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르는 품목이 없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최저임금 인상 시행 3개월, 최저임금 발(發) 물가 인상이 식·음료 업체 등을 넘어 생활 물가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 물가 상승률은 2.5%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 1.9%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른바 밥상 물가,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추월한 것도 2011년 이후 처음 보이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물가 상승 현상이 “최저임금 탓이 아니다”라면서 안일한 모습이다.

최저임금 상승에 이때다 싶어 가격 올리는 업체들
서민 소비자 부담 줄일 수 있는 정부 대책 시급해


여러 물가 지표를 살펴보면 줄줄이 오름세다. 지난달인 4월 소비자물가는 1.6% 올랐다. 지난해 10월(1.8%)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 덩달아 외식물가도 2.7% 상승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자지수는 전월 대비 0.1%, 전년동월 대비 1.6%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전체 물가를 0.33%포인트 상승시켰다. 농산물이 8.9%, 채소류가 8.4%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 0.14%포인트 끌어올렸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쌀이 30.2%, 감자 76.9%, 고춧가루 43.1%, 오징어가 29.1% 뛰어 올랐다. 무와 호박 등도 각각 41.9%, 44.0% 상승했다. 달걀(-35.2%)과 돼지고기(-3.1%) 등 축산물은 4.7% 하락했으나, 전체적으로 농산물과 수산물 가격이 올랐다.

공업제품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석유류는 전년 동월대비 3.8%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17%포인트 올렸다.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4.2%, 5.5%씩 올랐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까지 상승하면서 물가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지표인 외식물가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2.5%였던 외식물가 상승률이 4월 들어 2.7%로 다시 확대됐다. 외식물가는 전체 물가를 0.34%포인트 끌어올렸다. 구내식당식사비가 3.7% 올랐고, 생선회도 5.4%, 피자는 1.6% 상승했다.

서비스 중 개인서비스는 2.5%, 전체 서비스 물가는 1.6% 상승하며 전월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월대비 1.4% 상승했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역시 1.4%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장바구니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4%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어개(어류·조개)가 3.9%, 신선과실이 1.8% 상승했다. 신선채소는 8.5% 상승하며 지난해 8월(22.8%)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실제 식·음료 업체들의 가격 인상 행렬도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실감하게 한다. 피자 프랜차이즈 도미노피자는 지난 6일 가격 인상을 알렸다. 라지(L) 사이즈 피자 1000원, 미디엄(M) 사이즈는 500원씩 각각 인상했다.

버거킹은 지난 3월 2일부터 일부 메뉴에 한해 가격을 기존 가격의 1.6%에 해당하는 100원씩 인상했다. 주력 제품인 와퍼와 불고기 와퍼의 경우 버거 단품 기준, 기존 5600원에서 100원 오른 5700원에 판매한다.

맘스터치는 싸이버거 등 버거 제품에 한해 지난 2월 22일부터 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맘스터치의 이번 가격 조정은 “임차료, 원재료 등의 상승을 고려해야 한다는 가맹사업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서민 야식의 대표 품목인 치킨 가격도 오른다. 교촌치킨은 5월부터 전국 가맹점에서 배달 주문 시 건당 2000원의 이용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BBQ 등 여타 치킨 브랜드도 제품 가격 인상과 배달비 유료화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 외에도 멀티플렉스 극장 CJ CGV가 지난 11일부터 영화관람료를 1000원 올리면서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하철이나 택시 등 교통비도 인상이 예고된다.

물가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당연지사다. 온라인 조사회사 피앰아이(PMI)가 ‘No.1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을 통해 20-50대 남녀 2,422명에게 물가상승에 대해 설문한 결과 ‘외식음식: 삼겹살, 김밥, 자장면(36.2%)’을 가장 부담되는 품목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분식류인 김밥이 5.9%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자장면(4.0%), 삼겹살(3.5%), 비빔밥(3.5%), 칼국수(3.2%), 냉면(3.2%) 등의 순으로 많은 외식 메뉴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음식 다음으로 부담되는 품목은 ‘농수산물: 배추, 쌀(17.2%)’이었다. 쌀과 빵 물가가 크게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가뭄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곡물 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소비자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품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의 부담 가중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상승이 납득 안 가는 품목으로는 ‘문화생활비: 영화 관람료, 음원 스트리밍(27.0%)’ 등이 꼽혔다.

또 ‘주류: 소주, 맥주(12.9%)’ 역시 ‘가격 상승을 납득할 수 없는 상품’으로 지적됐다. 주류 업체는 출고가를 인상하지 않았지만, 개별 식당에서 소주나 맥주 가격이 500~1000원가량 상승한 탓이다.

‘문화생활비(12.3%)’, ‘간식(8.4%)’, ‘패스트푸드점(7.5%)’등의 순으로 나타났고, 납득이 안 가는 품목으로 ‘외식음식(12.3%)’, ‘패스트푸드점(12.1%)’, ‘간식(10.7%)’ 등도 소비자들이 부담되는 품목으로 느끼는 순서였다.

한편 물가 상승과 관련해 일부 정부 부처는 ‘최저임금 연관성’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일례로 통계청은 외식물가 상승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지난해 식재료 원가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 삼아 가격 인상 요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자의 이유든 후자의 이유든 정부가 나서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일 면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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