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2세 결혼 예정

동부가(家)와 국내의 대표적 의료재단으로 꼽히는 차병원가(家)가 사돈지간이 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남호씨가 오는 28일 서울 시내의 A호텔에서 차광열 포천중문의대학원장의 장녀 원영씨와 결혼식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남호씨는 동부그룹의 창업주인 김준기 회장의 외아들로,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 한 살. 남호씨는 국내 20대 재벌 그룹의 2, 3세들이 종종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과는 달리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었던 인물이다.그는 지난 94년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유학길에 올라 미국 웨스트윈스터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9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남호씨는 재벌 2세로서는 이례적으로 현역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 2000년부터 올 초까지 외국계 컨설팅 회사인 에이티커니(A.T.Kearney)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해왔다. 남호씨가 그동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대학 학부생활 기간을 미국에서 보냈고, 또 곧장 군대에 입대하는 등 회사의 경영에 관여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회사의 주식을 대량 보유한 대주주라는 점에서 그동안 재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남호씨는 현재 동부정밀화학 21.14%(84만5,530주), 동부화재해상보험 14.06%(995만1,520주), 동부제강 7.1%(172만8,260주), 동부건설 4.01%(87만3,853주), 동부한농화학 1.37%(13만5,860주)를 갖고 있다. 그는 현재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김준기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인 것.

결혼 상대자 원영씨는 미모와 지성 갖춘 재원

그런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은 국내의 대표적 의료재단으로 꼽히는 차병원가(家)의 원영씨다. 원영씨는 차병원의 설립자인 차경섭 이사장의 손녀이자, 차광열 포천중문의대학원장(전 총장)의 장녀. 그는 1979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스물 일곱이다. 차경섭 이사장은 국내 의료계에서 원로로, 1960년 개인병원인 차산부인과를 개원한 뒤 1990년 이 병원을 의료법인으로 출범시킨 입지전적인 인물. 그는 1997년에는 사립대학인 포천중문의과대학교를 설립, 현재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차 이사장의 딸 광은(포천중문의대 교수)씨와 아들 광열씨도 모두 부친의 뒤를 이어 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 의료집안. 동부그룹의 외동 며느리가 될 예정인 원영씨는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영국의 명문 대학인 킹스컬리지(Univ. of London)에서 수학과를 전공한 재원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원영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예능 전공을 하다가, 런던 유학 시절에 전공을 바꿔 수학과를 진학할 정도로 비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장의 딸이 중매서

남호씨와 원영씨의 결혼소식은 이들이 주위의 친구, 지인들에게 결혼 사실을 알리면서 솔솔 새어 나왔다. 두 사람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가을. 중매쟁이 역할을 한 것은 남호씨의 누나인 주원씨였다고 한다. 김준기 회장의 장녀인 주원씨는 전 해동화재 오너의 장남과 결혼을 한 이후, 곧장 미국으로 떠나 현재 그 곳에 거주하고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남호씨가 결혼 적령기여서 집안 어른들이 며느리감을 물색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주원씨의 절친한 후배와 원영씨가 친분이 두터워, 주원씨가 동생에게 소개팅을 시켜준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마침 런던에서 유학을 마친 원영씨가 국내에 머물고 있어 두 사람이 만남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의 만남은 여느 커플처럼 처음에는 편안한 오빠-동생 사이였다고 한다.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이성교제를 시작한 것은 올 초부터. 하지만 두 사람이 모두 결혼 적령기의 나이여서, 이들이 교제를 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지난 4월 양가의 어른들 사이에서 결혼 얘기가 오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김준기 회장의 경우 자식들의 혼사에 있어 비슷한 사업가 집안을 찾기보다는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어서, 남호씨의 결정에 대해 흔쾌히 동의를 했다는 후문이다.

남호씨, 오는 9월부터 MBA 코스 밟을 예정
두 사람은 결혼식을 치른 직후, 곧장 미국 유학길에 오를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호씨가 그동안 경영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꽤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다”며 “결혼식을 마친 후 곧장 유학을 떠나 오는 9월부터 수업을 받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에 따르면 남호씨는 미국에서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이후에 곧장 동부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기보다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기업에서 글로벌 감각을 배워 귀국하겠다는 것. 때문에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그가 동부그룹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시기는 조금 늦지 않겠느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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