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재판에 넘겼지만 물증 없고 구체적 사실 특정 못해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83일 만에 활동을 종료했다. 조사단은 26일 서울동부지검에서 그동안 진행한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안태근 전 검사장 등 7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 하는 실망감을 안겨준 조사결과로 국민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안태근 전 검사장 불구속 기소, 법정 공방 치열할 전망
인사자료 등 반출·누설한 현직 검사 2명, 대검에 징계 건의


지난 2월 2일 출범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안태근 전 검사장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활동을 공식 종료했다.

안 전 검사장은 지난 2010년 10월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이후 2015년 8월 통영지청으로 발령 내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25일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안 전 검사장은 검찰 인사 등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아울러 서 검사의 2차 피해와 관련해 인사자료 등을 반출·누설한 현직 검사 2명에 대해 대검찰청에 징계를 건의했다. 이들은 2015년 당시 안 전 검사장과 함께 법무부에서 인사를 담당했다. 대검은 징계 혐의 사실을 살펴보고 추후 징계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이 인사 원칙과 기준을 위반해 서 검사를 부당하게 전보하도록 인사 담당 검사에게 지시했다고 파악했다. 또 성추행 사건 은폐를 위해 부당한 지시를 한 것으로 범행동기를 연결해 보고 있다. 반면 안 전 검사장은 인사권 남용을 모두 부인하고 있어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성추행‧부당 사무감사
명예훼손‧모욕 혐의 제외

 
조사단 관계자는 “검사 인사에 대한 최초의 수사라서 쟁점이 간단치 않았고 법리와 사실관계 등 재판에서 다툼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충분히 증거 자료를 모았고 간접적인 진술도 있다. 인사 변동 과정 등 증거를 통해 자신있게 (공소)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성추행과 부당 사무감사 의혹은 안 전 검사장 혐의에서 제외됐다. 성추행 혐의는 당시 친고죄가 적용돼 이미 고소 기간이 지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

2014년 사무감사에서 서 검사를 ‘표적감사’ 했다는 의혹도 문제점을 찾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사무감사 기록 및 서울고검의 사무감사 지적사항, 총장경고 등 6년간 문책 내역, 관련자 조사 등을 진행했지만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 외부 전문수사자문위원들도 서 검사의 사무감사 지적이 적절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 검사의 2차 피해 관련 일선 검사들의 수사는 사실관계 파악 등 물증 확보가 어려웠고 구체적 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내부 게시판에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판단,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결론 지었다.

이 밖에 조사단은 후배 검사 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소속 김모 부장검사를 지난 2월 구속기소했다. 1심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2015년 서울남부지검 재직 당시 후배 검사들을 추행한 혐의를 받는 전직 부장검사와 전직 검사, 직원을 추행한 혐의 등을 받는 현직 수사관 3명 등 5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활동을 마무리한 조사단은 공식 해단하지만 안 전 검사장 등 재판의 공소유지는 담당 검사들이 맡는다.

조사단은 검찰 내 성 비위 사건 처분에 대한 문제점과 검사 인사 및 사무감사 제도개선 방안 등도 대검에 건의했다. 대검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을 개정하고 검찰공무원의 성 비위 사건에서의 입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검사들과 인사 관련 의견을 소통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제도 수립 등을 제안했다.

최근 대검에 신설된 양성평등 담당관이 ‘성평등 기획단’으로 확대 개편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지현 검사 측
“부실 수사로 진실 은폐”

 
조사단 수사 발표에 대해 서지현 검사 측은 “검찰만을 지키기 위한 부실 수사로 피해자 고통을 가중시키고 진실을 은폐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서 검사 측 법률대리인단은 26일 오후 입장 자료를 내고 “검찰 내 성폭력이 어떤 식으로 처리되는지, 성폭력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를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사무감사와 인사가 한 개인이나 조직의 특정 목적을 위해 어떻게 이용됐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 검사 측은 “직권남용 문제는 검찰 최초로 법무부 검찰국을 수사해야 하고 고위 검사들을 조사해야 하는 수사”라며 “검찰 최초의 검찰국 수사는 최대한 신속히 이뤄졌어야 하는데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친 채 수사를 진행해 고의 지연 수사에 관한 의심 또한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수사의 적정성, 공정성 문제도 지적했다. 이들은 “조사단장은 서 검사 사무감사를 결재해 검찰총장 징계에 관여한 검사”라며 “법무부 성범죄대책위원회 면담에서 조사단장은 자격과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니 교체를 권고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조직 내 성폭력 사건 발생 시 가해자를 처벌·징계하거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피해자들에게 명시·묵시적으로 침묵을 강요했다”며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조용히 사표를 수리해 주는 방법으로 성폭력을 방치 내지 방조해 왔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제 식구 감싸기 한계”

 
조사단 활동 종료에 따른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수사결과로 보여주겠다’던 조희진 단장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제 식구 감싸기’식 부실수사를 반복하는 등 수사의 한계를 보여준 진상조사단 활동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25일 성명을 발표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검찰 셀프수사의 한계를 스스로 증명한 검찰 성폭력 진상조사단’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서 검사의 폭로는 검사조차 검찰의 자체 수사를 기대하기보다 언론에 폭로하는 방식을 택했음을 보여주었다”며 “지난 석 달간 검찰 내 수사가 진정성 있게 진행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조사단은 안태근 전 검사장을 사건 착수 한 달이 다 된 2월 26일에서야 소환조사를 하였고, 3월 26일 진상조사단이 대검에 수사경과를 보고했지만 문무일 검찰총장의 보강 수사 지시를 받았고, 안태근 성추행 사건 무마 의혹이 제기된 최교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서면조사만 실시하는 등 부실수사, 늑장수사라고 비판받을 만한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수사 과정에서 과거 인사 기록 파일이 유출됐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며 “해당 파일 내용이 단순한 인사 내용을 넘어선다는 의혹도 제기되었지만 진상조사단이 수사를 진척시킨다거나 이관시키는 등의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아 끝내 무마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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