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윤환 전의원은 그동안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흔두 살의 당대의 정치가, 허주 김윤환. 한때 ‘천하의 허주’,’킹 메이커’,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 정치인’으로 불리기도 했던 허주는 깊어가는 가을에 병마와 처절한 사투를 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정치적 시련도 병세악화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측근들은 전한다.시련은 2000년 총선 때 다시 엄습했다. 그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것이다.

그해 2월 이회창씨와 그의 측근들은 소위 ‘공천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그를 밀어냈다. 그의 낙천은 자신은 물론 정치권 전체에도 충격적이었다. 그는 낙천에 반발, 이기택 신상우씨와 함께 지금의 민국당을 창당했으나 어이없이 무너졌다. 지역구에서 낙선한 것은 물론 민국당이 16대 총선에서 지역구 1석, 전국구 1석을 건지는 데 그치는 등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9월, 허주는 등 부위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이때부터 대여섯 차례 연세대병원에 입원하며 치료하고 정밀 검진을 받았으나 12월까지는 암 진단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대선 후 미국으로 건너간 허주는 한쪽 콩팥을 떼어내고 척추수술을 받고 요양을 했다. 미국에서는 휠체어에 앉을 수 있었다.허주는 2000년 이후 심적 고통이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치유에 실패하고 귀국한 그는 자택에 머물며 식이치료와 주 1회 일산 암센터 통원치료를 병행했다. 그러다 15일 오전 10시50분쯤 화려하면서도 아쉬운 정치인생을 뒤로 한 채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빈 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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