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품 의심 품목’ 2만5000여 건 국내 배송해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이 최근 대대적인 단속으로 세계 유명 브랜드의 이른바 ‘짝퉁(이하 가품)’ 신발류를 적발하고도 당초 계획했던 전수조사를 포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적인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다량의 중국산 가품 신발이 방출됐기 때문이다.

유명 브랜드 상표 도용한 중국 발 운동화 무더기 적발, 포기 왜?
세관 “감별 인력 부족‧국내 수취인 불만 커 어쩔 수 없는 조치”


지난 13일 우편세관과 국제우편물류센터에 따르면 세관은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2주간 가품 신발류에 대한 ‘지적재산권 침해 우려 물품’ 집중단속을 벌였다.

그 결과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이하 세관)은 중국에서 제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운동화 3만5000여 켤레를 ‘가품 의심 품목’으로 선별했다. 이후 세관은 의심 품목이 실제 가품이 맞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벌였다.

단속 대상은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 세계 유명 브랜드 상표를 도용한 중국 발 운동화였다.

단속 과정은 우선 세관이 가품으로 의심되는 신발을 주황색 스티커를 붙여 선별하면 각 스포츠 브랜드 업체에서 파견된 전문 감별사들이 해당 상품을 개봉하고 진품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에서 보내온 운동화를 X-ray(이하 엑스레이) 검색기를 통해 1차로 선별한 뒤 가품 의심 품목들을 대상으로 2차 진품여부를 심사한다.

진품으로 감별되면 우편물류센터를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 배송되지만, 가품으로 확인되면 해당 물품의 소유권자인 해외 발송인에게 반송하는 절차다. 그러나 소유권자가 반송을 거부하면 소유권자의 동의를 얻어 폐기처분해야 한다. 당시 폐기에 동의하는 사례가 적어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세관은 단속 첫날 평소 단속량의 10배에 달하는 5000여 켤레를 가품 의심 품목으로 선별했다. 이렇게 단속한 운동화는 배송을 담당하는 국제우편물류센터 로비에 무더기로 쌓아놔 관계 직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스포츠 브랜드 업체
감별사 부족

 
지난 21일 세관당국에 따르면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은 엑스레이 검색기를 통해 가품 의심 품목으로 선별한 3만5000여 켤레 중 1만여 켤레에 대해서만 최종 가품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를 했다.

이 과정을 거쳐 1만여 켤레 중 5000여 켤레는 가품으로 최종 판별돼 중국으로 반송했으며 나머지는 진품으로 확인돼 국내 수취인에게 반출하기 위한 통관 절차를 거쳤다. 현재는 반출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1만여 켤레를 제외한 나머지 2만5000여 켤레는 1차 엑스레이 검사만 진행됐다. 2차 진품 여부를 가리지 않은 채 국내 수취인에게 발송한 것.

세관 측은 감별 인력 부족과 장기간 통관 지연에 따른 국내 수취인들의 불만 등으로 인해 반출이 시급했다고 해명했다.

당초 세관은 이번 단속에서 가품으로 의심되는 3만5000여 켤레에 대해 스포츠 브랜드 업체의 전문 감별사를 불러 전량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상표권을 갖고 있는 브랜드 업체들이 보유한 감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전량 검사까지 실시하기는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가품들은 상표권자에게 권리가 있다. 상표권자들의 보호요청에 의해 세관에서 보호를 해주는 건데 상표권자(각 브랜드 업체)에서 보유한 감별 인원이 몇 명 되지 않았다”면서 “또 (국내 수취인들에게) 물건이 왜 안 오냐면서 전화가 많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 달 조사했지만
항의 빗발쳐 배송

 
앞서 스포츠 브랜드 업체 감별사들은 전수조사 당시 하루 최대 600켤레 안팎을 감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한 달 가까이 작업을 했음에도 인원 부족으로 전량을 검품할 수 없었다.

이에 배송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이에 국제우편물류센터는 사옥 2층에 배송 입력장을 마련하고 진품으로 판별된 신발을 순차적으로 배송했다.

세관 관계자는 “중국 산 가품 반입 근절을 위해 노력을 다했지만, 단속량이 너무 많아 전량검수에 어려움이 따랐다”며 “신발에 포장재가 여러 겹 쌓여 있어 개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단속을 계기로 가품 의심 물품의 반입량이 단속 전보다 현저히 감소했다”면서 “앞으로 소비자의 피해가 없도록 꾸준히 단속을 실시하고 불법 반입자에 대한 조사도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중국산 ‘짝퉁’ 제품들이 국내에 유통되다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는 만큼 이번 반출 조치가 소비자의 피해로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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