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변호사 ‘밥그릇 쟁탈전’

<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로스쿨이 도입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사법시험이 지난해 12월 31일 폐지된 후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만 변호사가 될 수 있게 됐다. 지난 1월 9일 치러진 2018년 변호사 시험은 7회째를 맞았지만 변호사 합격자 수를 놓고 잡음은 여전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 측은 법률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변호사 숫자만 늘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로스쿨 원우협의회(이하 ‘원우협’) 측은 특권의식에 젖은 행태라며 비판하고 나서 불씨를 다시 한 번 지폈다. 이들의 마라톤 설전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 변협 “영업력 우선되는 현실 우려” vs 로스쿨 “자본주의 원리는 ‘경쟁’”
- 전문가 “로스쿨 다니지 않고도 변호사가 되는 길 열어야”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지난 22일 발표되자 올해도 변호사 단체와 로스쿨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늘려야 한다는 로스쿨 측의 주장과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변호사 협회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변호사시험은 사법시험이 지난해 폐지되면서 법조인이 되기 위한 유일한 관문이 됐다.

이 시험은 로스쿨 석사학위가 있거나 취득 예정인 경우만 응시할 수 있으며 졸업 후 5년 안에 다섯 번까지 치를 수 있다.

법무부는 매년 1월 시험을 시행하고 4월 결과를 발표하는데 합격 인원 규모는 매년 초미의 관심사다.

법무부가 공개한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49.4%다. 졸업생 중 절반이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꾸준히 감소해 오고 있다.

원인은 변호사 시험 관리위원회에서 정한 ‘원칙적으로 입학정원 대비 75%(1500명) 이상’이라는 합격기준이다.

이 같은 기준으로 인해 그동안 합격률은 2012년 1회 87.2%를 기록한 뒤 2회 75.2%, 3회 67.6%, 4회 61.1%, 5회 55.2%로 지속해서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593명을 선발하고도 합격률은 51.2%에 그쳤다.

합격자 수가 매년 증가했지만 다섯 차례 응시할 수 있어서 응시자 수가 더 큰 규모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이어진다면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자격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합격자 수를 둘러싼 변협과 로스쿨 측 공방이 치열한 이유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증가
법률시장의 공멸 가져와
 


대한변협 측은 법률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변호사 숫자만 늘린다며 정부를 비판한다.

대한변협 측 관계자는 “변호사 수는 2017년 말 기준 2만4015명에 이르렀고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22년에는 3만 명에 이를 것”이며 “변호사 이외에 법조 유사직역인 행정사, 법무사, 세무사, 변리사 등의 등록 회원 수를 합치면 현재 25만8000여명이 법조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 그는 “법률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변호사 숫자만 늘렸다. 현재 우리나라 법조시장은 법조 유사직역의 정비 없이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과당경쟁과 무한경쟁에 돌입했다”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제49대 대한변협 회장으로 취임한 김현 변호사는 일본의 사례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법조 구조가 유사하다.

인구는 우리나라의 2.48배이며 국내총생산(GDP)은 3.5배에 이르지만 변호사 수는 1.62배에 불과하다. 그는 “일본 문부과학성은 2009년 변호사 과다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로스쿨 정원 삭감을 요구하도록 지시하는 등 감축 노력을 해 왔다”며 “그 결과 현재까지 법조인 공급은 연간 1500명 수준으로 낮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2769명인데 반해 일본은 3625명이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인구 대비 전체 변호사 수가 많은 것이다.

또 대한변협 측은 “경쟁을 통한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해 변호사 수 배출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제시했다.

대한변협 관계자에 따르면 급격한 변호사 숫자의 증가는 최근 법률전문가의 역량보다 영업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법조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변호사는 법원, 검찰과 더불어 법조삼륜으로 법치국가를 유지하는 큰 축이다.

제8회 변호사 시험 및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변호사 시험 합격자 증가는 결국 법률 시장의 공멸을 가져올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법조시장 개척해
‘변시 낭인’ 축소해야

 

로스쿨 측은 대한변협 측이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양필구(전남대 로스쿨 7기) 씨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원리를 제시하며 반박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원리는 경쟁이다. 경쟁이 없는 곳은 없고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면서 “대한변협은 새로운 법조시장을 개척하려고 노력 해야지 수많은 청년을 ‘변시 낭인’으로 만드는 합격자 수 축소에 관심을 둬서는 안 된다. 일본을 제외한 독일·영국·미국의 경우 변호사 1인당 인구수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라고 했다.

영국의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437명이며 독일은 496명, 미국은 249명이다.

그는 현행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기준인 ‘입학 정원 대비 75%’와 관련해서는 “외부인이 보기에는 4명 중 3명이 합격하는 시험으로 오인하기 쉬운 용어다”며 “하지만 지금까지의 합격률 산정 방식을 이번 7회 변호사시험에 적용하면 사실은 약 1600명 이상의 불합격자가 발생해 약 2000명인 입학 정원의 80% 이상이 불합격하는 시험”이라고 꼬집었다.

최상원(서강대 로스쿨 5기) 원우협 대표는 ‘응시자 대비’ 대신 ‘정원 대비’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매년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며 대중들에게 로스쿨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려는 법무부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원우협 측은 변호사 시험의 자격 시험화가 법조인의 질을 하락시킨다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표명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제1회 변호사 시험 합격자들은 지난해 합격선인 890명에 비해 170점이나 낮은 720점을 받고도 법조 시장에서 문제없이 활동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자격시험화로 인한 질적 하락 우려는 설득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우리는 변호사 시험 및 로스쿨 제도의 정상화를 통해 다양한 전공 지식 및 배경을 가진 서민을 위한 변호사가 대량 배출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국민 누구나 쉽게 법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는 싸늘한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국내 변호사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공급 관리’에 나선 변협과 한 명이라도 많은 변호사를 배출하려는 로스쿨의 충돌이 공방의 근간이라는 것.

이에 대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인 김정범 변호사는 “해결 방법은 하나다. 서로가 양보하는 것이다”며 “또 로스쿨을 다니지 않고도 변호사가 되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 일종의 예비시험을 주면 된다”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