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이재용, 신격호->신동빈...실질 지배력 인정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삼성과 롯데그룹의 총수가 각각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됐다. 삼성은 30년 만에, 롯데는 70년 만에 총수가 바뀐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공시대상ㆍ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뉴시스>

공정위는 "삼성과 롯데의 경우 종전 동일인을 변경해야 할 중대하고 명백한 사유가 있다"며 "동일인을 각각 이재용과 신동빈으로 변경할 경우 계열 범위를 가장 잘 포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돼 동일인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적발 시 법적 책임 당사자로
방준혁 넷마블 의장 IT업계 4번째로 '총수' 지정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따르면 먼저 삼성그룹의 경우 종전 동일인인 이건희 회장은 여전히 대기업집단인 삼성의 최다출자자로 그룹 회장의 직책이 있으나 2014년 5월 와병 이후 현재까지 일체의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황태자들의 시대 본격화 

이 회장 와병 이후 삼성에서 계열사 임원 변동, 인수·합병 등 소유지배구조상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신규 동일인인 이재용 부회장은 종전 동일인에 비해 집단 전체적인 지분 보유가 적으나 삼성물산 등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위치한 회사 지분을 최다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 사실상 삼성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사전브리핑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동일인 지정과 관련 "지배력 요건을 판단할 때 전체 조직과 사업 구도와 관련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누가 했느냐를 살펴봐야 한다"며 "삼성은 여러 정황이 있지만 미래전략실 해체가 그 하나"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서울고법이 판결에서 이 부회장을 '사실상 삼성그룹 총수'로 규정한 점도 고려했다.

공정위가 롯데그룹 총수를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한정후견인 개시 결정이 확정됐다.
아울러 신 회장이 롯데지주 회사 최대 출자자이자 대표이사에 올라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총수 교체의 근거로 삼았다.

현재 롯데의 소속회사 가운데 종전 동일인과 신규 동일인 모두 지분율 요건을 갖추지 못한 회사가 있는데 신규 동일인으로 변경할 때 기업집단 내에 포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언급한 해당 회사는 롯데쇼핑(49%)과 일본 페스트리테일링(51%)의 합작회사인 에프알엘코리아다.

공정위가 1987년 처음으로 총수를 지정한 이후 삼성과 롯데의 총수 변경은 각각 30년과 70년 만이다. 공정거래법상 총수로 지정되더라도 지배력이 달라지지 않지만 계열사가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규제를 위반하면 법적 책임 당사자가 된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이 두 사람을 법적 책임의 당사자로 규정함으로써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삼성이 갖고 있는 4개 순환출자 고리 해소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달 중순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삼성 스스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방침을 밝힌 데다 이달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경영진과의 만남이 예고돼 있다.
공정위의 칼날이 이 부회장으로 향할 수 있는 만큼 삼성 입장에서도 공정위와 만나기 전 재벌개혁에 스스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 60개 지정도 

한편 공정위가 지정한 60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전년도 57개보다 3개가 증가했다. 메리츠금융·넷마블·유진이 새로 지정되면서, 관계사는 2083개로 늘었다.

또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32개를 지정했는데 역시 지난해 31개보다 1개가 많아졌다. 소속사는 1322개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사는 공정거래법상 공시 및 신고의무가 부과되고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법이 적용된다. 상호출자 제한기업집단은 해당 규제에 더해 상호출자금지와 순환출자금지 그리고 금융·보험사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외에도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새롭게 총수로 지정됐다. 넷마블의 경우 게임업체로는 넥슨에 이어 두 번째, 정보기술(IT) 기업으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에 이어 네 번째다.

이번에 동일인 변경이 예상됐던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과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은 기존 대로 동일인 지위가 유지됐다. 

두 그룹의 동일인을 변경할 만한 중대·명백한 사유가 없고 정몽준 전 회장과 박용곤 명예회장이 여전히 회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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