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수단 비트코인으로···4억 원 벌어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다크웹(Darkweb)’에서 아동음란물을 제공하는 사이트를 운영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다크웹이란 익명성이 보장되고 IP주소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고안된 인터넷 영역을 뜻한다. 다크웹 사이트는 운영자나 이용자를 추적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음란물 유통, 마약 거래, 개인정보 유출 등 범죄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한국어 제공하지 않았는데···한국인 ‘156명’ 아동음란물 소지 혐의 적발
‘지하세계의 백화점’ 다크웹···마약 거래‧음란물 유통 등 범죄의 온상


다크웹은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접속을 위해서는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웹을 가리킨다. 다크웹이라는 용어는 지난 2013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온라인 암거래 사이트 실크로드를 적발해 폐쇄하면서 알려졌다고 한다.

일반 사용자가 접하는 웹은 ‘서피스웹(Surfaceweb‧표면웹)’이라 부른다. 구글, 네이버 등 검색엔진에 의해 색인된 콘텐츠들로 구성된다. 검색엔진들은 방대한 웹을 돌아다니며 온갖 웹페이지를 수집한다.

이와 상대되는 웹 개념이 ‘딥웹(Deepweb)’이다. 웹페이지를 찾아다니는 웹크롤러(webcrawler‧방대한 웹페이지를 방문해 각종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해오는 프로그램)에 의해 걸리지 않아 검색 등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웹을 말한다. 딥웹에는 의료기록, 회사 내부망, 넷플릭스처럼 유료화 장벽으로 막혀 있는 콘텐츠 등이 해당한다. 콘텐츠 양은 서피스웹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웹은 딥웹에 포함되면서도 구분되는 웹 개념이다. 다크웹은 ‘토르(The Onion Router‧TOR)’ 같은 특수한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근할 수 있다. 다크웹은 철저한 익명화가 특징이다.

토르는 익명화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일 수 있는 웹이다. 특정 지역의 차단된 콘텐츠에 접근하고 싶을 때도 사용할 수 있지만 내부 고발자나 반체제인사, 반정부인사도 쓸 수 있을 정도다. 전자프론티어재단(EFF)은 온라인에서 시민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토르를 추천하기도 한다. 토르는 가장 유명한 다크넷 중 하나다. 이런 다크넷들이 모여 다크웹을 구성한다.

다크웹 자체를 나쁘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그러나 문제는 다크웹의 특수성이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암거래 사이트 실크로드는 다크웹의 문제점을 가장 널리 알린 곳 중 하나다. 이 웹사이트는 지난 2011년 개설된 이후 2013년 FBI가 서버를 닫기 전까지 1500만 건이 넘는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으로는 한국 돈 2384억 원어치다.

실크로드에서는 마약 등이 공공연하게 불법 거래됐고 마약을 산 사람 가운데 6명이 마약 중독으로 사망했다. 실크로드 개설자인 로스 울브리히트는 지난 2015년 5월 29일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함께 1억8300만 달러(약 1952억)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다크웹의 악용은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지만 국내에서도 다크웹을 이용한 범죄가 발생‧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다크웹상에서 아동음란물을 제공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이용자들로부터 비트코인(가상화폐)을 받은 A씨를 아동 음란물 판매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다크웹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사이트를 회원제로 운영했다. 아동음란물을 다운로드하는 조건으로 이용자들에게 비트코인을 받았다. 다크웹에서 사이트를 운영하고 결제수단을 비트코인으로 한 것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A씨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약 2년 8개월 동안 충남 당진의 주거지에 서버를 구축해 놓고 사이트를 운영해 약 4억 원을 벌었다.

경찰은 또 해당 사이트에서 아동음란물을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받아 소지한 한국인 이용자 156명을 아동 음란물 소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사이트는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한국인 이용자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단속된 소지자 중에는 4만8600여 건의 아동음란물을 단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는 심각한 중독 증세를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미혼 남성이 가장 많았으며 기간제 공무원, 공중보건의 등도 포함돼 있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국제연합(UN)의 아동권리 협약에 따라 아동음란물 소지자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5~20년 징역형, 영국은 26주~3년 구금형 등이다.

그러나 한국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친다. 소지 자체가 범죄가 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실제로 처분도 다른 국가에 비해 경미하기 때문에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선진국에서 아동음란물 소지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이유는 아동음란물 유통과 소지가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와 착취, 아동인신매매 등 오프라인상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단속을 계기로 아동 음란물의 유포나 소지는 단순한 호기심 또는 성적취향 등의 사유로 변명이 되지 않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영국 국가범죄청(NCA) 등과 공조해 아동 음란물과 관련된 범죄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다크웹에서의 범죄 행위에 대해 처벌하고 관련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정부 규제 자체가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서피스웹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다크웹의 특성이 한계로 지적되는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비례대표)은 지속적으로 다크웹의 악용을 지적하고 있다.

송 의원은 지난해 다크웹을 이용한 범죄를 두고 “해외에서 마약사범을 비롯한 사이버범죄가 기존의 전통범죄 발생을 넘어설 정도로 무서운 기세로 번지고 있다”면서 “특히 다크웹은 ‘지하세계의 백화점’으로 불리며 각종 사이버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실정인데 우리나라는 사실상 무방비로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크웹 문제를 (2016년)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이후 일부 사이트는 폐쇄 등 조치가 있었으나 기존 사이트가 폐쇄되더라도 또 다른 계정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끊임없이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행정자치부, 사이버사령부, 국정원 등 관계 부처가 함께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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