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정치부 기자의 꽃이라고 했었는데 요즘은 다들 기피하는 3D 업종이라고 들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1년간 또 열심히 해야죠"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출입기자단이 머무는 청와대 춘추관을 예고 없이 찾아 취임 1년 소감을 이같이 풀어놓았다. 조기 대선으로 치러진 새 정부에서 지난해 북한 핵실험·미사일 도발과 최근 남북 정상회담까지 다 같이 숨 가쁘게 달려왔다는 뼈 있는 유머였다.

  이날 오후 5시 춘추관 2층 구내식당.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사회로 참모진이 정부 출범 1년 소회를 돌아가면서 밝히고 있었다. 참모진은 물론 기자들도 고정석 없이 서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오후 5시30분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대통령님 오셨습니다"라고 외쳤다. 뜻밖의 문 대통령 등장에 출입기자단은 물론, 이 사실을 몰랐던 일부 수석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넥타이를 푼 정장 차림의 문 대통령은 기자단과 일일이 악수하며 "고생 많으셨다"고 격려했다. 마이크를 잡은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가 과거에는 정치부 기자의 꽃이라고 했었는데, 요즘은 다들 기피한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요즘 출입기자는 3D 업종이란 말도 들었다.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1년간 또 열심히 해야죠"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까지 저도, 우리 청와대도 국민들로부터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언론에서 저와 청와대를 국민들께 잘 전달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출입기자단으로부터 '올해 기자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많이 갖길 기대한다. 한 달에 한번 수석 간담회라도 열도록 지시하면 좋겠다'는 질문을 받았다. 임종석 실장은 웃으면서 "중요한 사항인 만큼 대통령 답변을 듣겠다"고 사회를 봤다.

  문 대통령은 한참을 고민한 뒤 "사실 그렇게 하고 싶다.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도 했는데 지난 1년간 워낙 상황이 빠르게 전개됐다"면서 "다들 모두 숨이 가쁠 정도였다. 그래서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가장 중요한 북미 정상회담이 남아있다. 이 회담까지 제대로 잘 끝나면 여유 있게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자주 뵙고 싶다. 정 안되면 피자라도 사겠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차분하게 보낸다는 취지로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대통령의 현안 메시지가 많이 공개됐다는 이유로 별도의 미디어 행사도 생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기자단과 취임 1주년 소회를 약식으로라도 나누면 좋겠다는데 뜻을 모았다"고 방문 배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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