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이어 다단계 조직설까지… ‘정치 결사체’는 빙산의 일각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베일에 싸여 있던 ‘드루킹’과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실체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출발은 분명 단순한 ‘소액주주모임’이었지만, 현재는 정권과 결탁 의혹까지 받는 정치적 결사체로 변질됐다. 여기에 드루킹의 예언에 따라 움직이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었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며 이들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사이비 종교 집단’과 ‘정치적 결사체’ 그 사이에 선 드루킹과 경공모의 실체를 파헤쳐봤다.
 

‘소액주주모임’으로 시작… 회원 늘자 정치 예언 난무하며 변질
복수 관계자 “드루킹 예언 자주 빗나가” 거대 세력 형성 배경 ‘의문’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가 개설한 ‘경공모’는 2009년 설립 당시에는 ‘경제 민주화를 위한 소액주주모임’이었다고 알려진다. 한국, 미국 등 국내외 주식 차트 분석 자료를 공유하는 곳이었다고.
 
블로그 내 자료의 양과 회원 수가 점차 늘어나자 드루킹은 ‘송하비결’을 재해석해 회원들과 공유했다. ‘송하비결’은 과거 높은 적중률로 유명했던 예언서다. 주로 ‘미중 전쟁이 곧 발발한다’ 등 정치적 예언이었고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정치 관련으로 집필 영역을 확장했다.
 
그러면서 드루킹은 ‘깨어 있는 시민을 모으고 조직화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회원 모집에 나섰다. 경공모가 변질돼 사실상 드루킹의 사조직처럼 운영됐고, 주식 정보보다는 음모론 등 비현실적인 얘기가 자주 오가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이 때쯤이다.
 
드루킹은 열린 카페 외에도 ‘숨은 경공모 카페’ 등 2~3개의 비밀 카페를 운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모두 합치면 회원은 약 4560명 정도다.
 
조직 내 계급도 철저히 나뉘어 있었다. 드루킹을 포함한 26명이 포함된 ‘우주’ 계급부터 ‘은하’ ‘태양’ ‘숨은지구’ ‘열린지구’ ‘달’ ‘노비’까지 총 7개로 구성됐다. ‘우주’에는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포진해 있었고,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면서 심사에 통과된 이들은 ‘숨은지구’ 혹은 ‘열린지구’에 포진했다. 신규회원은 ‘노비’였다.
 
2개의 비밀 카페를 운영한 것도 등급에 따라 나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핵심 조직원 500여 명과 일반 조직원 2000여 명은 서로 다른 카페에서 활동했고, 텔레그램 단체방을 통해 정보를 공유했다. 활동한 지 얼마 안 된 회원들은 약 26명의 상부 핵심 인사와 대화가 불가능했고, 여러 텔레그램 단체방을 거쳐 지시 사항이 내려가는 구조였다.
 
소액주주모임’이 어떻게 정치 결사체로?
 
이처럼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 만해도 이 같은 ‘정치적 댓글 공작 세력’인 줄 알았던 드루킹과 경공모가 사실 사이비 종교 집단과 다름없다는 설이 제기됐다. 복수의 경공모 회원과 경공모를 간접적으로 접했던 정치권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다. 실제로 경공모 회원들은 “드루킹이 교주로 군림했다”는 등의 증언을 잇달아 쏟아내며 ‘사이비 종교 집단설’에 힘을 싣고 있다.
과거 경공모에서 활동한 적 있는 회원 3명은 지난 23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이비 종교집단에 가깝게 운영됐다”고 폭로했다.
 
이들에 따르면 드루킹은 줄곧 ‘중국과 전쟁설’을 내세워 회원들을 회유했다. 드루킹이 종종 ‘거사’라는 표현을 쓰곤 했는데, 여기서 ‘거사’란 중국과의 전쟁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계획이었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이에 드루킹은 남북통일을 이룬 뒤, 중국과 전쟁을 일으켜 개성공단은 물론 만주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일본인들에게 일정한 대가를 받고 개성공단으로 이주시킨다는 계획이다.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집착한 것도 일본의 재력가와 인맥을 쌓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드루킹이 ‘음모론’을 자주 거론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2015년 경공모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A씨는 지난 1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드루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문재인 대통령이 관여했거나 최소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며 “문재인 캠프 지지운동 이후 ‘오사카 총영사 요구’ 등이 김경수 의원에 의해 거절되자 (회원들이) 문재인 정권에 반기를 들도록 하기 위한 내부 논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 김경수 의원, 윤건영 상황실장 등이 제수이트·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와 같은 가톨릭 사제 집단이고 그들이 청와대를 장악했다고 (회원들에게 반복적으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文, 盧 죽음과 연관” 음모론 자주 제기
 
유시민 작가도 드루킹과 경공모에 대해 “묘한 종교적 분위기였다”고 직접 경험한 상황을 밝혔다. 유 작가는 앞서 드루킹으로 알려진 인물과 함께 찍힌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유 작가는 지난 19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보도가 나가면서 전화가 엄청 왔다. 사진은 여러 시민단체가 참여한 10.4남북공동선언 기념행사 소풍 때 찍은 것"이라며 ”내 옆에 녹색당 누가 있고, 그 옆에 (드루킹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른다. 언론에서 (그 인물이) 드루킹이라고 써놔서 아는 거지 드루킹이란 사람은 모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유 작가는 2014년 경공모에 초청 강연을 갔던 일화를 털어놨다. 유 작가에 따르면 당시 노회찬 의원과 함께 팟캐스트를 하고 있었는데, 노 의원이 먼저 경공모 초청 강연을 다녀왔고 뒤이어 자신이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을 주제로 강연했다는 것이다.
유 작가는 “경공모가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 사회적으로 잘 버는 사람들로 구성됐다”며 “그런데 이 사람들 관심사가 되게 특이하다고 느꼈다. 주식과 자산운용 외에 명리학 사주 점성술이 주 관심사인 모임이다. 내 생년월일도 달라고 해서 줬는데 결과는 안 알려줬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유 작가는 경공모 조성 배경에 대해 “드루킹이 예언서를 가지고 사람들을 모은 것”이라며 “그 예언서대로 큰 세계적 사건들이 일어나면 자산운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거다. 드루킹은 (실제로)나서지 않았고 강연 가서도 보지 못했다. 알고 보니 날 초대한 모임의 대표라는 분이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됐더라”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 작가는 드루킹의 예언서에 대해 자세히 덧붙였다. 이는 앞서 복수의 경공모 회원들을 통해서 밝혀진 바 있기 때문에 ‘예언서 존재’에 대해 신빙성을 더했다. 유 작가는 “일본이 침몰하고 중국에서 내전이 일어난다고 한다. 일본이 침몰할 때 생길 사태를 대비해 오사카 총영사를 자기들이 보내서 중국에서 내전이 벌어질 때 간도를 수복하는 내용”이라며 “이 사람들이 그냥 이권을 위해 인사 청탁을 한 게 아니라 드루킹이 주장하는 동북아 시나리오, 예언서를 토대로 야심을 가지고 오사카 총영사로 이 사람을 추천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자체 쇼핑몰 운영, 다단계로 자금 조달
 
그렇다면 경공모의 자금 조달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여기서 ‘다단계 조직설’도 함께 나온다. 자체 운영 쇼핑몰인 ‘플로랄맘’ 등을 통해 자금을 운용했다는 것. ‘플로랄맘’의 물품을 많이 팔거나, 많은 회원을 유치해 올 경우 조직 내 계급도 올라갔다.
 
A씨와 함께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B씨는 “2015년에 첫 모임을 갔을 때 자신을 삼성 이건희 회장 주치의라고 소개한 한방학과 교수가 소개하는 ‘유산균 음료수’를 경공모가 판매하고 있었다”며 “경공모 (스탭 중)에는 무역업자 3명이 있었는데 파키스탄 원당을 들여와서 회원들한테 좀 비싼 가격으로 팔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연비가 한 달에 9만원씩 됐는데 열성멤버들이 한 500명 이상 돼서 물건도 많이 팔고 자체에서 만드는 원당, 비누 등을 다 회원들이 샀다”며 “특히 건강음료 같은 걸 만들어서 팔다 보니까 여자 회원들이 많았다. 제가 등급이 낮은 편도 아닌데 재정적인 것은 (드루킹이) 공개를 안 해서 모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이들이 경기 파주에 ‘두루미타운’이라는 공동체를 세우려 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드루킹의 예언에 따라 2020~2021년 사이 통일이 될 것이고, 파주 운정이 수도로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수십 명의 회원들은 파주에 위치한 드루킹의 자택 인근에 모여 공동체 생활을 추진 중이었다고 전해진다. 이 중에는 가족까지 버리고 공동체 생활을 택한 이들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증언들은 드루킹에 대한 회원들의 충성심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경공모 회원들은 “드루킹 덕에 우리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며 최근 논란을 반기는 모양새다. 이러한 과정 역시 이미 드루킹이 예언한 내용이며, 이들은 비로소 본인들이 유명세를 떨쳐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알려진다. 드루킹과 경공모가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에 오르내릴 때도 이들은 “옴마니 파드메훔 쿵”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자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정치적 댓글 공작 세력’으로 수면 위에 떠오른 드루킹과 경공모가 사이비 종교 집단 및 다단계 형태로 운영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들이 정치권 중심에까지 손을 뻗치는 거대 정치적 결사체로 거듭날 수 있던 배경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복수의 경공모 회원 증언에 따르면 드루킹의 예언이 엇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들의 배후와 자금 조달 방편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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