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두산인은 영원한 두산인!’ ‘인재경영’을 표방하며 글로벌 인재 양성을 선언한 두산그룹이 ‘은퇴한 인재’ 관리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박용오 두산 회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4가 소재 매헌빌딩에서 두산의 현직 사장단과 퇴직 임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두산그룹 OB모임인 ‘두산회’ 발족식을 가졌다. 두산회는 두산의 퇴직 임원들이 친목과 우의를 도모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그러나 재계는 두산회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너 일가의 친위대적 성격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 긴 역사에 비해 이렇다 할 OB모임이 없던 두산이 돌연 두산회를 조직, 자문단의 역할을 맡긴다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게 재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두산회는 어떤 조직인가

재계내에서 109년이란 최고의 역사를 가진 두산그룹이 최근 OB조직을 창단하며, 은퇴한 임원들에 대한 관리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 24일 열렸던 두산회 발족식에는 박용오 회장을 비롯해 두산 오너 일가와 전현직 사장단들이 총출동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용오 회장은 “한번 두산인은 영원한 두산인”이라며 “영원한 지지자, 후원자로 남아 두산의 발전을 성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OB모임의 명칭은 ‘두산회’로, 그룹 관련 소식을 함께 공유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만남의 장으로서 역할을 할 예정이다.

또한 후배 두산인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전수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두산회의 초대회장은 은종일 전 (주)두산 사장이 선임됐으며, 김현식 전 두산동아 회장과 고종진 (주)두산 대표 등이 임원진으로 선임됐다. 은 회장은 “두산회를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 아닌, 사회에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모임, 두산의 이미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모임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두산그룹도 두산회의 위상정립에 각별한 정성을 보였다. 두산회의 활발한 활동을 위해 사무실 등의 제공은 물론 두산회 홈페이지 개설 및 정기산행 등 각종 행사의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두산회 회원들에게는 사보와 기타간행물도 제공해 ‘두산인’으로서의 유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오너 친위대로 전락할 가능성

그러나 두산회를 단순히 두산그룹의 OB단체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게 재계관계자들의 견해다. 이미 다른 재벌그룹들이 OB모임을 단순한 친목단체가 아닌 그룹의 자문 혹은 고문으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실제 두산회 은종일 회장은 “두산회를 단순 친목 단체보다는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게다가 두산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은종일 회장과 고종진 고문, 김현식 고문 등이 박용만 부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점 또한 두산회가 친목단체라기보다는 그룹의 원로회 역할에 치중할 것이란 예상을 낳게 하고 있다.

두산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고종진 고문은 지난 1998년 당시 박용만 부회장이 (주)두산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을 당시, 사장을 역임한 인물. 두산동아출판 회장을 지낸 김현식 고문도 2003년부터 박용만 부회장과 함께 오리콤의 비상근 감사로 재직하고 있다. 재계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두산회는 최근 확장일로에 있는 두산그룹의 시세로 인해 그룹의 장기 계획에 대해 자문역을 맡는 것은 물론, 박용만 부회장 체제에 중심을 잡아주는 원로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그러나 “두산회는 두산그룹 퇴직임원들이 모여 만든 단순 친목단체”라며 “회사의 경영방향에 대해 그분들의 경륜과 노하우가 접목될 수는 있지만, 그룹 경영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현대차·LG도 OB조직 운영 중

삼성그룹은 부사장급 이상이 퇴직하면 2~3년간 ‘상담역’이라는 직함을, 전무급 이상이면 ‘자문역’이라는 직함을 주고 경륜과 노하우를 자사에 전수시킨다. 비상근이지만 상당한 보수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사회적응 완충기간인 셈이다. 완전히 적을 떠난 800여명의 삼성 퇴직임원이 모이는 ‘성우회’는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두고 창업지원(창업지원센터 운영)이나 은행 업무 등을 도와준다. 퇴직임원들끼리는 등산, 골프, 바둑 등 동호회 모임도 활발하다. 대표이사를 지냈던 퇴직임원들은 따로 ‘성대회’라는 모임을 통해 친목을 다진다. 이필곤 전 삼성 중국본사 회장이 최근 성대회 회장이 됐다. 성대회 멤버들은 간혹 소속사가 중장기 비전이라도 세우면 공식 발표 전에 현 대표이사들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LG는 사장 직위 이상 근무 후 퇴직한 임원에게는 1~2년간 고문직을 부여하고 일정 급여와 차량을 지급하며 퇴직임원들의 공간인 ‘LG클럽’에 개인 사무실도 제공한다. 부사장 직위 이하 근무 후 퇴직한 임원에게는 1~2년간 자문역을 부여하고 급여를 지급한다.이들은 LG에서 익힌 자신들만의 경륜을 중소기업에 전수하기도 한다. LG 최고경영자(CEO) 출신 일부는 중소기업 컨설팅 모임인 ‘그린우드’라는 회사를 차리고 중소기업들에 경영노하우를 컨설팅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상생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밖에 현대차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등도 퇴직 직후 상근ㆍ비상근 고문 등의 직함을 부여하고 일정 급여를 주며 경영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자회’(현직 임원도 멤버), SK그룹은 ‘유경회’, 한화그룹은 ‘한화회’ 등 친목단체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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