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6.13 지방선거를 맞이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원순 사단이 지난 2016년 총선과 마찬가지로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박 시장은 우상호, 박영선 당내 서울시장 경선주자들을 가뿐하게 제치고 서울시장 후보가 됐지만 막상 서울시 구청장에 도전한 수족들은 컷오프 당하는 등 수모를 겪고 있다. 박원순 캠프에서는 친문 주류가 ‘비주류’인 박원순 시장만 남기고 수족을 다 자르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 실상을 알아봤다.
 

- 서울 기초단체장 ‘박원순맨’ 줄줄이 ‘경선 탈락’
- 국회의원 ‘자기사람’심기 경쟁… 경선 후유증 ‘한몫’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시에서 일했던 ‘박원순 사단’은 전국적으로 6명 정도가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섰다. 그중에서 5명이 서울시 구청장에 출마했다. 중랑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류경기 후보는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이다. 박 시장 재임 7년간 그림자처럼 보좌했다. 류 전 부시장은 대변인, 행정국장, 기획조정실장, 행정1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6명 중 3명 ‘컷오프’
1명 경선 탈락...나머지는
 

유창복 후보는 마포구청장에 출마했다. 유 후보는 서울시 전 협치자문관을 지내며 서울시 마을공동체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등 협치 정책을 직접 설계하고 실행한 인물이다. 박 시장이 직접 발탁한 인사로 ‘마을 전문가’로 불리기도 한다.
 
영등포 구청장에 출마한 채현일 후보는 박 시장의 전 정무보좌관 출신이다. 서울시와 각 구청 간 협력을 도맡아 ‘협상의 달인’으로 불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도 지냈다. 관악구청장에 출마한 정창교 후보는 박 시장의 정책특보 출신이다. 스스로는 ‘유종필의 계승자’라고 칭하면서 동시에 ‘박원순 마케팅’을 경선과정에서 펼쳤다.
 
서울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박 시장의 전 대외협력보좌관을 지낸 전성환 후보는 아산시장에 출마했다. 복기왕 전 아산시장이 충남도지사에 출마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지역이다. 박 시장 역시 6명의 박원순맨들이 선거사무실 개소식이나 출판기념회에 직접 참여해 축사를 하는 등 힘을 실어주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박원순 사단으로 불리는 총 6명 중 4명은 컷오프당하거나 경선 탈락으로 잇 고배를 마셨다. 4월27일 민주당 서울시 구청장 경선 결과 김현성 금천구청장 후보, 유창복 마포구청장 후보, 정창교 관악구청장 후보는 경선에도 끼지 못하고 컷오프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또한 전성환 아산시장 후보는 3인 경선에서 오세현 전 아산 부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본선행이 좌절됐다.
 
류경기 중랑구청장 후보와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민주당에서 아직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 후보가 출마하는 중랑구 자체가 한국당 색채가 강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강남 3구와 함께 한국당 후보가 현직 구청장인 몇 안 되는 지역이다.
 
류 후보는 시의원 출신 성백진 후보의 강력한 경선 요구에 막닥뜨려 있다. ‘젊음’을 무기로 한 강상만 변호사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후보는 현직인 조길형 민주당 구청장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한때 민주당에서는 채 구청장 후보가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관을 지냈지만 현 구청장에 맞서 고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컷오프 당한 ‘박원순맨’들은 재심을 청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유창복 마포구청장 후보와 김현성 금천구청장 후보다. 이들은 경선 심사 재심 신청을 청구하면서 기자회견을 갖았다.
 
유 후보는 “당내 경선 전 사전심사 과정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당내 경선 후보자로도 나설 수 없을 정도의 미흡한 사람으로 결정된 사유가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지역 언론사 주관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과 2배 이상 차이가 났고 당 지지층 응답에서는 3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며 컷오프 당한 것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후보 역시 공천심사에 예비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컷오프 여론조사 질문 문항이 불공정했다고 주장했다. 부정선거운동과 허위사실 공표, 당규위반행위 등을 한 예비후보는 3인 경선에 포함되고 자신이 주요 경력으로 내세운 ‘전 박원순 서울시장 디지털보좌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빠진 채 ‘서울시 디지털보좌관’으로 대표 경력이 나가 여론조사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김 후보는 “컷오프 결과가 4월20일 발표됐는데 상대 후보 중 한 명은 14일부터 컷오프를 통과했다고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로 인해 내 기간 조직이 흔들리고 해이해졌다. 그것을 해명하느라 힘들었다”며 “그 후보는 이후 ‘개소식을 앞두고 다급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금천구청장 경선은 지역 당협위원장인 이훈 국회의원이 밀고 있는 최규엽 후보와 이목희 전 금천구 국회의원이자 일자리 부위원장이 밀고 있는 오봉수 후보 그리고 현 구청장이 밀고 있는 유성훈 후보 3인이 경선을 진행 중이다.
 
김 후보는 또한 “만45세 이상 만48세 이하에 주어지는 10% 청년 가점제가 존재하지만 자치구청장 공천에서 1명도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청년과 정치 신인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는 민주당의 철학과 가치는 어디서 구현되느냐”고 반발했다.
 
‘박원순 키즈’,
재심 청구 컷오프 ‘반발’

 
반면 정창교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컷오프 승복’을 밝히면서 누가 후보가 되든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을 보여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6명 중 3명이 컷오프 당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박 시장 캠프 한 관계자는 “노무현·문재인 마케팅이 경선에서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특히 비주류 후보와 정치 신인이 최대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원순맨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서 “박원순 수족 자르기 아니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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