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진짜와 가짜가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에서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겠다”고 했다. 이후 5월 1일 군은 대북확성기를 철거했다. 그러나 같은 날 민간단체(이하 북한인권 단체)들은 식량, 외부 정보들이 담긴 USB(이동식 저장장치) 등을 페트병에 담아 북으로 흘려보냈다. 또 이날 이들은 5일엔 풍선을 이용해 북한에 대북 전단을 날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 신체와 생명에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을 경우 국가기관이 대북 전단 살포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지만 이는 표현의 자유 보장을 전제로 깔고 있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요서울은 대북 전단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들을 살펴봤다.

공개‧비공개 살포 의미 무엇···“언론플레이 하지 말아야”
10만 원이면 3만 장 보낼 수 있어···“정부 제지는 인권의 역행”


대북확성기 철거 날인 지난 1일 낮 12시 40분경 인천 강화도 해안가에서 북한인권 단체 회원 수십 명이 바다 쪽으로 페트병 수백 개를 연달아 던졌다. 페트병에는 각각 쌀 1kg과 USB가 담겼다. USB에는 한국 예능‧시사 방송 영상과 가요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보급품’이나 다름없다. 페트병 700개는 썰물을 타고 바다로 흘러갔다. 행사에 온 탈북자 신변 보호를 명목으로 현장에는 경찰 10여 명이 왔지만 이들을 막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4·27 판문점선언 2조 2항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쟁 위험의 실질적 해소를 위한 이행 조치로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인권 단체들은 대북확성기 철거 당일 북한에 외부 정보를 흘려보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국제 인권 행사 ‘북한 자유 주간’ 일정의 일부였다.

북한은 그동안 탈북자 단체들이 중심이 된 북한인권 단체의 전단 살포 행위가 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하는 도발 행위라는 주장으로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는 이러한 북한 측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기자는 10여 년 동안 풍선에 대북 전단을 담아 북한에 전달해 온 탈북자 출신 이민복 대북풍선단장과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들 들어볼 수 있었다.

이 단장은 “북한은 거짓말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유일한 특징이 폐쇄다. 폐쇄의 이유는 수령인 인간(김정은)을 우상화해 놨기 때문이다. 신격화다. 신격화가 진실이 아닌 완전한 거짓말로 꾸며 놓은 것”이라며 “일제를 자기가(北김 씨 일가) 타도해서 나라를 해방시켰고 미국과 한국이 일으킨 전쟁을 자기가 막아줬고 이런 식으로 만든 신인데 이게 폐쇄가 뚫려서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단체(북한인권 단체)들과 만나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며 “남측 주민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우려가 없지 않은 만큼 그런 측면에서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이를 두고 “북한 (정권)은 사람이 올바르게 산다는 것이 무엇이라는 점을 (북한 주민들이) 아예 모르도록 만들어 놨는데…이게 바로 노예사회다. (따라서 우리가) 외부 사회를 알리면서 ‘사람은 이렇게 사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하는 것인데 이걸 못하게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면서 “(판문점 선언이) 정부 간의 약속인데 왜 민간인까지 통제하려고 하느냐. 그것은 독재사회에서나 가능한 것 아닌가. 인권 대통령이 있는 이 정부가 지금 하는 행동은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인 헌법적 질서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북 전단 풍선을 보내는 까닭으로는 “이 세상에 라디오‧인터넷을 막아놓은 유일 폐쇄 땅이 북한이다. 북한 주민들은 언론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외부에서 도와줘야 하는데 이것이 대북방송과 대북 전단 풍선이다. 특히 풍선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북한은) 라디오 기구라는 자체를 없앴고 장애 전파를 놓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풍선은 제한 없이 들어간다. 어찌 보면 북한 주민의 언론이나 같다. (정부에서) 대북 전단 풍선은 적대행위이기 때문에 막는다고 한다. (대북) 방송은 안 막는다.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민복 대북풍선단장 제공>
    그는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적대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 정부의 태도 자체도 문제지만 일부 북한인권 단체들의 행동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단장은 “대북 풍선은 진짜와 가짜가 있다. 지금 국민들이 아는 것도 거의 가짜다. 가짜(일부 북한인권 단체)의 특징은 무엇이냐면 불법적이다. 풍선은 수소가스를 취급하는데 이들은 가스안전자격증이 없다. 또 가스를 운반하려면 국가가 인정한 안전 장비가 담긴 차량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걸 갖춘 단체가 하나도 없다”면서 “나는 유일하게 (가스에 대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전단 살포)양도 이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 100배 이상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굳이 가스에 대한 부분까지 설명하며 일부 북한인권 단체를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단장을 말을 들으면 해답이 나온다. 그는 “이들은(일부 북한인권 단체) 풍향이 맞든, 안 맞든 북으로 가든, 안 가든 언론플레이만 하고 명예와 돈 때문에 공개적 장소에서 미리 살포하겠다고 예고한다”면서 “바람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그날이 돼봐야 안다. 이걸 미리 예고하는 자체가 사기다. 그리고 이게 북한도 알고 세상이 다 알면 그게 도발을 유도하는 것 아닌가. 또 현장에서 보면 이들은 혼자 가지 않는다. 꼭 기자들을 불러들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풍선은 네거티브다. 정치 구호가 담긴 플래카드‧리설주가 벌거벗은 모습 등을 붙이는데 당연히 반대자들이 (현장으로) 온다. 나 같으면 피해서 다른 곳에서 (살포) 하는데 이들은 꼭 (반대자들과) 싸운다. 그럼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기자들은 이를 보며 극(劇)을 창조한다”면서 “언론은 10년 동안 이런 (모습을 보고) 뉴스를 내보냈다. 나는 대북 전단 풍선 개발자이자 창시자고 풍선을 비공개적으로 날린다. 이들도(풍선을 날리는 북한인권 단체) 풍선을 날리는 기술 등을 다 나한테 배웠다. 자꾸 언론에서 이들의 공개적인 행동을 비추니 대북 전단 풍선은 ‘나쁜 것’, ‘적대 행위’, ‘네거티브한 것’, ‘지역주민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 ‘남북관계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것’ 등의 국민 인식이 박혔다. 대책을 세우려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이 북한에 보내는 대북 전단. 이 대북 전단에는 이민복 단장이 한국 사회에 살면서 느꼈던 솔직한 경험담과 북한의 실체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전단은 부패 방지를 위해 비닐로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가짜만 제거되면 아무 문제가 없다. 대북 전단 풍선은 (북한) 레이더에 안 걸린다. 열과 소리가 없다. 또 3000~5000m까지 올라가 육안으로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한 스텔스 기구다. 10만 원이면 3만 장을 보낼 수 있다. 이걸 조용히 북측으로 보내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며 “심리전이라는 것은 원래 조용히 하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싸우고 하는 행동은 경찰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 문제없이 하는(대북 전단을 살포) 것을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 종교선전의 자유를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언론을 개방할 때까지는 북한 동포들을 도와줘야 한다. 인도주의가 무엇인가. 쌀 몇 개 준다고 해결된 문제인가. (국가에서) 엄청난 예산을 쓰면서도 하나도 안 되지 않느냐. 순수한 운동을 돕지 못할망정 막는 것은 안 된다. 인권의 역행”이라며 “ 현재 대북 정책의 방향이 북한 주민을 향한 것이 아닌데 치명적인 결함이 있고 인권의식, 언론의식이 부족하다. 법원도 표현과 종교선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대로 판결해야 한다. 그래야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좌우익 갈등이 사그라들 것이고 진정한 한반도 통일의 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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