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출신 현직 국회의원이 최근 삼성그룹을 공격하고 나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을 공격하고 있는 이는 바로 재경위 소속의 이계안 의원. 이 의원은 현대차 사장과 현대캐피털 회장을 지낸 전형적인 현대맨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상임위에서 “모그룹 대표이사가 최근 등기이사를 사임했는데, 이는 DJ정부 때 재벌, 정부, 금융기관 등이 서로 합의했던 ‘5+3’원칙을 파기한 것 아니냐”며 질문했다.이 질문은 사실상 지난달 삼성 이건희 회장의 에버랜드 등기이사 사임건을 두고 한 것으로 재계관계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현대출신 국회의원이 삼성을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이계안 의원측은 “당혹스럽다”면서 “이 질문은 DJ정부 때 약속했던 ‘5+3’원칙이 현재도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현대출신의 삼성 공격’으로 비쳐져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계안의원의 잇따른 삼성 공격

이계안 의원은 지난 15일 상임위에서 재경부 장관을 상대로 “최근 모기업집단의 대표이사가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사임할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며 “이는 기업책임주의에서 벗어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주주가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더라도 기업 경영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특단의 법률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의원의 이날 발언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이 ‘삼성’이라는 직접적인 지칭을 하지 않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지난달 삼성 에버랜드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것을 시작으로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5일 상임위 질문으로 정재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이 의원은 이튿날인 16일에도 삼성그룹을 공격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 대표기업으로 불리며 지난해 10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기업이 환율이 떨어질 경우 단숨에 6조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며 “환차손 문제에 대한 세수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5일처럼 ‘삼성’이란 말은 없었지만, 사실상 10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국내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기 때문에 16일 발언 역시 삼성그룹을 타깃으로 한 발언이라는 게 재계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의 삼성 공격을 놓고 재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현대차도 표정관리

삼성공격으로 정재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이 의원은 ‘17대 국회의 경제통’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이 바로 기업에서 국회로 활동무대를 옮긴 전형적인 경제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의원은 ‘현대맨’으로 불릴 정도로 현대와의 인연이 각별하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의원이 1976년 현대중공업 입사를 계기로 현대와의 인연을 시작한 후 1999년 현대자동차 사장, 2001년에는 현대캐피털 회장을 맡으며 현대차그룹의 주요요직을 모두 거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의원의 이날 발언을 두고 재계에서는 ‘삼성그룹 견제’와 함께 ‘친정인 현대차그룹에 대한 배려’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을 공격함으로써 현대차그룹의 책임경영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적인 질문으로 보고 있는 것.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삼성’이라는 직접적인 지칭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담담한 반응이다. 하지만 “자꾸 언론을 통해 ‘삼성’이 거론되고 있어 당혹스럽기는 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현대차 관계자는 “이계안 의원의 발언 배후에 현대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재계에 퍼지고 있다”며 “이계안 의원이 현대 출신이긴 하지만, 이번 발언과 현대차그룹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계안 의원 “나도 당황스럽다”

이 의원의 발언 이후 ‘현대맨의 삼성 공격’이란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정작 질문을 했던 이계안 의원측도 황당해하고 있다. 이계안 의원실의 이용주 보좌관은 “당초 요지는 DJ정부 초기 금융기관, 정부, 재벌이 상호 약속했던 ‘5+3원칙’의 유효성이었다”며 “이 원칙에 대한 유효력이 7~8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보좌관은 “질문 이후 재경부의 답변이 흐지부지해 사례의 일환으로 ‘모기업집단’이라며 지칭했는데 이것이 현대출신 국회의원의 삼성그룹 공격’으로 와전되고 있다”며 “질문을 한 의원님도 이로 인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건희 회장 “말 한마디에 또 구설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김우중 대우 회장’과 관련 사견을 언급했다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16일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했던 이 회장은 당시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김우중 전 회장이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참작해 용서와 선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선처발언’이 알려지자 참여연대는 17일 ‘유감성명’을 통해 “5년8개월간 해외로 도피했던 김 전 회장이 귀국해 국민 경제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 대우사태의 진실을 밝힐 실마리를 찾은 시점에서 ‘선처’를 운운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이건희 회장이 언급한 김 전 회장의 업적은 분식회계와 차입대출로 포장된 거짓”이라며 “김 전 회장의 선처를 바란다는 이 회장의 언급은 대우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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