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합리적 이성 판단 시기 오면 굉장한 회초리 맞을 것”

<사진=조택영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상당히 감동적이고 성공적인 정상회담”, “내치(內治)에 있어선 잘했다고 평가할 만한 게 하나도 없다.”
 
국회 부의장이자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69)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이같은 평가를 내놨다. 박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대해선 긍정 평가하면서도, 나머지 부분 특히 민생·협치·인사 분야를 놓고선 “역대 최악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요서울은 지난 2일 오후 국회 부의장실에서 그를 만나 남북정상회담과 문재인 정부 1년 평가, 바른미래당의 현주소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박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
 
- 지난달 27일 역대 3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다. ‘판문점 선언’을 놓고 호평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각에선 여전히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상회담 총평과 ‘포스트 정상회담’ 전망을 한다면.
 
▲ 상당히 감동적이고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 왜 성공했다고 얘기하느냐면 바로 직전까지 김정은이 언제 전쟁 도발할지 모를 정도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돼 있었다. 또 핵·경제 병행 발전이 북의 노선이었는데 그 핵을 완전한 비핵화로 (명시화)한 것은, 약속이 지켜지느냐 안 지켜지느냐는 또 다음 문제이긴 하지만 정상회담 내용으로서는 훌륭한 내용이었다고 본다.
 
거기에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방법으로 어느 범위까지 핵을 없애겠다’는 내용이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북미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번에 모든 걸 털어놔 버리면 전략상 (좋지 않다고 보고) 미국과의 협상 당사자로서 북 입장 고려해 볼 때 (일각에서 제기하는)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게 없다는 비판은 시기상조다.
 
아울러 정상 간 직통전화 개통, 문 대통령 평양 초청, 고위급 회담,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 총력 집중으로의 입장 변경 등을 보면 (비핵화 관련) 합의 및 이행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본다.
 
- 진보 정권으로 평가받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 같다.
 
▲ 우리는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처럼 몽니부리고 시샘하고 비하하고 그래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문재인 정부도 잘못한 것 많이 있지 않느냐. 잘못했다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회 파행 시 중재를 해서 국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근로기준법 5년간 처리 못했던 것 우리가 앞장서 처리했고, 5·18특별법 이쪽 당 저쪽 당 다니면서 통과시켜 진상 조사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우리 나름대로는 소위 말하는 균형자 역할, 캐스팅보트 역할, 거대 양당을 교섭하고 주선해서 생산적 국회를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 현재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한 자릿대를 못 벗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보나.
 
▲ 2월13일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합당을 해서 당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당명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문제도 있다. 그리고 (국민의당) 분당 책임을 우리에게 준 것 같다 국민들이. 민주평화당도 분당을 했다고 국민의 호된 질타를 받았는데 분당을 막지 못한 책임을 우리에게도 주는 것 같다.
 
그래도 당 선택은 상대적 비교 우위를 놓고 하는 거니까 비관적으로 보진 않는다. (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에 대해 평가를 받고 있고, 도덕적·윤리적으로 하자 있는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 냉철한 판단 속에서 (향후)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거라고 본다.
 
- 합당한 지 3개월여가 지난 시점인데 당을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유승민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평가한다면.
 
▲ 그쪽은 보수 정당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고 저는 진보정당에서 잔뼈가 굵었다. 유승민 대표(를 비롯 바른정당 인사들은) 사실 대단한 역할을 한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만들었던 전 정권을 국정농단 이것만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해서 탄핵에 앞장섰다.
 
정치인으로서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유승민 대표가 내공을 갖춘 정치인이고 통합을 이뤄 냈던 주역으로서 헌신적인 노력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아무래도 시각이 보수에 있다 보니까 (저와는) 목표와 방향은 똑같지만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결론은 똑같다.
 
- 6.13지방선거와 관련해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서 이준석 당협위원장(유승민계)-김근식 교수(안철수계) 간 공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 언론에서 갈등이라고 표현하는데 후보자들이 자기한테 유리하게 경선 룰을 정하려고 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금은 경선하도록 돼 있고, 후보를 누구로 정하는 데 공천관리위원회 위원마다 견해가 달라 그러는 것일 뿐이다. 공정한 경선을 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파열음이다. 그거를 계파갈등으로 비하시키면 안 된다.
 
- 오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는다. 1주년 총평을 한다면.
 
▲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정책을 펴나가는 노력에 대해선 (긍정) 평가한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정 부분에서 문재인 정부가 잘했다고 내세울 건 없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말에 울림을 받았지만, 취임사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기회의 평등? 인사만 봐도 보은인사·낙하산인사·코드인사를 하고 있다. 기회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불평등이다. 과정의 공정? 인사검증 원칙에 걸렸으면 배제를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처럼 자기편 사람 잘못이 있어도 없다고 하고 그게 과정의 공정인가. 그렇게 해서 비리 투성이, 인사원칙에 어긋난 사람들이 고위직에 있는 것이 정의로운 것인가.
 
적폐청산을 한다고 요란하게 하고 있는데 진정한 적폐청산은 스스로부터 잘못된 것을 청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기들이 잘못한 것은 덮으려 하고 남의 것은 적폐라고 청산한다고 하고. 역대 최악의 ‘내로남불’ 정권이다. 그러니 정치보복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여기에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 비정규직의 급격한 정규직 전환, 국민 세금으로 소득 올려주는 소득주도 성장,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고 지속성이 우려되는 선심성 복지정책 남발 등 남북관계 진전을 제외하고 내치에 있어 잘했다고 평가할 만한 게 없다. 국민들이 달콤한 곶감에 취해서 순간적 환각상태에 빠졌는데, 합리적인 이성적 판단 시기가 오면 (문재인 정부는) 굉장한 회초리를 맞을 것이다.
 
- 부의장으로서 임기(5월 29일)가 얼마 남지 않았다. 끝으로 소회 한 마디.
 
▲ 그동안 생산적 국회, 건전한 국회 운영 평가를 국민들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국회 선진화법 등으로 여야 합의가 안 돼 버리니까 제대로 된 국회 운영을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협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치 구도인데, 여당이 도울 협(協)이 아니라 협박할 협(脅)과 같은 협치를 하고 있어서 그런 자세를 변화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끝으로 아까 밝힌 그 세 가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 이것만큼 꼭 좀 하시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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