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당권→대권’이냐 ‘독자 세력화→대권’이냐. 정치권은 지금 이완구 전 총리의 ‘재기 플랜’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 전 총리의 최종 목적지가 ‘대권’ 임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대권 ‘용틀임’의 진원지가 ‘중앙’이냐 ‘충청’이냐를 두고는 주장이 엇갈린다. 당장 이 전 총리가 홍준표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한 것을 두고도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온다. 조기 전대 출마를 위해 지선 참패 책임론에서 물러나 있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지선 이후 ‘보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하에 충청 지역에서의 ‘독자 세력화’를 염두에 둔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 전 총리의 대권 ‘교두보’를 둔 여의도의 갑론을박 속으로 들어가 보자.
 

- 洪 제안은 ‘거절’·이인제 제안은 ‘긍정적’... 충청 찍고 중앙 무대로
- ‘당 기여도 vs 지선 패배 책임론’ 홍준표·이완구 ‘빅매치’ 성사되나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한 것을 놓고 그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최근 홍 대표로부터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면서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洪 제안 ‘거절’ 뒤 중앙당
접촉은 ‘지속’... 당권 행보?

 
이 같은 이 전 총리의 결정에는 성완종 리스트 무죄 확정 이후 천안지역 재·보궐선거를 통해 중앙정치 무대로 복귀하려 한 자신을 사실상 홍 대표가 막은 것에 대한 서운함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나아가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 전 총리로선 홍 대표의 제안을 수락함으로써 자칫 지선 참패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도 향할 수 있는 상황을 경계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할 경우, 홍 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반면 이 전 총리에겐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총리가 홍 대표가 제안한 공동선대위원장직을 고사했음에도 중앙당 지도부를 만나며 정국 현안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7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 원내대표를 위로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국이 꼬일 때는 여당이 어른스럽게 명분과 실마리를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국회의원 사표 수리도 해야 하고, 현안이 얼마나 많으냐”며 “국민들도 여러 걱정들이 많은데, 정치권이 이를 덜어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전 총리가 과거 원내대표 경험을 살려 한국당 지도부를 격려하는 동시에 여당의 책임론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중앙무대에서의 존재감을 넓히려는 행보가 아니겠나”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의 이번 결정이 2022년 대권 도전을 향한 일종의 ‘마이 웨이’라고 주장한다. 당 장악을 마친 홍 대표에 비해 당내 기반이 확고하지 못한 이 전 총리로서는 중앙에서 승부를 걸 게 아니라 일단은 충청에서 ‘JP 식 독자 세력화’를 통해 세를 키워 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실 이 전 총리가 홍 대표의 중앙선대위원장직을 거절한 것은 추후 조기 전대 시 ‘책임론’에선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몰라도 당에 대한 ‘헌신’과 ‘기여도’ 측면에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만약 조기 전대에서 홍 대표와 이 전 총리의 양강 구도가 됐을 때, 홍 대표 측에서 이 같은 ‘헌신·기여’ 프레임을 들고 나온다면 한국당이 지선에서 참패하더라도 이 전 총리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JP 식 독자 세력화’
시험대에 올라

 
이 전 총리가 최근 충청 선거 캠프를 돌며 거듭 충청 대망론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중앙당보다는 충청 지역에서 세력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충청 지역 정가에 따르면 이 전 총리가 홍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 제의는 거절한 반면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 캠프의 명예선대본부장 추대 제의는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전 총리가 ‘독자 세력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의 행보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충청 프레임’에 갇히는 것을 경계했던 것과는 완전히 대조된다”며 “이는 본인 스스로 충청 대망론을 띄워 이에 대한 갈증이 있는 지역 민심을 얻고 이를 중앙까지 확산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의 ‘JP 식 독자 세력화’ 성공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남권이 주름잡고 있는 보수 진영에서 원외 신분인 이 전 총리에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 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완구 전 총리는 당에 정치적 뿌리가 없다”라며 “당에 충청권 의원들이라 해봐야 몇 명 되지도 않는다. 정우택 의원도 고향은 부산이다. 충청에서 초중고조차 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이 전 총리는 원외인사 아닌가”라고 말했다.
 
결국 이 전 총리의 ‘독자 세력화’에 성공 여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의 성적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이 전 총리 역시 최근 대전과 충남을 오가며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 성선제 대전 동구청장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충청권 자유한국당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안희정 쇼크’로 지지율 격차가 3.9%p 차까지 줄어들었던 충남지사 선거 역시 최근 지지율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지난달 13~14일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에서 진행한 충남지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승조 민주당 후보는 42.4%로 23.4%를 얻은 이인제 한국당 후보를 19%포인트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만약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충청에서 참패한다면, 이 전 총리의 독자 세력화 동력 역시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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