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대 염색제 시장이 최근 한 업체의 과잉방어성(?) 고해성사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 7월 소보원이 천연염색제로 불리는 헤나염색제에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폭탄을 맞았다. 그런데 이 발표를 놓고 염색업계에서 뒷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염색시장 수위를 지키고 있는 한 약품회사가 경쟁업체들의 성장을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소보원에 정보를 흘렸다는 것. 문제는 이로 인해 염색시장 전체가 현재 고사상태에 빠졌다는 점이다. 암 유발 성분이 함유됐다는 보도로 인해 염색약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쥐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한 업체가 시도한 과잉방어로 인해 염색시장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소비자보호원은 지난 7월 26일 시중에서 판매되는 문신·모발염색용 헤나염료 19종을 분석한 결과 2/3에 이르는 12종에서 천식이나 호흡장애, 실명의 원인이 되며 암 유발 성분으로 알려진 PPDA(파라페닐렌 디아민)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소보원의 발표 이후 2,000억원대에 이르던 염색약품 시장은 반토막이 났다. 암 유발 성분이 함유됐다는 사실로 인해 미용차원에서 애용하던 염색자체를 많은 소비자들이 포기했기 때문이다. 소보원의 발표가 염색시장을 경색시킨 가운데, 염색업계에서는 소보원이 뜬금없이 헤나 제품에 대한 성분조사를 실시한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7월 소보원의 헤나 성분조사 발표 이면에 배후가 있다는 것. 업계관계자들은 “헤나제품은 천연원료인 헤나나무로부터 채취한 원료를 바탕으로 가공했으며, 90년대 중반 보편화된 이후 소보원이나 식약청에서도 성분조사를 실시한 사례가 없었다”면서 “소보원이 성분조사를 한 제품이 헤나에 화학약품을 섞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누군가가 소보원에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한 것 같다”고 의심하고 있다.

소보원 역시 이 같은 업계의 추측을 상당부분 인정하고 있다. 소보원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당초 암 유발 성분이 염색제에 함유됐다는 제보를 염색업계 도매상으로부터 들었는데, 도매상들은 이 정보를 한 제약회사 직원들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그렇다면 소보원이 말하는 업체는 어디일까. 확인 결과, 이 업체는 ‘훼미닌’과 ‘세븐에이트’로 잘 알려진 염색약품 전문기업 ‘(주)동성제약’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주)동성제약은 이 같은 업계의 추측에 대해 “한마디로 억측”이라며 “염색업계 매출 1위는 물론, 7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가 소보원에 그런 정보를 굳이 흘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동성제약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성제약이 매출 1위를 앞세우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최근의 염색시장 상황을 살핀다면 충분히 동성측에서 이 같은 정보를 소보원에 제공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최근 염색제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동성제약이 업계 1위를 지키고는 있지만, (주)소망화장품의 천연헤나제품이 염색시장의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높이고 있으며, 중소염색업체인 (주)세화P&C도 홈쇼핑을 통해 방송마다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화장품업계의 맹주라 불리는 (주)태평양 역시 염색제시장 진입을 밝힌 후 4개월째 시장조사를 벌이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즉 동성제약은 점유율은 물론, 업계 1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동성제약이 결국 중소기업들의 점유율 확대를 막고, 헤나만을 판매하고 있는 소망화장품을 견제하기 위해 암 유발 성분이 헤나제품에 포함됐다는 정보를 도매상에 흘렸고, 이 내용이 다시 소보원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성제약은 업계의 이 같은 추측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소보원의 헤나성분조사 발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바로 우리”라며 “충분한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업체들이 난립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액션을 취하는 회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동성제약의 강력한 해명에도 불구해도, 고해성사설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소보원은 PPDA성분이 검출된 헤나염색제 12종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소보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헤나제품에 대한 기준마련을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땀 냄새 없애려다 암 걸리겠네

‘땀 냄새는 없애주고, 시원함을 전해준다’ 올 여름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던 땀냄새 제거제 ‘데오드란트’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월25일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지난달 시중에 판매되는 유명회사의 데오드란트 제품 6종(국내기업 3종·외국기업 3종)에 대해 성분분석을 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프탈레이트 한가지 이상이 검출됐다. 이번 조사에서 검출된 프탈레이트는 DBP(디부틸 프탈레이트), DEHP(디에틸헥실 프탈레이트), DEP(디에틸 프탈레이트) 등 모두 3종이었다. 분석 결과 ‘레세나 안티퍼스피런트 데오드란트 스틱’(유니레버코리아)에서는 DBP의 농도가 1.67㎎/㎏, DEHP가 1.41㎎/㎏, DEP가 730.34㎎/㎏으로 나타나 조사대상 6개 제품 가운데 유일하게 프탈레이트 3종이 모두 포함됐다. ‘에스쁘아 퍼퓸드 데오드란트 스프레이’(태평양)는 DBP 6.98㎎/㎏과 DEHP 0.42㎎/㎏ 등 2종이 검출됐고 ‘리프레시 데오드란트’(비봉파인)는 DBP 5.79㎎/㎏과 DEP 0.05㎎/㎏, ‘니베아 데오드란트 파우데 스프레이 프레시’(니베아 서울)는 DBP 2.96㎎/㎏, DEHP 0.34㎎/㎏이 나왔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 올해부터 독성물질로 금지하고 있는 DBP와 DEHP가 모든 제품에서 검출돼 사용자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여성환경연대는 밝혔다. 프탈레이트가 화장품에 쓰이면 기름으로 이뤄진 수분막을 형성하고 여러 성분이 잘 섞이도록 용해되는 것을 촉진해 유연성을 더하는 성질이 있는데 체내로 들어가면 생식능력을 감퇴시키고 신생아의 기형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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