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 봉합 가능성 ‘미지수’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바른미래당의 ‘뇌관’이 터졌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이어오던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유승민 공동대표의 기싸움이 공천 과정에서 결국 폭발한 것. 양측은 ‘사천(私薦)’ 논란에도 불구, 각자의 측근을 공천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준석 당협위원장의 서울 노원병 공천을 중앙당이 보류한 것이 단초가 됐다. 백의종군을 자처했던 안 위원장이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할 때도 은근한 기싸움이 있었고, 공천 과정에 들어서는 송파을에서 친안‧친유 간 알력이 불거졌다.
 
‘당’ 아닌 ‘계파’ 승리 위한 움직임? ‘내 사람 챙기기’ 급급 ‘눈살’
지선 후 차기 지도부 구성하며 갈등 증폭 전망… 장기화 조짐
 

바른미래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3일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단독 공천을 신청한 이준석 당협위원장에 대한 심사를 보류했다. 단독이었기 때문에 무난히 공천 심사에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을 뒤엎은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추천한 인사 각각 5명씩 10명으로 구성된 공관위원들은 정확히 5대5로 갈리며 이 위원장의 단독 공천 심사를 부결했다.
이에 대해 친안계와 친유계 인사 간 계파 갈등이 표면에 드러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 위원장은 잘 알려진 유 대표 측근이다. 유 대표를 필두로 한 바른정당 인사들은 오래전부터 이 위원장의 노원병 출마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이 위원장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소속으로서 안 위원장과 맞붙었던 만큼, 이후 꾸준히 지역구 관리를 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국민의당에서 추천한 5명의 공관위원이 이 위원장의 단독 공천을 막았다는 관측이다. 이들은 노원병 자리에 안 위원장의 측근이자 외교안보 참모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출마시킬 심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원병이 안 위원장의 지역구였던 만큼 지역 민심을 따라 친안계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게 이들의 속내로 비쳐진다. 김 교수는 이튿날인 지난 24일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결국 두 후보의 경선이 성사됐다. 사실상 안 위원장과 유 대표의 대리전 양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측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2년 전 누군가 다른 누군가에 대한 사감(私感)으로 공천을 가지고 당 자체를 망가뜨린 일이 있다. 결국 본인에게 간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뜻을 받들어 장난치는 자들을 무찌르고 필승하겠다”고 비난했다. 이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박근혜-유승민의 ‘친박 공천 갈등’을 비유한 것으로, 안 위원장을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정성을 갖고 명예를 회복하고 당의 단합과 안 위원장의 승리를 위해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당하게 후보 신청을 해서 공정한 절차와 합당한 방식으로 떳떳하게 겨루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노원병 이어 송파을까지… 대놓고 ‘사천’ 논란
 
송파을 공천에서도 계파 갈등의 조짐이 나타났다. 친유계에서는 송파을 공동 지역위원장인 박종진 전 앵커가, 친안계에서는 이태우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과 장성민 전 의원이 나선 상황이다.
 
친유계의 경우 바른정당 당시 ‘우수인재 영입 1호’로 입당한 박 전 앵커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친안계는 청년 최고위원으로서 안 위원장과 함께 일했던 이 전 최고위원 또는 장 전 의원이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송파을 지역이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만큼 이번에도 국민의당 출신에게 공천을 주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관악구청장에서도 뒤늦게 안 위원장 측의 ‘사천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 공천에 관여할 수 없는 안 위원장이 사적인 친분 관계로 이행자 전 국민의당 대변인을 사천하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바른미래당 관악구청장 공모에는 이승한‧김희철 예비후보가 이름을 올린 상황으로, 이 전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전 대변인은 언론에 “지역 관계자들의 권유로 출마를 뒤늦게 결심했을 뿐”이라며 “무엇이든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혀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이승한 바른미래당 관악구청장 예비후보는 “공천에 관여할 수 없는 신분의 안철수 예비후보가 사적인 친분관계로 이행자 전 국민의당 대변인을 사천했다. 결국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니냐”며 비난했다.
 
“통합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
 
문제는 안 위원장과 유 공동대표의 팽팽한 기싸움이 비단 공천 과정에서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양측은 바른미래당으로 합당한 후 누구하나도 기선제압을 하지 못한 채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 왔고, 이것이 공천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로 양측은 지난 2월 통합한 후 사사건건 입장 차를 드러내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우선 통합 때부터 당명에 ‘미래’를 포함하는 것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양측은 안 위원장 복귀 과정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통합과 동시에 당대표에서 물러났던 안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를 선언했다. 당시 유 공동대표는 “지방선거기획단에서는 민생특위위원장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기했고, 내가 (안 위원장에게) 의향을 물었는데 본인이 인재영입위원장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후 안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당의) 요청에 답했다”고 말해 자‧타의를 두고 분분한 의견 차를 보였다. 당시에는 안 위원장의 복귀를 두고 유 공동대표 측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던 터라, 양측은 공개적으로 가시를 세우기도 했다.
 
또 안 위원장과 유 대표의 지방선거 동반 출마 여부를 두고서도 양측은 갈등을 빚었다. 지난달 28일 원외 지역위원장 99명은 안 위원장과 유 대표의 동반 출마를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제출했다. 서명한 대다수는 국민의당 출신으로, 이들은 유 대표의 출마를 압박하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감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친안계 측은 “위기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더 후보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유 대표는 “(성명서를 낸)지역위원장 중 대부분이 국민의당 출신이다. 당 화합을 해치는 행위로 저의 (불출마) 결심은 변함 없다”면서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언급했다.
 
두 선장 싸움에 선원들은 ‘조마조마’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부 불만도 심각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간판’인 안 위원장과 유 공동대표의 알력은 공천뿐 아니라 당 지지율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더욱이 바른미래당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인물난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두 사람 간 신경전이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27일 발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겨우 7%를 기록했다. 통합 전 바른정당의 지지율 8% 안팎에서 하락한 수치다. 조사는 지난 24~26일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한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0%.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목진휴 공관위원장은 지난 23일 지도부와의 비공개 회의에서 “화합을 위한 공천을 해야지 아직도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따지고 있다”며 “공천 문제는 전적으로 위원장인 저를 믿고 따라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바른미래당 내부 관계자는 “인물난에 공천도 지연되고 있는데, 당 지도부가 화합하지 못하니 더욱 큰일”이라며 “당 지지율도 낮아 당 전체가 나서 온 힘을 다해도 한 지역구에 승기를 꼽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빨리 사태가 수습되길 바랄 뿐”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내부 관계자도 “서로 각자의 사람만 추천하다보니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것 같다”며 “하루빨리 화합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충돌이 아닌 ‘당 구조적 문제’라고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말로만 ‘새 보수’를 지향하며 통합했을 뿐, 실제로는 지지율 하락 등 고전을 면치 못하며 진퇴양난에 처했다는 견해다. 바른미래당은 두 당사를 이용하는 한편, 연락망도 이분돼 있는 등 물리적인 통합도 이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바른미래당 내 진통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이번에 불거진 ‘공천 갈등’은 시작일 뿐 지방선거가 끝난 후 당내 지도부 교체시기에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 공동대표는 지선 이후 백의종군을 공언한 상황으로, 차기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양측의 알력이 다시 발발할 전망이다.
 
특히 이들이 말하는 ‘지선 승리’가 ‘당의 승리’가 아닌 ‘계파 승리’라는 해석이 더해지며, 지선이 끝난 후에는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 통합이 ‘3개월 천하’로 끝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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