 끌어내기 위한 자동화로의 진전은 이미 물류업계 내에서는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로운 물류 서비스, 어떻게 활용될까
 
데이터 축적과 개방으로 인한 물류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지금까지 화주와 운송업체를 중개하던 중간업자들은 점차 존재감을 상실할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물류의 형태가 변화하면 물류 제공 주체와 경쟁자도 이에 맞춰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즉 물류 발주자는 직접 판매를 추진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며 선박 회사 및 항공사,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와 화주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시스템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아마존(Amazon)’을 비롯한 ‘디비 쉔커(DB Schen ker)’, ‘디에이치엘(DHL)’, UPS 등 각 업계의 최대 기업들이 대거 화물 운송 마켓 플레이스를 개발하고 온라인 운송 주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물류 산업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향후 새롭게 증가하는 국제 무역 중 건수 기준으로 약 20 %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가 획득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최근 차세대 물류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는 자율주행차가 실용화될 경우 자동차 및 임대회사가 물류 서비스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미래 물류의 양상은 과연 어떻게 흐를 것인가? ‘적절한 양의 화물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위치에 전달한다’는 물류의 본질은 미래에도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단지 본질은 변하지 않되,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배송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한다.

더불어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지금까지의 물류 서비스를 신속하게 상품화하는 동시에 기존 물류의 자산과 장비 등 과거의 유산들을 활용하는 등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것이 물류업계의 당면과제라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 SPA 브랜드 기업의 한 전문가는 “기술 진보에 따라 업종별 차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고 공 제조업과 유통 등 기존 산업 분류는 의미가 없어진다”며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주는 충격파로, 물류 분야도 똑 같은 논리가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