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카펫이 깔린 복도, 미술관을 연상케하는 조각품들, 창밖으로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뛰어난 전망…. 위에 묘사된 곳은 최고급 호텔이 아니다. 바로 국내 대기업 빌딩 최고층의 풍경이다. 각 그룹 최고층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럭셔리’하다는 점에서는 같다. 또, 보안이 철저해 고위층 임원이 아니면 접근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떤 용도로 사용될까. ‘높을수록 좋은 곳이다’ 적어도 국내 대기업에서 이 말은 사실이다. 회장실과 임원 회의실 등 그룹 심장부가 사옥의 최고층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층이 머무는 곳인만큼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보다는 웅장하고 근엄한 느낌을 주도록 꾸민 것도 특징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수요회의’ 열리는 곳

서울시 중구 태평로 2가에 위치한 삼성그룹 본관. 지난 76년 완공된 삼성본관은 지하 3층, 지상 28층 건물이다. 삼성본관의 핵심은 꼭대기층인 28층이다. 현재 28층에는 이건희 회장실과 비서실, 그룹 핵심인 구조조정본부, 그리고 임원회의실이 자리잡고 있다. 회의실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삼성구조본, 삼성전자 등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 한 주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논의하는 이른바 ‘수요회의’가 열린다. 이건희 회장도 거의 매주 수요일마다 이곳에 들러 회의를 주재한다. 따라서 회의실이 자리한 28층은 그야말로 삼성그룹의 ‘심장부’인 셈이다. 고위층이 드나들고 그룹의 고급 정보들이 오가는 곳인만큼 일반직원들의 출입은 자유롭지 못하다. 또, 본관 로비에도 27층까지만 층별안내가 되어 있어 28층이 있는지는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황제’가 자리하고 있음에도 타 그룹과 달리 인테리어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은 편이다. 몇몇 조각품을 제외하고는 건물 치장은 삼갔다. 특징적인 것은 대리석, 원목과 같은 고급 자재들을 사용해 층을 꾸몄으며 벽면을 터 각 방을 넓게 쓴다는 것이었다.

LG트윈타워 한강 ‘한눈에’ …조망권 최고

여의도의 랜드마크로 잘 알려진 ‘LG트윈타워’. 지하 3층, 지상 34층의 트윈타워는 동관과 서관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핵심빌딩은 한강쪽에 위치한 동관이다. 한강을 조망할 수 있어 구본무 회장실과 임원회의실 등 주요 시설은 대부분 동관에 위치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구본무 회장 집무실은 맨꼭대기 층이 아니라 30층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LG측 관계자는 “구자경 명예회장실이 32층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꼭대기 층을 쓰지 않는 것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구본무 회장도 30층 집무실의 경관이 한강과 밤섬을 끼고 있어 수려한 만큼 층수에 연연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1층은 타 그룹과 마찬가지로 회의실로 운영되고 있으며 33층과 34층은 ‘의외로’ LG화학 등 계열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LG그룹 최고층은 라운지의 개념보다는 사무공간의 개념이 강하다. 서관 5층에 따로 ‘이벤트홀’이 마련되어 있지만 GS그룹 독립 이후 새로 들어올 LG계열사들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SK그룹 35층 인테리어 미술관 연상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K그룹 사옥은 지하 3층 지상 35층 규모다. SK그룹의 라운지격인 35층은 ‘SK클럽’ 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데, 회의실과 임원 세미나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분확인 절차를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그래서 일반직원들이 출입하기는 쉽지 않다. ‘SK클럽’ 최태원 회장 등 그룹 총수와 고위층이 자주 정보를 교환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집무실인 25층을 벗어나 종종 이곳에 들러 경치를 보면서 경영구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SK클럽’의 특징은 인테리어의 화려함이다. SK클럽의 인테리어는 미술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많은 미술품들이 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양쪽 벽면에 미술품들과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ㄱ’자 모양의 복도를 꺾어돌면 창업주 최종건 회장과 최종현 회장의 흉상이 서로 마주보고 서있다. 동상 주위에는 간단한 다과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고 테이블 너머 창문은 통유리로 되어있는데 경복궁과 종로 일대 도심의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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