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세계에서의 논리는 참으로 단순 명료하다. 잘하면 이기고 계속 잘 하면 계속 이기는 것이다. 못 하는 팀이 잘 하는 팀을 이기려면 유능한 감독을 모셔오든, 기량 좋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든, 밤낮으로 노력해 실력을 쌓든, 지는 이유를 면밀하게 분석해서 뭔가 달라져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 
정당 정치도 비슷하다. 잘하면 정권을 잡게 되고 계속 잘하면 계속해서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지율 뒤처진 정당이 잘 나가는 정당을 이기려면 면밀히 패인을 분석해 등 돌렸던 유권자들이 다시 지지를 보낼 수 있는 뭔가를 해야 된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 됐건 보수정당은 지난 탄핵 정국에서 적전분열로 정권을 내준 뒤 등 돌린 지지층에게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오직 상대가 계속 헛발질하기만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그러다가 김기식 파문과 ‘드루킹’ 댓글파문이라는 엄청난 호재를 만났으니 가히 잔칫집 분위기가 따로 없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는 겨우 남의 불행을 즐기자는 것뿐이다. 이럴 때 실망한 유권자들의 마음까지 잡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보수 정당에 그런 기운은 보이지 않는다. 기껏 꺼내든 게 ‘천막농성’과 ‘특검카드’가 고작이다. 반짝 먹혀들런지는 모르겠으나 근본적인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근시안적 대처보다는 국민 의식을 일깨우는 데 힘을 기울여야 희망이 보일 법한데 전혀 그렇지를 못하다. 지금 보수정당이 문 정권을 향해 아무리 ‘친북 좌파’니 ‘나라를 파괴하고 있다’느니 외쳐대도 그저 수구 보수주의적 ‘색깔론’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질 따름이다.    
제발 생각이 있다면 상대방 헛발질 덕으로 정권을 되찾을 생각을 버리고 세상이 바뀐 만큼 그에 맞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아쉽게도 지금 보수 정당들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는 자동차 엔진이 최첨단으로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구식 엔진 가이드북을 들여다보고 운전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수의 본산’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한국당의 지도부가 온통 보수 분열과 정권 상실의 책임이 있는 인사들로 북적대고 있는 한 등 돌린 보수 유권자들이 이들에게 다시 돌아올 리는 만무해 보인다.   
또한 젊은 세대에 대한 무지에서도 깨어나야 할 텐데 어느 한 부분에서도 그 문제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지 않는다. 옛날 가요만 부를 게 아니라 젊은 층이 좋아하는 랩도 최소한 들어줄 줄은 알아야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 수 있을게 아닌가. 그런 후 보수의 가치를 설명하고 북한, 사회주의, 친북을 논해야 하는 것이 옳은 방식 아니냐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한 보수 논객의 글이 눈에 띈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 기꺼이 기득권 일부를 양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청년 정당 창당을 지원해주고 공천권 20%를 넘겨 주자고도 했다. 그래야 한국판 마크롱이 나온다는 주장이었다. 젊은 세대를 그저 ‘철 모르는 아이들’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보수 정당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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